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둠밈(경영대 경영학과) 교수
                                                         조둠밈(경영대 경영학과) 교수

 

  ‘우림과 둠밈’은 출애굽기에 나오는 표현으로 ‘빛과 완전함’으로 번역된다. 조둠밈(경영대 경영학과) 교수의 이름이 그렇게 지어진 건 우연이 아니다. 조경근(불어불문학과 76학번) 교우의 첫째 딸 이름이 ‘우림’임을 들은 교회 목사는 “우림과 둠밈이 구약성서에 함께 나오니 찾아보라”고 지나가듯 말했다. 성경을 펼친 조 교우 부부는 둘째가 태어난다면 딸이 됐든 아들이 됐든 ‘둠밈’이란 이름을 붙이겠다고 결심했다. 

 

  한번 사는 인생, 특별하게 보내자

  “가끔 부산 사투리가 나올 수 있어요. 부산·경남 출신 학생이 찾아오면 그러지 않을까···” 조둠밈 교수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조경근 교우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어머니는 동양화를 전공했다. 조 교수의 어린 시절 취미는 여느 또래와 다르지 않았다. “그 당시 남자들 취미가 다 비슷했죠. 축구, 스타크래프트, 포트리스, 바람의 나라를 즐겼어요.” 그는 자신이 학업 성적은 상위권이었어도 특출난 학생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중학교 때 전교권에 들었지만 1등을 해본 적은 없었어요. 나중에 박사를 하면서 ‘전교 1등을 안 해본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미국 유학을 고민했다.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내게 된 아버지가 “미국에 함께 가지 않겠냐”고 제안해서다. 건축가가 꿈이었던 조 교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뉴욕에 있는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건축 사무소나 프로젝트는 시장이 큰 미국에 많을 거라고 생각했죠. 한번 사는 인생, 좀 특이한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어요.”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부산외고에 진학했고, 1학년을 마치자마자 미국 캘리포니아 밀브레(Millbrae)의 밀스 고등학교(Mills High School)로 전학했다. 

  “외국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래도 제가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어 좋았죠.” 달라진 교실 풍경은 훗날 그가 연구하게 될 분야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 “미시경제 *AP 시험을 위해 독학하다 보니 경제학에 재미를 붙이게 됐습니다.” 2004년 <미주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조둠밈 교수의 고등학교 졸업 평점은 4.0점 만점에 3.977점으로 최상위권에 속했다. 그렇게 그는 코넬대학교에 입학했다.

  조둠밈 교수는 2학년 시절 카우시크 바수(Kaushik Basu,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의 게임이론 수업을 듣고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다. “교수님께선 게임이론을 너무 재미있게 가르치셨어요. 수업은 게임이론을 사회 문제에 적용해 소논문을 만드는 느낌으로 진행됐는데, 그때부터 아예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는 것도 고려하게 됐죠.” 그는 하버드대 대학원에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 진학했다. 전공은 경제학이었다.

 

  “금융은 돈만 버는 학문이 아니다”

  조둠밈 교수는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조교수, 미국 페퍼다인대에서 부교수를 지냈다. 그는 조교수 시절 만난 한 중국인 제자를 기억한다. “런던정경대에서 학생들에게 금융은 돈만 버는 학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중국 유학생 한 명이 한국으로 치면 연금관리공단과 같은 기관에 입사했어요. 유학생에게 입사 소식을 직접 전해 들었을 때 큰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그의 최근 연구 분야는 장기 투자와 거시금융이다. “거시경제의 시각에서 볼 때 금융의 역할은 유한한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거예요. 당장은 저평가돼 있어도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에 돈이 몰려야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높아지는데, 그런 장기 투자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느꼈죠.”

  그에겐 한국에서 일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학자로서 우리나라의 문제를 학문적 시각으로 보며 함께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조 교수는 여러 국내 대학 중 고려대를 택했다. “어릴 때 현주엽과 서장훈 선수의 대학 농구 경기를 보며 자랐습니다. 고려대 농구팀을 응원했어요.” 고려대 교우인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아버지께서 절 당신의 은사이신 한승주 교수님 연구실로 데려가신 적이 있습니다. 한 교수님은 세계적인 국제정치 학자셨고, 외교부 장관으로서 한국 외교에도 큰 역할을 하셨어요. 그분 덕에 고려대 교수님들에 대한 존경이 늘 깊었습니다.”

  고려대에 막 부임한 그의 목표는 장기 투자, 거시금융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반열에오르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훌륭하고 포부가 큰 학생들을 만나게 돼 너무 좋아요. 한국은 세계 어느 곳에 가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나라가 됐어요. 여러분이 그런 나라에서, 그것도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AP: Advanced Placement의 줄임말로, 고등학생에게 대학 과목을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대학 이수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

 

글 | 정세연 취재부장 yonseij@

사진 | 염가은 사진부장 7rr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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