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두 젊은이의 죽음이 세상에 전해졌다.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꽃보다 남자’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장자연. 이제 막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으며 여배우로서의 인생을 나아갈 줄 알았던 그에게도 역경과 고민이 컸나보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추측이 난무하지만 집에서 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외롭고 절박한 삶의 무게가 있었던 것 같다. 신인 여배우가 성장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날을 기다려왔을지, 어떤 노력들을 했을 지 자세히 알려지는 않았지만 그 어려움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오랜 시간 동안 조연과 모델을 하면서 “나는 힘없는 신인 여배우일 뿐이다”라는 안타까운 글을 남겼다. 그의 진짜 생년월일은 사후에야 알려졌다. 이제 막 서른이었다.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젊은이의 소식도 전해졌다. 이번에는 사회면이다. 한때 나와 같은 교실을 쓰고 한때 같은 과 학생회실을 들락거렸을 지 모른다. 어쩌면 몇 번이나 옆을 스쳐 지났을 지 모르는 정모씨는 자랑스러운 고대에 입학한 지 11년이 지나 싸늘한 시신이 되어 한강에서 발견됐다. 그가 휴학과 복학을 반복할 동안 나도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지만 그가 대학을 중퇴하던 해 나는 학교를 졸업했다. 공교롭게도 나와 동갑인 그들에게 일말의 책임감과 애잔함이 느껴졌다. 분명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잘못된 행동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다.

사회의 안전판이 사라지는 승자독식의 치열한 세계에서 그 파이의 크기조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 수년간의 연습생시절과 무명시절을 견딘 뒤 연예인으로 데뷔하고 그 뒤에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일에 매달리는 연예인들을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곤 한다. 어쩌면 요즘 대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게 되는 과정과 비슷한 것은 아닐지.

분명 현실이 편안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인생의 무게만을 느끼며 혼자 고민하기에 아직 젊다. 극단의 선택이 답이 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등록금과 불안한 미래, 한 고개 넘으면 또 하나가 기다리는 끝없는 ‘스펙’의 언덕들. 분명 고민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옆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정씨는 서울의 11만원짜리 고시원에서 살며 자신을 쓸모 없는 인간이라며 비하했다고 한다. 학비를 내지 못해 졸업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지만 그가 안으로 파고들지만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계절이 바뀔 때는 감정기복도 커진다고 한다. 나만의 문제에 함몰되기보다는 가끔은 주변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서른이 된 지금 20대 시절에 한 가장 의미있는 일을 묻는다면 해외봉사나 사랑의 집짓기와 같은 봉사활동을 꼽겠다. 하루의 시간만 내도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가 일손을 돕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봉사는 그들을 돕는 것이면서 나 자신의 자존감을 세우고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비타민이기도 하다. ‘생색’이나 ‘증명서’ 같은 건 잊고 나 자신을 위해 손을 내밀어보자. 

<씻은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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