지난 1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2007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는 다음해 프로농구에서 활약할 신인선수를 선발하는 자리다. 대개 대학 졸업선수들이 드래프트에 신청을 한다. 하지만 2006년 임휘종(사범대 체교03) 선수처럼 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도 있다. 드래프트 참가자는 국내 대학 졸업선수 30명을 비롯해 해외교포 2명, 대학 1학년생 1명 등 총 33명이었다. 본교에서는 최근 고연전 2연승을 이끌었던 03학번 4명이 참가했다.

본격적인 드래프트에 앞서 프로팀이 선수들의 기량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자리가 있다. 그것이 바로 ‘트라이아웃’이다. 참가선수들이 팀을 나눠 경기를 펼치는 것이다. 대학선수들의 기량은 그 동안의 경기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트라이 아웃에서의 활약이 선발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간혹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의 경우 깜짝 선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승리의 뱃노래’ 03학번 4인방

김영환, 신제록, 이영현, 정의한 (이상 사범대 체교03) 선수는 청소년 시절부터 각종 대표팀을 오가며 실력을 검증받은 인재들이다. 김영환 선수는 대학 최고의 득점력을 자랑한다. 신장(195cm)을 이용한 골밑 공격은 물론 정확한 외곽슛 능력을 지닌 선수로 이번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이 예상됐다. 신제록 선수는 지난해 농구부 주장을 맡으며 팀을 이끌었다. 1, 2학년 때는 주로 포인트가드로 활약했지만, 진효준 감독 부임 이후 슈팅가드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이영현 선수는 청소년 시절부터 최고의 3점슛 능력을 가진 선수로 평가받아 왔다. 부상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그는 3점슛 하나만으로 상대팀의 집중 견제의 대상이 됐다. 정의한 선수는 근성과 패기로 똘똘 뭉친 포인트가드로 수비능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다. 특히 지난 2년 동안의 고연전에서 상대 포인트가드 김태술(연세대 사회체육03) 선수를 꽁꽁 묶어 ‘김태술 킬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아쉽지만 정말 아쉽지만

▲ 서울 삼성 썬더스에 지명된 신제록 선수. 지명이 끝나고 안양 KT&G 카이트로 트레이드됐다. (사진=김진석 기자)

워낙 출중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다보니 프로구단 지명은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비록 예년에 비해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대거 드래프트에 지원했지만, 각종 언론에서는 이들의 지명만큼은 의심하지 않았다.

드래프트가 시작되고 선수들 이름이 하나둘 호명되자 선수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4순위 내 지명을 장담했던 김영환 선수는 8순위가 돼서야 지명됐고, 신제록 선수는 12번째로 서울 삼성 썬더스의 안준호 감독에 의해 지명됐다. 시간이 흐르고 울산 모비스 피버스가 4라운드에서 마지막 선수를 호명하자 식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영현, 정의한 선수의 지명을 장담했던 기자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명되지 못한 두 선수는 애써 아쉬움을 감추며 식장을 빠져나갔다. 선배들을 응원왔던 본교 농구부 선수들 또한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지난 3년간 선수들을 지도했던 진효준 감독은 지명된 김영환, 신제록 선수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내지도 못하고 식장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대조적으로 연세대 선수들은 1~3순위에 지명됐고, 참가한 6명의 선수 중 5명이 프로팀에 입단하게 됐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말

▲ 대구 동양 오리온스에 지명된 김영환 선수. 지명된후 인천 전자랜드 블랙슬래머로 트레이드됐다.(사진=김진석 기자)

10년 넘게 농구만 바라봤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충분히 받아왔던 선수들이기에 충격은 컸다. 고대 농구부 인터넷 팬 카페(cafe.daum.net/KOREAunvbasket)는 두 선수의 탈락을 분석하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본교팀 선수와 비교해 부족한 실력을 지닌 모대학 선수의 기량을 분석하며, 드래프트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또 두 선수의 부상경력이 발목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아쉽지만 두 선수가 농구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지명의 실패가 선수들의 능력부족이나 프로구단의 잘못된 판단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다른 프로스포츠도 그러하듯 우리나라 농구 선수들의 종착역은 프로구단 뿐이다. 15명 내외의 선수들로 구성된 프로팀에 입성하지 못하면 10년 넘게 해온 농구를 그만둬야 한다. 설령 지명됐다 하더라도 2~3년 내에 기량을 인정받지 못하면 젊은 나이에 꿈을 접어야만 한다. 기성 언론과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2군리그 창설, 용병제 축소, 실업리그의 부활 등 산적한 현안들이 하루빨리 해결되지 않는다면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매년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좌절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두 선수의 프로진출이 완벽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수련선수제도를 통해 정식선수는 아니지만 임시 선수로 프로구단에 입단할 수 있다. 본교 출신 마영진(사범대 체교00) 선수도 이 제도를 통해 프로구단과 정식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있다.

설이 지나도 이제 24.
아직 포기하고 좌절하기엔 너무나도 이른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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