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릴케의 편지를 읽고 시를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나의 시는 무엇이며 어디를 향했는지, 무뎌질 첫사랑의 감정처럼 처음의 떨림을 잊고야 말 인연은 아닌지. 며칠을 조용히 기도하며 기다리고 답을 찾아갈 때쯤 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시를 쓰기로, 나는 시를 쓸 운명이라고.

 이성과 논리의 사회과학 전공이기에 저의 시도 그것을 닮아 있었습니다. 전공이 입혀준 옷을 벗지 못한 채 시를 나눌 벗도, 지도 교수님도 없었기에 외롭고 서툰 저의 시들은 끝을 짓지 못해 무책임했습니다. 완성을 노래하는 미완성의 고독한 청춘과도 같은 부끄러운 시였습니다. 그럼에도 눈길 머물러 주신 최동호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며칠 전부터 오늘의 시집에 선정된 선생님의 시들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런 시같은 인연이 닿으니 참 기쁩니다. 또한 릴케의 편지들을 번역하여 선물해주신 김재혁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두 분 모두 뵌 적은 없지만 더 좋은 시를 통해 시인의 꿈을 이루는 것으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저를 허락하시고 기도에 응답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부모님, 인생의 시가 되어준 많은 인연들, 빛나는 가르침을 주시는 정경대 교수님들, 고귀한 이름 차마 올리지 못하지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뿌리내리기 사랑합니다. 학내언론의 역할을 위해 수고하시며 창간지의 귀한 지면에 문학의 자리를 내주시는 고대신문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캠퍼스에 가장 가을다운 가을이 머무르고 있습니다. 저에게 이곳에서의 계절들이 줄어간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잊지 않고 가을이 와주니 참 고맙습니다. 낙엽은 지지만 시는 틔우는 계절, 모든 고대인들의 가슴 속에 청춘보다 뜨겁게 시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더없이 좋은 가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류재민(정경대 행정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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