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8 11:11 (월)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살아남고, 샛길로 가더라도 살아남는"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살아남고, 샛길로 가더라도 살아남는"
  • 최현슬 기자
  • 승인 2019.09.08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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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주간 2019 '등단 제도와 문학의 경계' 포럼
'문학주간 2019'에서 열린 포럼 '등단 제도와 문학의 경계'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청중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문학주간 2019'에서 열린 포럼 '등단 제도와 문학의 경계'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청중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문학진흥법 시행을 계기로, 국민의 관심을 늘려 한국문학을 진흥시키고자 831일부터 97일까지 문학주간 2019’가 열렸다. 그중 6일 진행된 포럼 등단 제도와 문학의 경계에서는 조해주 시인, 최진석 평론가, 오빛나리 작가, 신철규 시인이 패널로 참여해 한국 특유 등단제도의 개념·위계질서·대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김대현 사회자는 등단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제도의 기능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수용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이기도 하다라며 패널에게 등단제도의 역기능과 순기능과 함께 자유로운 논제를 말해 달라는 공통질문을 제시했다.

  신춘문예, 문예지를 통한 등단을 거치지 않고, 아침달 출판사에서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를 펴낸 조해주 시인은 전통 등단제도 바깥에서의 작품 발간 통로를 확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 시인은 철학자 데리다(Jacques Derrida)문학은 가장 제도적이면서 야생적인 공간이라고 말했다등단제도를 바꾸려 제도 안만 보기보다는 바깥의 야생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반 습작생은 한정된 길로만 등단할 수 있다고 생각해 많은 압박을 받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독립출판을 통해 작품을 발간하는 문화가 확대된다면 압박이 완화될 것이라 말했다. 이어 제도의 경계가 확실할수록, 그 경계를 지우고 새로운 경계를 짓는 과정이 반복돼야 문학세계가 건강해질 것이라며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살아남고, 샛길로 가더라도 살아남는 건강한 경쟁을 유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포럼을 참관하던 김길한(·39) 씨는 출판사에서 업무를 하며 카카오브런치, 웹소설 등 새로운 방식으로 책을 내는 작가를 볼 수 있었다라며 패널이 알고 있는 또 다른 발간 방식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이에 오빛나리 작가는 나 또한 전형적인 등단을 하지 않았다“SNS 문예지 <베개> 등 페이스북으로 글을 쓰다가, 출판사에서 제의를 받은 친구와 함께 공저를 출간하게 됐다는 일화를 전했다.

  다음으로 최진석 평론가는 등단제도가 작가인지의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으로 통용되는 행태를 지적했다. 스스로 글을 꾸준히 쓰더라도 등단하지 않으면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최 평론가는 등단이 작가의 범주를 규정짓는 하나의 제도가 됐다등단을 통해 한 발 나아간 문학을 만나는 게 아니라, 다른 출판사와 계약하고 창작 기금을 받는 등 지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등단이 사용된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오빛나리 작가는 왜 우린 등단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나라는 구체적인 질문을 새롭게 던지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작가는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면서 등단을 거치는 것이 다음 목표라는 생각이 내면화됐다기존 문학 창작 교육이 신춘문예나 문예지 수상작을 분석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질문에 대한 답변의 예라며 이러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철규 시인은 심사자의 특성이 불변하기에 공모자가 신춘문예 스타일을 분석하며 공부하는 상황의 문제점을 제시했다. 대부분 권위 있는 원로 작가가 공모작을 심사하는 제도에서 작가 지망생은 당선작의 경향에 맞춰 글을 써, 미학적 실험을 할 의지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신철규 시인은 심사위원 특성을 다양화해야 한다현장에서 새로운 작품을 많이 접하는 출판 편집자나 대중심사자, 문학 담당 기자 등 새로운 주체가 함께 토론하는 개방적인 심사의 장을 만들면 좋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포럼을 참관한 최가영(성균관대 사회18) 씨는 문학사회에서 작가, 시인이라는 자격을 얻는 것에 대한 제도가 올바른지, 그르다면 어떤 것이 그른지에 대해 이야기한 시간이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글 | 최현슬 기자 purinl@

사진 | 두경빈 기자 hayab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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