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활은 한국 대학 문화의 역사에서 독특한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1960년대 후반 시작된 농활은 초창기에는 농촌 계몽운동의 성격을 지녔다. 도시의 교육받은 대학생들이 어렵고 낙후된 농촌지역에 가서 농민들을 가르치고 도와준다는 의미가 강했다. 1980-90년대 민주화와 학생운동 활성화 속에서 농활은 일종의 민중 지향 운동으로 농민운동과의 연대를 추구하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농활은 많이 약화했는데,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 개인화와 바쁜 학업 등이 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 사회 전체 지형에서 농촌 자체의 가시성이 낮
○… 호형들, 민원으로도 총학 선거를 무산시킬 수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소? 이름 숨긴 누군가가 프리즘 호형이 후보 자격이 없다고 학교 안팎에 매일 같이 민원을 넣어, 끝내 프리즘 호형이 출마를 포기했다 그럽디다. 이름 한 번 안 밝히고 키보드 두드려 학생 자치를 흔드시다니, 그 필력과 끈기가 엄청난가 보오. 그런데 소문을 듣자하니, 무슨무슨 기관에서 프리즘 호형의 출마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나 뭐라나. 내년 초 다시 볼 수 있을지 지켜나 봅시다. ○… 세종총학과 단과대에서 후보들이 하나둘 출마하고 있소. 무슨 공약을 갖고
지난 19일, 단체 카톡방에 메시지 한 통이 왔다. ‘붕어빵 줍기 성공하면 5천 원 준대, 이 돈으로 붕어빵 사 먹자!’ 잊을 만하면 도착하는 토스의 리워드 이벤트 메시지였다. 문구만 보면 솔깃했지만 정작 클릭할 의지는 들지 않았다. 이 돈을 받으려면 결국 친구 수십 명에게 링크를 돌려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진행된 ‘꽃돼지 밥 주기’ 이벤트는 더 노골적이었다. 가상의 저금통에 저금하면 동일 금액을 포인트로 돌려주는 구조였으나 다른 사람들에게 링크를 공유해 그들이 링크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검토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에 남아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됐다. 2021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재판관 네 명이 일부 위헌 의견을 밝힌 것에서 같은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이 재판관들은 헌법이 명예훼손의 구제 수단으로 형사처벌을 당연히 전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피해 구제는 정정보도와 손해배상만으로도 가능하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UN 인권 기구가 폐지를 반복
타고나길 참을성이 없어 불편한 곳이 있으면 찾아내 고쳐야만 다음 일을 할 수 있었다. 언젠가 기자가 된다면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가려운 곳을 즉시 긁어주는 기사를 쓰고 싶었다. 개강호에 실린 과학도서관 열람실 축소 기사는 그 대표 격인 글이다. 방학 중 학교엔 사람만큼이나 소식이 뜸하다. 그런데 유난히 에브리타임이 뜨겁길래 들여다보니, 과학도서관 4층 열람실이 사라질 예정이며 공지가 내려오기도 전에 삽을 떴다는 말로 시끄러웠다. 요란한 냄비가 식기 전에 뭐라도 써야겠단 다짐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사실을 가려내는
인공지능(AI)은 이제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정부 행정부터 대학 연구, 민간 산업까지 AI의 도입은 눈부신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고려대학교가 GPU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시해 연구자 누구나 대규모 연산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빠른 도입’이 곧 ‘성공적인 활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 즉 거버넌스와 우선순위의 재정립이다. 인프라 확보만으로는 리더가 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GPU 확보나 데이터센터 확충을 AI 경쟁력의 핵
어떤 예측이 일리 있다고 말하려면 관찰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김난도 교수가 매년 제시하는 ‘트렌드 코리아’도 예외는 아니다. 벌써 2026 버전이 나왔지만, 과거에 제시된 트렌드가 현실과 얼마나 맞아떨어졌는지는 또 하나의 시사점이다. 시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분초를 다투며 사는 경향. ‘분초 사회’는 2024년 대표 트렌드다. 트렌드와 현실의 부합 정도를 엄밀히 논할 능력은 안 되기에 체감으로 얘기하자면, 적어도 지난 2년간은 김 교수가 예상한 사회가 어느 정도 실현됐다고 생각한다. 일상이 된 숏폼 콘텐츠가 그렇다. 우리는 10분
“장애인을 (비례대표로) 너무 많이 할당해 문제” “김예지 같은 사람은 눈 불편한 것 말고 기득권자” “장애인이라 주체성을 가지는 게 아니라 배려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이 한 유튜브 방송에서 자당 김예지 의원을 비하하고 진행자의 욕설 섞인 극단적 언사에 웃으며 동조했다. 이에 장애인부모연대는 즉각 사퇴를 요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접수된 진정의 조사를 개시했다. 논란이 크게 일자 박 대변인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면서도 당사자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되레 한동훈 전 대표의
‘또’라는 수식어가 부족한 산업재해가 또 포항제철소에서 일어났다. 포스코그룹의 올해 일곱 번째 산재다. 20일 오후 2시경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50대 직원 등 6명이 가스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이튿날,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장을 경질하고 이희근 사장이 직접 나서 “철저한 반성과 근본적인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지난 여섯 번의 약속은 모두 공수표였다. 당장 보름 전 포항제철소의 한 파손된 배관에서 누출된 불산가스에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배관 자체의 노후 부식이 원인 중 하나로 의심
송민제 전문기자
공공성 또는 공공의 영역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정에서 형제간 또는 자매간 그리고 우리 집의 엄마 아빠 간 심지어는 사랑하는 연인 간에 공공의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한 가정에 있어 부부의 경우는 우선 그(남자)와 그녀(아내)의 사적 영역이 각각 존재한다. 그러나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둘만의 합의 형성, 일정 부분 서로 지켜주고 침범하기 어려운 공동의 영역, 즉 공공의 영역이 일정 존재한다. 우리 사회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을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 부부간에 지켜야 할 상호 공적인 영역이 만약 무너진다면, 아마 원만한 가정
○… 몇 주 새 대학가의 대규모 비대면 시험 부정행위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소. 어른 호형들이 ‘명문사학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니’하고 놀라던데, 상황을 아는 이들은 일어날 일이었다는 눈치더군. 한바탕 난리가 지난 뒤 내놓은 새 평가 기준에는 60분에 100문제, 비대면 시험용 브라우저 사용, 무작위 모니터링 등 각종 방법으로 무장한 시험 안내가 담겼소. 적은 노력으로 좋은 학점을 받으려고 잔꾀를 부리던 호형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듯하오. ○… 우리 기자 호형들은 동시다발적 부정행위 사태에 이해관계자들의 말말말을 들으려 여기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예산을 정부가 편성한 1703억 원에서 3400억 원으로 2배가량 증액한 내년도 예산 심사안을 13일 의결했다. 시범사업 대상 지역 주민은 내년부터 2년 동안 매달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받게 된다.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에는 벌써 전입이 늘고 있다. 사업지로 선정된 전남 신안군은 전입이 급증해 애초 계획된 사업비 안에서는 대상자를 한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고, 경남 남해군도 사업지로 선정된 10월 전입인구가 9월 대비 357명(131%)이나 급증해 2007년 이
AI 다음은 양자 기술이 대세라길래 물리학 복수전공을 고민하는 중이다. 일단 알아보는 차원에서 물리학과의 전공과목 중 양자역학 도입부 격인 과목 하나를 이번 학기에 수강신청했다. 학점 짜기로 소문난 학과의 어려운 과목답게 매주 나오는 과제 하나 해결하기 쉽지 않다. 결국 지난달 중간고사에서 평균에 못 미친 점수를 받았다. 범위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한 탓인지 성적 분포를 보면 정원 3할이 30점대 아래에 몰렸다. 고전하는 나와 수강생들은 한 국회의원의 말대로 공부 방법을 바꿔보면 어떨까.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은 14일 소
붉은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흰 첫눈이 내리는 계절로 이어진다. 세상의 모든 자연스러운 변화는 결국 피할 수 없는 다음 단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나의 취재부 생활에도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인 깨달음을 가져다준 두 편의 기사가 있다. 고대신문 고연전 특별호 기사 ‘빨라진 프로야구, 흥미 더해 팬심 잡으려면’과 2028호 기사 ‘극회부터 천만 배우까지, 도전으로 이어간 연기 인생’이다. 이 두 기사를 쓰는 동안 기자라는 직업이 가진 우연이 어떻게 필연적인 책임감으로 변모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진실을 좇아야 하는 기자의 역할을 깊이
1997년, 한국은행 입행 2년 차였던 나는 주식시장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하락세를 보이던 주가가 800선 앞에서 반등하면, 심리적 저항선을 지키는 매수세가 유입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급락세가 나타나면, 프로그램 매도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문제 아닌 문제라면, 중앙은행에서 주식시장 분석 업무를 담당하게 된 직원이 주식투자를 해 본 일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팀장이 심리적 저항선이 있기는 한 것인지, 프로그램 매도가 주가에 정말 그렇게 크게 영향을 주는지 물었지만, 시장 참여 경험이 없는 담당자의
졸업한 지 어언 8년. 30대 중반에 들어선 요즘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는 바로 ‘부동산’이다. 올해 초부터 실물 경기와는 다르게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작년 6월 97.7에서 올해 9월 101.5로 상승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마포·성동 등을 중심으로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대출 제한을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거래량은 주춤한 모습이나 앞으로 집값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잔존한 모
대학가에서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하거나 오픈채팅방에서 답안을 공유하는 등 부정하게 시험에 임한 사례가 연달아 적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명문대서 벌어진’이란 수식어까지 붙으며 활발히 공론화됐지만 이 같은 부정행위는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알고도 모른 척하던 문제가 대대적 보도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고려대는 이미 지난해 1학기 교양필수 ‘생명과학의세계’에서 AI 활용 고득점 편법 문제를 겪었다. 학생들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맡기니 공부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했다. 이후 시험의 공정성을 확보하려 전면 대면 시험이라는 ‘직접
유승민 전 국회의원의 딸 유담(인천대 무역학부) 교수의 임용을 두고 나온 불공정 채용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 제기로 시작된 논란은 인천대의 부적절한 대응 탓에크게 번지고 있다. 유 교수가 연구 실적으로 제출한 논문 10건 중 7건은 교수 임용 지원 직전 박사 과정 마지막 학기에 나왔다. 심지어 논문의 제목에 ‘성과피드백’과 ‘다국적기업’ 등이 반복 등장해 논문 쪼개기와 자기표절이 의심된다. 무엇보다 박사 학위 취득 2달, 논문 피인용 수 1회인 유 교수가 어떻게 국제학술지 논문을 다수 발간하고 100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