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공과대 건축학과) 교수
                                                                    이황(공과대 건축학과) 교수

 

  이황(공과대 건축학과)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대학 문화를 연이어 경험했다. 2016년에는 플로리다 인터내셔널 대학교에서, 2018년부터는 아주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우리나라가 심한 경쟁사회고 사회적 가치도 다양하지 않다 보니 학생들이 스스로 제약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더라고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취업과 무관한 활동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거죠. 젊은 대학생이 가장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집단처럼 보인달까요?” 그는 대학이 더 따뜻한 공간이기를 바란다.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통해 대학엔 교수-학생 간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젊은 학생들의 고민과 좌절, 실수를 보듬어 줬으면 해요.” 지난 교직 생활을 바탕으로 이 교수는 이제 고려대에서 새로운 교직 생활을 이어간다.

 

  낭만 가득한 ‘건축가의 꿈’

  어릴 적부터 관찰과 상상을 좋아한 이황 교수는 즐거운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어릴 때 과자로 집 만들기 해 보잖아요? 엉뚱할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정말 먹을 수 있는 재료로 집을 지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하며 실현까지 가능한 매력에 건축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는 유순한 학생이었지만 1학년 땐 다소 막무가내였다고 회상한다. “고등학생 때 배웠던 걸 또 배우는 게 지루했어요. 날씨가 좋아서 1층 강의실에서 유리창 너머로 가방을 던지고 몰래 나왔던 적도 있었죠.” 그가 마음을 다잡고 건축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계기는 2학년 ‘서양건축사’ 교재 표지에 있던 토마스 콜(Thomas Cole)의 작품 ‘건축가의 꿈’이다. “큰 기둥 위에 선 건축가가 설계도를 보며 직접 설계한 건물이 지어지는 걸 바라보고 있어요. 작품을 보고 내가 세계에서 거대한 부피를 차지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거기서 많은 사람이 생활한다는 게 멋지게 느껴졌죠.”

  건축학도로서 그는 낭만으로 가득한 대학 생활을 보냈다. “검은색 도면 통을 어깨에 메고 다니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어요. 작업실에서 선후배 동기들과 밤새 내가 짓는 건물을 상상하고 모형을 만들며 힘들지만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냈습니다.” 

  대학에서의 기억들은 그를 교수의 길로 이끌었다. “대학이 너무 좋았어요. 캠퍼스라는 공간이 자유롭고 낭만적이었죠. 대학에 오래 머물 방법을 찾다가 막연하게 교수를 꿈꾸기도 했어요.” 안정적 연구 환경을 제공한다는 이점은 그를 대학에 안착시켰다. “건축학과는 대학을 제외하곤 연구 기관들이 많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이 길을 택했습니다.”

 

  자연과 같은 건축, 수업에도 적용

  이황 교수는 첨단 기술을 융합하는 건축 분야를 연구한다. 생체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건축과 로봇 및 AI를 통한 자율 건축이 그것이다. 그는 자연과 같은 건축물을 만들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건축이 자연을 해치는 인공물로 간주돼 개입을 최소화하는 소극적 건축이 주였어요. 혹은 자연의 형태를 직접적으로 모방하는 식이었죠. 저는 ‘자연과 같은 건축’을 추구합니다. 자연을 비롯한 생명체의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생장하고 조직한다는 점입니다. 도시와 건축이 자연처럼 움직이고 유기적 변화를 구현할 수 있도록 재료와 건설방식을 연구 중입니다.”

  이 교수는 국내 건축학과 최초로 ‘로보틱스 건축’ 과목을 신설하기도 했다. “우선 로봇 팔 프로그래밍과 건축에서의 활용 방안을 배웁니다. 다음으로 학생들이 건물의 어떤 부분이 생명체처럼 움직이고 디자인될 수 있는지, 어떤 재료와 건설방식이 필요한지 실질적으로 고민하고 작업합니다.” 그는 고려대에서 해당 수업을 확장하려 한다. 

  이황 교수는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접할 것을 강조했다. “타 분야의 새로운 내용을 끊임없이 접해야 새로운 건축이 나올 수 있어요. 제 수업에선 지식을 다양하고 능동적으로 배우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습니다. 어떤 단편적인 지식보다도 성장에 큰 동력이 될 거라 생각해요.”

 

글 | 김아린 기획2부장 arin@

사진제공 | 이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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