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난 해결책, 여전히 부족

BRT와 버스중앙차로제 해법될까

녹지 공간 확대 의견 엇갈려

 

사람들이 한강공원에서 운동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일상을 즐기고 있다.
사람들이 한강공원에서 운동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일상을 즐기고 있다.

 

  서울은 산업화를 거치며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에 인프라가 과밀돼 지방 소멸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세계적인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서울의 경쟁력은 실감하기 어렵다. 세계 도시를 평가하는 여러 지표에 따라 서울의 순위는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대중교통과 도시 안전이 강점으로, 주거의 질과 경제 경쟁력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가 발표한 도시경쟁력 종합순위에서 서울시는 세계 7위였지만, 거주 순위는 35위였다. 일본의 대표적인 도시개발 사업자인 모리빌딩이 설립한 모리기념재단 산하 도시전략연구소는 매년 경제, 연구개발(R&D), 문화·교류, 주거, 환경, 교통·접근성 등 6가지 항목으로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 지수’를 발표한다. 서울은 세계 주요 도시 48곳 중 경제 14위, 연구·개발 6위, 문화·교류 15위, 환경 14위, 교통·접근 16위, 거주 35위를 차지했다. 모리재단보다 보수적인 수치도 많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전세계 140개 도시를 대상으로평가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지수’에서 서울은 2021년 기준 53위를 기록했다. 미국 컨설팅기업 머서에서 2019년 발표한 서울의 삶의 질 지수는 전체 450곳 중 77위였다.

 

  주택난 속 물가 상승

  모리재단의 도시경쟁력 평가에서 서울의 거주 순위는 35위로 다른 분야보다 현저히 낮다. 주거 항목은 업무 환경, 집값 및 물가 등 거주 비용, 치안, 가게와 식당 수 등 14개 지표를 종합해 삶의 질을 나타낸다. 주거 공간은 도시에 머무르기 위한 필수조건이지만, 학교 주변에 새로운 주거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비싼 집값은 큰 부담이다. 충남학사에 거주하는 강현(중앙대 정치국제학19) 씨는 “학교 주변 월세가 비싸 자취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학교 근방에서 자취 중인 천모(여·21) 씨는 “월세와 관리비는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비싼 월세와 전세 사기 등 주택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청년월세지원센터를,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전국적으로 전세피해구제반 TF를 신설했다. 청년 부동산 중개보수 및 이사비, 월세, 임차보증금 이자 등을 지원한다.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민간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청년안심주택제도도 있다. 성북구 안암동에 있는 ‘안암생활’도 청년 주택의 일환이다. 그러나 지원 정책 대부분은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다. 지난 4월 접수된 청년안심주택 청약 신청은 전체 경쟁률 58대1이었으며, 1순위 평균 경쟁률은 24대1이었다. △생계·의료·주거급여 수급자 가구 △보호대상 한부모 가족 △차상위계층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안심주택의 1순위 경쟁률도 상당한 실정이다.

  학생들은 아직 자가를 마련하는 시기가 아님에도 주거 부담을 실감하고 있었다. 이재현(서울과기대 인공지능응용23) 씨는 “청년 사이에서 내 집 마련에 회의를 느끼는 풍조가 강하게 퍼져있는 것 같다”며 “저축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변정현(한국외대 정외21) 씨는 “자립적인 주택 마련은 수도권 밖의 30평 이하 아파트 정도만 가능한 것 같다”며 “부동산 시장이 국가 주도로 운영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국민의 주거 안정성은 보장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전했다.

 

  교통, 훌륭하지만 광역 이동 보완해야

  서울의 교통 인프라는 국내에선 단연 독보적이며 세계적으로도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수입이 마땅치 않은 20대는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며 교통 인프라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2021년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2030의 71.5%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전체 시민의 평균 이용률인 57.9%보다 약 15%가 높은 수치다. 박정하(연세대 간호22) 씨는 “늦은 시간까지 대중교통을 탈 수 있고, 심야버스도 운영해 편리함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 상해에서 국제 학교를 다닌 정연호(미디어20) 씨는 “중국에 비하면 서울의 대중교통은 정말 좋다”며 “환승이 쉽고 배차간격이 짧아 시간 절약이 용이하다”고 밝혔다.

  진장원(국립한국교통대 교통정책학과) 교수는 “서울 내부의 교통 인프라는 세계적 대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면서도 “수도권과 서울을 오가거나 서울의 끝과 끝을 이동하는 광역교통 인프라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2030의 절반 이상이 광역교통을 이용하는데, 9호선을 제외하고는 급행 철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전에서 거주 중인 B씨는 “4호선, 6호선에서 우이신설선으로 환승할 때, 이용자 수에 비해 전철 칸 수가 적어 사람들 사이에 껴있던 적이 매우 많다”고 밝혔다.

  정류장·역 접근 시간과 대기시간이 길어 환승 과정에서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교통 이용 과정에서 총 통행 시간은 실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간, 정류장이나 역까지 가는 시간, 환승이나 배차 대기 중 소요시간으로 나뉜다. 대구 출신 본교 재학생 A씨는 “환승 시 지하철 플랫폼 간 거리가 대구보다 길어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부산 출신 직장인 이채원(여·27) 씨는 “홍대입구역 2호선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할 때는 역 하나 거리를 걸어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브라질 쿠리치바의 BRT(Bus Rapid Transit)를 참고해 버스중앙차로제 등을 확대하고 대중교통 경쟁력을 키울 것을 제안한다. BRT란 정류장 지표면에서 버스 간 환승을 가능케 해 짧은 환승 거리와 시간 단축을 장점으로 한다. 버스가 차로의 중앙으로 달리는 버스중앙차로제는 기존 승용차 도로를 버스 전용으로 사용해 대중 교통의 경쟁력을 키운다. 진 교수는 “출퇴근 시간 올림픽대로의 교통 정체도 BRT 확대로 해소해야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통체증으로 사람들이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 승용차를 많이 타 교통사고가 나거나 배기가스가 발생하는 비용 등을 고려한 사회적 비용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실제 2012년 기준 도로교통 사고비용이 21.2조원으로 GDP의 1.5%였던 것에 반해, 2020년도에는 43.4조원으로 GDP의 2.23%가 됐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감소하지만 사고 비용은 계속 증가한다는 지적이다.

 

토요일 오후, 버스전용차로가 없어 741번 버스가 도로에 갇혔다.
토요일 오후, 버스전용차로가 없어 741번 버스가 도로에 갇혔다.

 

  문화 인프라 체감 각기 달라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서울시의 문화 인프라 집중도가 보인다. 대전 출신 B씨는 서울에서 경복궁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을 이용하며 문화를 즐긴다. B씨는 “서울의 문화 콘텐츠는 계속 다양해지고 유행을 만들어 가기에 다른 지역과 비교가 불가한 것 같다”며 “문화 시설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기에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답했다. 대구 출신 A씨는 “대구 친구 중에 뮤지컬을 좋아하는 친구가 뮤지컬을 보기 위해 매번 서울로 간다”며 “영화를 좋아해 독립영화관에 자주 가는데, 서울에 문화 시설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이채원 씨는 “부산에선페스티벌 한 번 열릴까 말까인데 서울은 골라서 가는 느낌”이라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특정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삶의 질이 확실히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소채화(경희대 미디어21) 씨는 예술의 전당을 종종 방문한다. 소채화 씨는 “문화 시설의 다양성도 중요하나 시설의 질과 콘텐츠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서울 예술의 전당과 롯데콘서트홀은 상급의 음향을 구현하고 다양한 레퍼토리의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문화 시설 중 운동시설을 주로 이용한다는 수원 출신 김모 씨는 “서울에는 사진찍기에 좋은 시설과 유행성 시설이 대다수라 다양성은 떨어지는 것 같다”며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양 출신 최기현(미디어20) 씨는 “서울의 문화 시설은 카테고리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트렌드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며 “인프라가 좋지 않은 시골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지만, 신도시와 서울을 비교하면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민의 쉼터, 서울숲·한강공원

  서울숲과 한강공원은 대표적인 도심 속 녹지 공간이다. 서울숲 구상에 참여한 조경진(서울대 환경설계학과) 교수는 “2003년 서울숲을 구상할 때는 클래식한 공원을 만들고 싶었다”며 “나무와 풀이 우거진 숲과 누구나 뛰놀고 있는 숨통 트인 열린 공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의 그린 인프라 면적은 공원과 녹지는 30.9%, 그 외 크고 작은 요소들을 합해 39%다. 변정현 씨는 “서울의 녹지 공간은 서울 도심 내에서 힐링, 휴양의 테마로 활용되고 있다”며 “시끄러운 도심이 싫거나 날이 좋을 때 분위기를 전환할 겸 공원이나 한강을 방문해 주변 지인들과 잠시 쉬어간다”고 말했다. 오세윤(미디어20) 씨는 “도심에서 살면 삭막한 현대 건축물에 질리기 마련”이라며 “이럴 때 도심 속 녹지가 탈출구가 된다”고 답했다.

  20대에게 서울의 녹지 공간은 쉽게 갈 수 있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조경진 교수는 “녹지 자원과 평지형 공원을 모두 가진 도시는 흔치 않기에 산과 하천 공간을 포함하면 서울의 녹지 환경은 전 세계 어느 도시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며 “20대들은 공원에서 산책하고, 나들이 하고, 식물 공부하고, 공원에서 재즈 콘서트를 경험하는 것이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 교수는 “서울의 녹지 공간은 생긴 게 비슷하고 운동시설을 너무 많이 설치해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며 “주민 의사를 반영해 녹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는 ‘정원도시’를 선언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서울에 2500개 정원을 새로 만들고, 시민 누구나 5분 안에 녹지를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조경진 교수는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며 “구별로 공원녹지 분포가 편중화된 서울시에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현 씨는 “녹지 확대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서울에 남는 땅이 있나 싶다”며 “우리나라의 녹지 공간은 일상보다 관광적 성향이 강하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기현 씨도 “주택 공급이 부족한데 녹지를 확대하면 주택 가격이 오르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글 | 김아린 기자 arin@

사진 | 김태윤·김아린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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