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예측이 일리 있다고 말하려면 관찰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김난도 교수가 매년 제시하는 ‘트렌드 코리아’도 예외는 아니다. 벌써 2026 버전이 나왔지만, 과거에 제시된 트렌드가 현실과 얼마나 맞아떨어졌는지는 또 하나의 시사점이다.

  시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분초를 다투며 사는 경향. ‘분초 사회’는 2024년 대표 트렌드다. 트렌드와 현실의 부합 정도를 엄밀히 논할 능력은 안 되기에 체감으로 얘기하자면, 적어도 지난 2년간은 김 교수가 예상한 사회가 어느 정도 실현됐다고 생각한다. 

  일상이 된 숏폼 콘텐츠가 그렇다. 우리는 10분 영상은 길다며 15초 내외 콘텐츠를 하루에도 수십 개씩 소비한다. 콘텐츠의 홍수 속 최대한 많은 즐길 거리를 누리기 위해선 한 콘텐츠에 소비하는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보는 것 외 취미도 다채로운 지금을 생각하니 1분 1초의 가치가 정말 금값으로 다가온다. 

  분초 단위로 사는 사람들은 주 52시간을 넘어 4.5일제를 논의하는 사회를 반길지 궁금하다.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벌기를 꿈꾸는, 지극히(?) 정상인인 내게 4.5일제와 분초 사회의 결합이 긍정적으로 다가왔었다. 내 시간을 하고 싶은 일에 쏟는 일상을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내 생각은 직장이 생기며 점차 달라졌다. 간혹 팀원 전부가 야근할 때가 있는데, 나를 포함한 저연차들은 공평한 상황에 놓인다. 모두가 고만고만한 지식으로 상사 지시를 어떻게든 수행할 뿐이다. 옛날처럼 야근을 밥 먹듯이 했을 때를 생각하면, 저연차들은 자의든 타의든 공통된 시간을 함께 보내고 비슷비슷한 경험을 하며 성장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한동안 저연차 간 능력 차이가 유별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발칙한 상상도 한다.

  이 상상의 끝은 지금으로 돌아온다. 자기에게 주어진 수많은 시간을 오로지 재미를 위해 숏폼 콘텐츠에 할애한 사람과 자기 개발에 몰두한 사람의 성장 가속은 기울기를 달리한다. 야근은 물론 있던 업무 시간마저 사라지고 분초도 의미 있게 보내라는 사회에서 업무 퍼포먼스의 질은 온전히 자기 책임이 된다. 

  자유시간이 많은 분초 사회에서 삶은 녹록하지 않다. 의미 없는 야근과 회식에 자기 개발을 할 시간이 없다는 말이 핑계가 된다. 개인이 흘려보낸 시간에 따른 값을 책임져야 한다. 그렇기에 삶에 보다 많은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분초 단위로 끊어진 문장에 무엇을 하며 온점을 찍을지가 아닐까 싶다.

 

<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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