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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더러운 중앙광장..

닉네임
김형태
등록일
2009-03-28 11:29:31
조회수
1811
찌그러져 굴러다니는 깡통들, 꾸깃꾸깃한 모습으로 창문을 따라 줄서있는 자판기 종이컵 한 무리, 그리고 회색빛 바닥을 수놓은 셀 수 없는 꽁초와 침자국. 며칠 전 밤 11시 학교 중앙광장 열람실에서 나온 내 눈에 비친 광장입구 풍경이다. 이런 아수라장은 그날 하루만의 모습이 아니다. 중앙광장을 즐겨 찾는 학생들에겐 이미 익숙하고, 또 대수롭지 않은 광경이다. 나 역시도 그래왔고. 하지만 그날의 광장은 휘황찬란한 백주년기념관, 그리고 그 앞의 ‘글로벌 스탠다드'라 적힌 인쇄물과 대비돼 묘한 기분을 들게 했다.

중앙광장 입구(특히 기념관쪽)는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머리를 식히고 흡연을 하기 위해 애용하는 장소이다. 동시에 “(화장실 등의) 공공시설 청결도는 국민들의 도덕수준을 반영한다”는 말이 있듯 고대생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일 밤 마주치는 광장입구는 매우 지저분하다. 밤이 되면 하나의 쓰레기통으로 변하는 것이다.

더러운 입구의 중앙광장은 우선 주사용자인 학생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나 역시 기분 좋게 입구를 나섰다가 기분 나쁘게 출구를 들어온 기억이 있다. 내가 버린 작은 쓰레기 하나가 다른 학우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진 않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학교는 또한 아름다운 야경으로 유명하다. 인근 주민들은 캠퍼스 밤풍경을 배경삼아 학교를 산책로로 즐겨 찾고, 다른 학교 학생들이 놀러오는 일도 허다하다. 하지만 이들이 난장판의 중앙광장 입구를 보았을 때 고대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될지는 명약관화하다. 나아가 파견온 교환학생들에게도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진 않을 것이다. 고대,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해 쌓은 좋은 기억에 자칫 나쁜 느낌을 더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면 지나친 걱정일까.

‘쓰레기통 중앙광장’은 교내 청소 노동자분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학교에서 내 등록금으로 월급 받고 일하는데 뭔 상관이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분들은 거의 우리 부모님 뻘 이상 되시는 분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쾌적한 학교생활에 기여한다. 고대의 소중한 일원인 것이다. 학교의 주체인 학생 우리가 먼저 고대 가족을 아끼지 않으면 누가 그러하냐고 위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경제적으로도 그분들의 노동생산성 하락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학교는 광장 내 지정 흡연공간을 정하는 등의 대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몇 달 전 고파스에서 건물입구에서 담배피지 말라는 골자의 글이 올라왔고 지정 흡연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덧글을 본 기억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생들이 ‘나부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한다’는 유치원 때 배웠을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기는 거다. 학교가 내세우는 ‘글로벌 스탠다드화‘는 단지 삐까번쩍한 건물과 수많은 영어강의만을 뜻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 학생들의 의식 역시 글로벌화 될 때 진정한 의미의 세계고대라는 말은 의미를 갖게 된다.

(김형태 문과대 철학04)
작성일:2009-03-28 11:29:31 163.152.98.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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