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교생 A씨는 새학기를 맞아 정대후문의 복사집을 찾았다. 교수님이 맡겨놓은 전공서적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구입한 도서에는 다양한 학자들의 논문과 신문 기사, 통계 자료 등이 제본돼 있었다.

#2. 강의 시간, 본교의 B교수는 학생들에게 영화의 일부분을 보여줬다. 물론 영화가 B교수의 저작물은 아니었다. B교수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분만 제공한 것이였다.

▲ 정대후문에 위치한 복사집들. 제본한 교재와 유인물을 대학가에서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송민지 기자 ssong@kunews.ac.kr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위의 두 사례는 모두 저작권법 위반이다. 대학 구성원은 수업과 연구에서 다양한 저작물을 이용하지만 대부분 저작권과 저작권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진척 없는 보상금제도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는 2011년부터 ‘수업목적보상금제도(보상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보상금제도는 대학 강의 시간에 사용되는 다양한 저작물에 대해 대학이 학생의 수나 사용량을 기준으로 일정한 저작권료를 저작권자에게 지불하는 제도다. 저작권료의 징수와 분배는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복전협)가 담당한다. 하지만 보상금제도가 적용되는 저작물이 ‘수업 및 연구’라는 특수한 목적 아래 있어 보상금제도를 두고 문광부․복전협과 대학가가 대립하고 있다.

  문광부와 복전협은 보상금제도가 정상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학가에서 저작물의 무분별한 복제와 이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상금제도에 의하면 대학은 연간 학생 1인당 1879원의 보상금을 내야 한다. 복전협 김준희 보상금사업팀장은 “과거에 비하면 많이 개선됐지만 저작물에 대한 대학의 인식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무단으로 이용하는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문광부 또한 ‘수업과 연구’라는 목적을 감안해 사용 허락을 생략하고 사용 후 보상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만큼 대학이 보상금제도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재의 보상금제도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형규(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상금제도는 저작권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복전협이 일괄적으로 징수해 분배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오히려 저작권자의 사유재산권에 대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안효질(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대학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저작물들은 대학 사회에서 창출된 것”이라며 “징수된 보상금이 대학으로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복전협은 보상금 지급 약정을 체결하지 않은 대학 중 3곳을 상대로 지난해 7월 보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본교 역시 보상금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본교 학적수업지원팀 관계자는 “보상금을 매기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현재의 제도는 부당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저작권 보호와 콘텐츠 창출
  보상금제도를 두고 갈등이 계속되지만 저작물의 지속적인 창출을 위해선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와 교육․연구를 위한 저작물 이용 환경 조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양 측 모두 공감한다.

  이에 ‘Open Access 운동(오픈액세스)’과 ‘Creative Commons License 운동(CCL)’이 교육․연구 목적 저작물 이용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픈액세스는 각종 연구논문 등의 저작물을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공유하도록 하는 세계적인 운동이다. CCL은 학계와 교육계뿐 아니라 예술계와 산업계 전반에서 저작권을 보호하면서도 저작물이 새로운 연구와 콘텐츠 창출에 도움을 주도록 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이 운동들은 저작권자들이 자신의 저작권을 포기함으로써 더 활발한 연구와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또 일각에선 대학생들이 부담하는 비싼 책값을 생각해 저작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영복(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부터 ‘대학교재 저작권 포기 운동’을 시작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대학교재 시장의 규모는 2600억 원에서 5300억 원에 달한다”며 “원론 수준의 교재는 책을 쓴 사람만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자신의 책을 시작으로 100여 개의 대학교재가 담긴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계획이다.

  한편에선 저작권료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실천되고 있다. 본교 중앙도서관 2층에 위치한 ‘외국학술지지원센터(지원센터)’는 저작권 보호와 연구의 증진을 위한 시설이다. 지원센터 설립 이전에는 학내외 기관들이 중복으로 학술지를 구독하면서 많은 저작권료가 발생했고, 개별 기관이 구독할 수 있는 학술지의 수도 적어 연구와 교육에 한계가 있었다. 지원센터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고 있으며 본교를 포함한 9개의 대학에 센터가 있다. 본교 지원센터 직원 김유진 씨는 “지원센터에서는 저작권에 대한 걱정 없이 누구나 무료로 학술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23일은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개인적 수준에서 그 무게가 와 닿진 않지만 교육과 연구의 세계에선 저작권이 차지하는 범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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