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재정비 촉진구역 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가 종로변 55m·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98.7m·청계천변 141.9m로 변경됐다. 종묘 근처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돼 찬반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고려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폐허와 미래 사이 - 이승민(정경대 정외20) 정치권에서 대형 이권이 걸려 있는 부동산 사업을 두고 공방이 오가는 일은 매우 흔하다. 이번 서울시 종묘 앞 고층빌딩 재개발 추진 논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야당 시절과 여당 시절을 가리지 않고 상대 발목 잡기에 혈안이 된 정당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
영화 의 GV(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나서며 나는 첫 일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한국 영화에서 작업 현장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건 처음 봅니다” 그래서 놀랍다는 얘기였다. 왜 우리는 영화에서 일하는 장면을 거의 보지 못하는 것일까.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일이 좋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위험하고 거친 작업 현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의 통찰을 슬쩍 빌려 온다면, 이렇게 해서 노동이 생산물로부터 소외되기 때문이다. 즉 노동자는 상품을 생산하지만 그것은 노동자의 것이 아니다. 다
하루아침에 날씨가 매우 쌀쌀해졌다. 한해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이 실감이 나는 요즘이다. 겨울이 찾아오고 나서야 흘러간 시간을 돌아보며 고대신문을 읽어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형 비대면 강의 부정행위 사건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한 부정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우리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뉴스에 대학교 시험에서 AI를 사용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여럿 보도됐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무작위 출제 방식 시스템, 부정행위 탐지 시스템 등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전에 ‘무엇을 위해 대학에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
별점: ★★★★★한 줄 평: 추위 속 모닥불 크리스마스 자정이 다가오면 설레는 마음으로 두터운 주머니 안에 받고 싶은 선물이 적힌 편지를 넣고 1년 동안 나쁜 짓을 한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보며 잠자리에 들곤 했다. 새벽에 일어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선물이 있는지 확인했던 그 순간, 선물을 받고 기뻐했던 그 추억은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한편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는 산타클로스의 이야기를 아이들로부터 편지를 받고 배달하는 우체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다. 철부지 주인공 제니퍼는 처음엔 단순히 클라우스의 선물
직접 요리를 하기는 귀찮고 배달비는 부담스러운 자취생에게는 정착할 수 있는 식당 한 곳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정경대 후문 주변 지하에 자리 잡은 한식당, ‘동네’가 그런 장소다. 좁은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학생은 물론 교수님과 직장인까지 모여 북적북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단골과 식당 아주머니 사이 가벼운 인사와 담소에서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데 그 정감이 매일 이곳으로 사람들을 부른다. 음식의 가격대가 7500원에서 8500원 사이로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자취생도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달리
독일 본에 오기 전 살았던 서울 구의동 집에서는 역까지 가는 길에 두 개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첫 번째 보도를 건너 공원 앞 자전거 대여소를 지나 두 번째 보도에 서는 순간 신호등에 초록불이 탁 들어온다. 절묘한 타이밍에 감탄한 나는 시민의 편의를 중시하는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독일에서도 재미있는 사례를 모아 보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독일 땅을 밟은 내 눈에 띈 것은 횡단보도 버튼이었다. 기숙사로 가는 길 신호등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다 지쳐 길을 건너려는데 누군가 신호등 기둥의 버튼을 눌러줬다. 독일의 횡단보도 신호
박은준 전문기자
당류가 과다하게 첨가된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가 논의되고 있다. 당류 과다 섭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기대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대립하는 가운데 고려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설탕세, 국민과 국가를 위한 선택 - 김민섭(생과대 환경생태25) 설탕,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한 이당류. 이 분자는 우리의 식습관과 건강을 결정짓는다. 한국인은 하루 평균 57g의 당을 섭취하는데, 이는 WHO 권장 당 섭취량의 1.5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비만, 당뇨, 지방간 등 여러 생활습관
각별한 관심 때문에, 유령이 등장하는 소설들을 연이어 소개하게 되었다. 한강의 유령이 역사적 폭력의 증언자라면, 정보라의 유령은 원념(怨念)을 품은 무서운 타자다. 오늘 소개할 유령은 억울하거나 무섭지 않다. 생시와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산 자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선한 이웃이다. 윤성희의 단편 ‘자장가’에 등장하는 유령이다. 윤성희는 유머를 가장 잘 다루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윤성희가 소개하는 유머는 냉소나 풍자와는 거리가 멀다. 윤성희식 유머는 인간의 선함과 다정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정동 발생 장치다. 작가가 중요하게
고대신문 2030호 2면 ‘대학 LEET 대비 강의, “문제 풀이보다 사고력 향상 도와야”’ 기사를 접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가 1만7000명을 넘자 대학들이 LEET 대비 강의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강의 시간에 시험 기출문제 풀이를 진행한다고 한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성균관대·홍익대 등에도 이런 강의가 개설돼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학생 수요에 부응한다’는 명분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대학에 수능 대비 강의도 가능하다. 대학에 다니며 수능에 재도전하는
을 읽고 나면 잔상이 오래 남는다. 영웅담이나 영화적 전쟁 미학과는 거리가 먼,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다. 마치 전쟁처럼 이 책은 불편하고 논쟁적이며 때로는 추하다. 저자는 전쟁을 미화하지도, 반대로 단죄하지도 않는다. 단지 기자로서 자신이 목격한 전쟁의 현장을 독자가 함께 마주하도록 내버려둘 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라이트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다. 대부분의 기자는 안전지대에서 브리핑을 듣거나 검열된 정보를 전해 받는다. 그러나 라이트는 해병대 정찰대 차량에 올라탔다. 헬멧을
학교 정문 밑으로 쭉 내려가다 보면 손님으로 북적북적한 식당이 보인다. 고소한 된장과 보리밥 냄새가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매장에 들어서면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갖가지 반찬과 찌개가 차려진 식탁에 삼삼오오 마주 앉아 보리밥을 비비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표 메뉴인 보리밥 정식은 열여덟 가지 반찬과 보리밥, 된장찌개 또는 청국장으로 구성된다. 주 반찬으로 먹음직스러운 잡채와 노릇노릇하게 튀긴 전, 쫄깃한 편육이 먼저 나온다. 뒤이어 나오는 콩나물, 고사리무침, 무생채, 멸치볶음, 열무김치 등 다양한 반찬은 우
이탈리아는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별로 뚜렷한 지리적, 문화적, 산업적 특징을 지닌다. 현재는 하나의 국가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서로 다른 왕국과 공국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방문한 도시들은 마치 서로 다른 나라처럼 느껴졌다. 지역별 방언이나 자주 쓰는 표현도 다르다. 예를 들어, 북부에서 ‘브리오슈(brioche)’라 부르는 빵을 남부에서는 ‘꼬르네또(cornetto)’라 하고, 로마에서는 비닐봉지를 ‘부스타(busta)’, 밀라노에서는 ‘사케또(sacchetto)’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북부는 질서,
대학신문에 입사한 뒤 줄곧 취재부에서 일해 왔기에, 고대신문 2029호의 지면 중에서도 학내 사안 보도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갔다. 1면 톱에 실린 학생회관 리모델링 기사는 단지 리모델링에 관한 정보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새로 붙은 건물명을 둘러싼 논쟁도 함께 담았다. 학생 자치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회관 건물에 기업명이 붙는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찰나, 고려대 학내에서는 어떤 의견이 오가는지를 알게 됐다. 다만, 어쩌면 가장 힘 있게 실려야 했을 총학생회의 의견은 담기지 않은 점이 다소 아쉽다. 취재부에
별점: ★★★★☆한 줄 평: 멈춰 서 오늘의 하늘을 살피게 하는 여유 여기 20대 초반의 나이로 서예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한 청년이 있다. 그의 이름은 한다 세이슈(半田清舟). 서예가 아버지를 따라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에게는 결핍이 있는 법. 한 사건으로 인해 한다의 아버지는 그를 시골로 내려보낸다. 애니메이션 은 이 젊은이가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섬마을에 적응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다를 시골로 보낸 사건은 그가 서예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한다. 그동안 그에게 서예
힘겨운 1, 2교시를 마친 월요일 점심시간, 무엇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점심 메뉴를 고민할 때 빠지지 않는 후보 중 하나는 ‘맛식당 연어랑’이다.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에는 연어를 주재료로 한 메뉴가 많다. 점심을 먹기 위해 맛식당 연어랑에 가면 항상 자리가 꽉 차 있다. 운초우선교육관에서 조금 내려와 왼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이 식당이 나온다. 법학관, 교육관과 멀지 않기 때문에 사범대 학생과 법학전문대학원 학생이 많이 온다. 메뉴가 간단해 회전이 빠른 편이라 손님으로 가득 차 있어도 굳이 사람이 빠지기를 기
고려대에서 2년 동안 밴드 동아리를 했던 나는 교환학생도 환대하는 분위기 덕에 싱가포르에서도 기숙사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밴드 친구들과 싱가포르의 중심지인 마리나 베이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에 갔다. 말레이계, 중국계 싱가포르 친구와 한국 밴드 공연을 본 후 무슬림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피자 가게에서 저녁을 먹었다. 모두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우리는 영어와 짧은 일본어를 섞어가면서 대화했다. 한 명이 이 사실을 짚자 다들 이 광경이 참 싱가포르 같다며 웃었다. 문화적 다양성이 싱가포르의 가장 큰 특징이기에 다른 나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는 전 세계 대중가수들에겐 영광스러운 무대이자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행사로 금빛 축음기 모양의 트로피는 음악성과 상업성을 영원히 담보하는 무한대의 우량주다. 그런데 이 시상식에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보수적인 그래미 어워즈’. 자유롭고 개방적인 미국 음악계를 총결산하는 그래미를 왜? 음악 평론가나 전문가들도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보수적이라고만 얘기하지, 그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사람은 없다. 세계 최고의 대중음악 시상식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면 방탄소년단이 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