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파리 등 해외 사례 전시

그린링, 녹지 연결성 강조

한강 중심 도시 계획 제안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8월 1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열렸다. ‘산길·물길·바람길의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고밀화 도시인 서울이 친환경 도시와 세계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해외 도시로부터 교훈 얻다

  지하철 시청역 5번 출구로 나오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보인다.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외 도시의 건축 사례를 설명하는 ‘게스트시티전’이 펼쳐졌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스티븐 홀 아키텍츠 사의 작품들이다. 중국 청두시의 ‘Sliced Porosity Block’ 건물은 사선으로 건축돼 입체성을 드러낸다. 난징의 ‘시팡(四方) 미술관’은 햇빛이 실내로 들어오도록 설계됐다. 스티븐 홀 아키텍츠 사는 이와 같은 Z차원 건축을 통해 도시에 입체감을 불어넣고, 시민에게 열린 건축물을 구현하고자 했다.

  독일 베를린은 중정(中庭)의 도시다. 중정이란 건축물 중앙에 있는 마당이다. 베를린의 성장 과정에서 도시 블록이 토지를 에워싸며 중정들이 생겨났고, 이 중정들은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중정은 공원이나 지름길로 사용되는 등 공적 공간으로 변했다. 베를린의 중정은 공공장소로서 가치를 극대화한 사례다.

  2024 파리 올림픽을 맞이해 도시를 단장하려는 프랑스 파리의 계획도 엿볼 수 있다.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 선수촌 개발 프로젝트를 맡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는 센강에 6개의 선박을 정박하자고 제안했다. 각 선박은 하나의 섬을 표현하는데, 강변에 폭이 좁고 길게 들어선 블록으로 바람이 쉽게 부는 구조를 만들고, 물길을 확장한다. 항구를 조망한 구상안과 관련 영상을 거울에 비춰 강물에 비춘 모습을 형상화한다.

 

  100년 후 서울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주제전 파트2: 도시’에선 100년 후 서울의 미래를 유추한다. 민성진 건축가의 작품 <T-시티>는 ‘메가리전(Megaregion)’ 개념에 주목한다. 과거엔 단일 대도시 중심의 도시권을 말하는 메트로폴리스가 주요 화두였다. 도시화가 더욱 빨라지며 최근엔 최소 2개 이상의 거대도시가 연결돼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도시군집인 ‘메가리전’이 화두다. 민성진 건축가는 부산이 50년 안에 환태평양 일대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거점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광역시에 업무와 여가를 융합한 업무-휴양단지 ‘T-시티’를 제안했다.

 

서울그린링(SGR) 프로젝트.
서울그린링(SGR) 프로젝트.

 

  서울그린링(SGR) 프로젝트는 서울시민이 직장과 주거지에서 도보로 20분 안에 녹지 공간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고, 지상에 있던 교통 인프라는 지하로 연결하는 식이다. 프로젝트의 일환인 박희수 건축가의 <한강, 그리고 새로운 밀도>는 한강 대로들을 이어 강북과 강남의 도시 조직을 재연결하는 ‘다층복합적 연결체’를 그려냈다. 한강을 도시의 경계가 아닌 새로운 도시공간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다. <서울의 그린링, 지구의 도시, 물의 도시, 공기의 도시>는 옛 서울의 녹색 회랑(그린링)에 주목한다. 작가는 자연 요소들의 관계와 녹색 회랑을 통한 공동체 형성에 주목했다. 작품은 토양과 자원을 해치는 현재의 인공적 구조물을 제거하고, 자연과 도시의 역사를 회복할 것을 제안한다.

 

박희수 건축가의 '한강, 그리고 새로운 밀도'.
박희수 건축가의 '한강, 그리고 새로운 밀도'.

 

  미래 서울 구역별로 제시하기도

  화살표를 따라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전시는 서울의 세부적인 구역별 미래를 제안한다. <재현된 지형의 인공대수층>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잘린 우면산 양재 고개를 대상으로 한다. 야생동물 보존을 위해 교량 인공구조물을 만들고 상부는 주변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으로 조성한다. 교량의 상부는 동물이 쉽게 길을 찾도록 수평적으로, 하부는 산의 지형을 구조적으로 재현하고자 셸 아치 구조로 설계했다.

  <한강 변 스카이라인; 실리적 혼돈 또는 새로운 서울다움>은 한강 변 경관을 만드는 여의도와 반포지구를 계획한다. 뉴욕, 시드니, 홍콩과 같은 화려한 수변 경관을 갖추기 위해 여의도를 국제적 랜드마크로 만드는 계획이다. 동시에 홍콩의 닭장 아파트처럼 비인간적인 주거단지와는 다른 경관을 구상하기 위해 건물 간 간격 확대를 제안한다.

  한강을 도시 공간의 하나로 편입하려는 시도도 있다. <움직이는 물의 지형>은 한강이 서울을 동서로 가로지른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강 다리는 서울의 남과 북을 단절하는 방해물이며 삶의 공간이 아닌 이동 공간으로 작동한다. 해당 작품은 수중 드론으로 형성한 공간 위에서 시민들이 한강을 직접 대면할 것을 제안한다. 육각형 수중 드론이 강물의 유속에 반응하며 물속 움직임과 한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에 따라 인공 공간의 위치와 모양이 변하는 방식이다.

 

'움직이는 물의 지형'은 수상 드론을 활용한다.
'움직이는 물의 지형'은 수상 드론을 활용한다.

 

  <리버/그라운드: 한강 위의 새로운 땅>은 한남대교 옆, 한강 위에 새로운 부지를 형성해 숲을 조성한다. 지금은 한강 다리가 남과 북을 연결하는 통로에만 그치고, 보행자가 대중교통 없이 직접 다리를 건너기 쉽지 않다. 작품은 한남대교가 ‘다리’가 아닌 새로운 땅이자 공공 공원으로 기능하는 모습을 그린다.

 

'리버/그라운드'는 한남대교를 새롭게 활용한다.
'리버/그라운드'는 한남대교를 새롭게 활용한다.

 

  조병수 총감독은 비엔날레에 대해 “산길, 물길, 바람길로 이뤄진 서울의 전통적인 지리적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고밀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함께 그려보는 장을 만들어 보겠다”고 전했다.

 

김아린 기자 a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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