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발상, 새로운 언어, 새로운 내용을 기대하면서 응모작을 읽었다. 그러나 금년도는 작품 수도 많지 않았으며, 수준도 전년도에 미치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우수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작품 편수는 적었어도 박보경의 "숲의 도란"외 2편,  노정균의 "주판 속을 거닐다" 외 3편, 김성택의 "열탕에서" 외 6편,  류재민의 "뜨거운 사과" 외 4편 등은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박보경의 시들은  '시간의 허기' 라든가 ' '낯선 고요', '생의 마디' 같은 관습적이고 상투적인 어귀를 사용하여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이미 관습적으로 익숙한 언어보다는 자신의 독자적인 언어를 발굴해야 새로움을 줄 수 있다.

익숙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다듬어진 시보다는 참신한 언어를 구사한, 서툴고 거칠더라도 진정성이 있는 시가 독자들에게 공감을 준다.  노정균의 "주판 속을 거닐다" 외 3편의 시는 발상이 새롭다.  '횡단보도가 주판을 굴리'는 등의 발상은 새로우나 이를 끌어나 가는 후반부의 긴장이 떨어진다. 김성택의 "열탕에서"외 6편은 시적 소재를 직접 체험에서 가져 왔다. 발상이 새롭거나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러나 발견된 시적의미가 자연스럽게 시적 구조로 용해 되어야하는데 언어들의 배치가 시적 탄력을 얻지는 못했다.

류재민의 "뜨거운 사과" 외 4편은 무난한 작품이다. 언어들이 자연스럽고 시상의 형상화에 무리가 없다. 한 편의 시가 완결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움 못지않게 역동적인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이 시의 언어에 굴곡을 부여하면서 마무리를 완결시켜야 한다. "뜨거운 사과"는 그런 역동성은 약하지만 '한 겹씩 옷을 벗는 사과', '너무 뜨거워 가지가 손을 놓쳤다'라는 구절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최종적으로 이상의 시편들 중에서 류재민의 "뜨거운 사과"를  우수작으로  김성택의 "열탕에서"를 가작으로 뽑았다. 류재민의 시는 파격보다는 정격에 가깝다. 상상의 내용도 형식의 내용도 그러한데 아직 자기 나름의 시적 어법을 좀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김성택의 시도 현실인식과 결말부분을 종합하는 능력을 보여 주었으나 이를 심화시키는 상상력이 조금 부족했다. 두 사람 모두 대상에 밀착하여 구체성을 부여하면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두 사람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그리고 마지막에서 아쉽게 탈락한 응모자들에게는 격려의 말을 보내드린다.

최동호(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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