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로 암시장 형성돼

실효성 없는 대안만 난립

제도·인식적 개선 동반돼야

 

티켓 리셀 플랫폼 티켓베이에서 세븐틴 콘서트 VIP 좌석 티켓이 7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티켓 리셀 플랫폼 티켓베이에서 세븐틴 콘서트 VIP 좌석 티켓이 7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의 부정거래를 금지하는 ‘공연법 개정안’이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암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아이유 콘서트의 ‘암행어사’ 정책과 공식 팬클럽 영구 제명, 장범준 콘서트의 NFT 티켓 도입, 각종 추첨제 및 본인 확인 정책 등 공연 기획사와 티켓 판매업체들은 자체적으로 해결 방안을 마련하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관련 법 개정과 소비자 의식 제고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암표 기승에 몸살 앓는 공연계

  암표 거래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대중문화예술종합정보시스템의 ‘온라인 암표 신고 게시판’을 통해 제보받은 암표 신고 건수는 2021년 785건, 2022년 4224건으로 1년 사이 5배 이상 증가했다. 거래 가격 또한 높게 형성된다. 최근 SNS에서 이달 30일 열릴 세븐틴의 콘서트 티켓 양도 게시글을 찾아보고 있다는 정윤희(여·22) 씨는 “VIP석은 80만원까지 추가금을 지불하라고 한다”며 “낼 수 있는 추가금을 제시하라면서 경매 부치듯 판매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말했다. 지난 12월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회장=윤동환)가 발표한 온라인 설문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572명 중 9.7%의 응답자가 암표 거래 과정에서 10만원부터 20만원 사이의 금액을, 3.7%의 응답자들은 20만원에서 50만원 사이의 금액을 추가로 지불했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암시장도 형성됐다. 암표상은 컴퓨터에서 여러 번 입력해야 실행되는 과정을 한 번에 묶어 실행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다량의 티켓을 선점한다. 이들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매크로 예매팀, 온라인 판매팀, 현장 판매팀을 따로 운영한다. 암표상이 기업화된 것이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장은 “최근 암표상들은 분업화 아래 움직이기에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구매자와 실제 암표 판매자가 달라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본회의를 통과한 공연법 개정안은 티켓 구매자와 판매자가 동일한 경우만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암표 판매 플랫폼 역시 다양해졌다. 티켓베이 등 공연 입장권만을 위한 플랫폼뿐 아니라 중고나라, 당근마켓, 솔드아웃 등 각종 리셀 플랫폼들도 티켓 매매의 장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퍼스트티켓, 퍼스트클릭 등 티켓팅을 대신 해주는 업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암시장은 관람객과 공연 업계 모두의 비용을 높이고 있다. 고기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부회장은 “관객은 더 큰 비용으로 공연을 봐야 하고, 공연 기획사는 암표 단속, 혹은 노쇼 처리를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2~3순위의 공연에 쓰일 비용이 암표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현행법은 이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배성희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현재의 경범죄 처벌법은 암표 매매 금지 장소를 오프라인으로 한정하고 있기에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매매를 단속할 수 없다”며 “공연법 역시 시행을 앞두고 있어 추이를 관찰할 필요는 있으나, 매크로 사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급한 건 관련 입법 추진”

  이에 최근에는 양도와 판매 자체를 기술적으로 금지하는 NFT 티켓이 등장했다. 장범준 콘서트에서 처음 도입된 NFT 티켓은 복제나 교환이 불가한 토큰 형태로 판매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암표 판매자들의 티켓 선점 역시 방지한다. 그러나 이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추첨제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친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모 대신 예매하는 자녀들을 암표상과 구별하기 위한 추가 인력와 시스템도 필요하게 된다.

  공연장 인프라 개선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인프라가 높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 암표 거래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이다. 업계 대표자들은 팬들이 공연을 앞자리에서 보고자 하는 수요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윤동환 협회장은 “공연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근원적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매진이 아닌 공연이라도 앞자리에서 보고 싶은 관객이 있다면 암표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공연 산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시급하다 느끼는 것은 암표에 대한 단속과 처벌의 강화다. 고기호 부회장은 “추첨제의 고도화나 NFT 티켓의 확대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암표를 불법으로 정의하고 제한하는 입법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며 “소비자 인식 개선도 암표 매매 행위가 불법임을 자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배성희 조사관은 “경범죄 처벌법은 공공의 기초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경미한 범죄에 대해 벌칙을 규정한 것”이라며 “매크로와 같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습적으로 이뤄지는 불법 암표 매매 행위는 다른 법률을 통해 규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온라인 암표는 처벌 규정이 모호하기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매크로 이용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처벌 수위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처벌 규정뿐 아니라 단속 역시 강화돼야 한다. 배성희 조사관은 “현실적으로 암표 매매를 감시할 인력은 부족한 만큼 적극적인 접수·신고 시스템 활성화, 매크로 방지 기술 개발 등의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 정혜원 기자 hye1@

이미지출처 | 티켓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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