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교류 확대·교육 인프라 개선
일정 연기·소통 부족에 아쉬움도
수익 다각화·세종캠 사업 필요
고려대는 개교 120주년을 맞아 약 7000억 원 규모의 기념사업을 추진해 왔다. 고려대 120주년 홈페이지의 ‘120주년 기념사업’ 페이지에는 건립, 학술, 홍보 등 총 10개 분과에서 인문관 신축 공사와 학술대회 지원사업을 포함한 68개 사업의 진행 상황과 일정이 공개돼 있다. 학생들은 적극적인 시설 개선과 각종 행사 유치를 환영하면서도 계획과 달라진 일부 사업의 축소·연기는 아쉽다고 평한다.
건물 리모델링·학술 행사 호평
개교 120주년 기념사업 학술분과에서는 △개교 120주년 기념 학술대회 지원사업 △Next Intelligence Forum △K-CLUB World Conference 등 여러 학술 교류 사업이 추진됐다. 2023년 시작된 Next Intelligence Forum은 예정된 12회차 중 10회차까지의 강연을 마쳤으며 11·12회차는 내년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는 세계 연구자들과의 상호 연구 협력을 모색하는 세미나 형태의 Next Intelligence Seminar가 새롭게 기획됐다. 연구진흥팀은 “14일 제2회 세미나를 개최했고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구진흥팀에 따르면 고려대는 단과대·학부별 개교 120주년 기념 학술 행사에도 총 3억4000만 원을 지원했다.
건립분과에서는 학생회관, 자연계 학생회관, 고시동, 정경관, 인촌기념관, 사범대학 신관 리모델링 공사와 중앙광장 조경공사 등 총 13건의 사업이 완료됐다. 자연계 중앙광장·인문관·외국인 기숙사 신축과 체육생활관·세종캠 학생회관 리모델링 등 5건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건축팀은 “재작년 3월 개교 120주년 건립분과 사업 성료를 위한 건립분과위원회가 조직됐다”며 “위원회 조직 이후 추진한 건립 사업으로 학생 자치 공간 및 교육·연구·행정 시설 전반에 대한 환경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김혜란(이과대 화학22) 씨는 “자연계 학생회관 리모델링으로 넓어진 동아리 활동 공간과 쾌적해진 시설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고려대에서는 해외 대학 석학이 참여한 △QS Higher Ed Summit : Asia Pacific 2025 △Climate Corps Summer School △S3 Sustainability Forum 등 대규모 국제 행사가 개최되기도 했다. 코엑스 옥외 3D 광고와 개교 120주년 기념 KBS 열린음악회 등 미디어콘텐츠를 통한 학교 홍보도 동반됐다. 대외협력팀은 “이번 기념사업을 통해 교육·연구 환경, 디지털 인프라, 글로벌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도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몇몇 일정·규모, 계획과 달라지기도
이례적인 홍보와 재원을 투입한 기념사업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이한솔(사범대 국교23) 씨는 “학내 시설이 리모델링과 신축에 돌입하는 것을 보며 120주년 사업의 진척을 체감했다”며 “콘센트, 냉난방, 엘리베이터 등 여전히 노후한 일부 시설을 개선해 학생들의 쾌적한 학습 환경을 보장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처럼 전반적인 시설 개선에는 만족하지만 기숙사 등 학생 거주·생활에 대한 추가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도 있다. 이번 기념사업에는 늘어난 외국인 학생을 감당하기 위한 외국인 기숙사 신축만 계획됐다. 건축팀은 내국인 기숙사 증축 계획을 두고 “녹지캠퍼스에 밀집된 기숙사 시설 특성상 부지 확보 및 인허가에 제약이 있다”며 “외국인 기숙사 조성 이후 순차적으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축소된 인문관 공사 규모도 아쉽다는 평이 나온다. 본지 2023호 ‘6년 만에 첫 삽 뜬 인문관… 2027년 3월 준공한다’에 따르면 기존 인문사회관으로 계획됐던 인문관의 신축 규모는 4000평에서 2100평으로 축소됐다. 애초 정경대와 문과대를 함께 수용하는 인문사회관으로 계획됐으나 정경대가 SK미래관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기로 결정하며 공사 계획이 변경된 탓이다. 신주완(문과대 철학25) 씨는 “문과대 학생으로서 대부분의 전공과목이 작은 서관에서만 열려 불편하다”며 “빠른 인문관 준공을 기대하지만 공사 규모가 축소돼 아쉽다”고 했다.
개교 120주년 기념사업은 대부분 서울캠퍼스를 기반으로 이뤄져 세종캠퍼스 학생들은 사업을 체감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윤주안(글비대 표준지식25) 씨는 “세종캠에서 생활하며 120주년 사업으로 인한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며 “사업이 전반적으로 서울캠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 120주년 홈페이지에 안내된 총 68개의 기념사업 중 세종캠에서 진행한 사업은 세종공동캠퍼스 입주와 세종캠 학생회관 리모델링 두 개뿐이다. 재작년 입주가 확정된 세종공동캠퍼스의 구체적인 착공 및 입주 시기는 여전히 미지수다. 세종캠 기획예산팀은 “입주 예정 부지 내 주차장 위치 이전으로 토지매매계약 시점이 연기돼 계획보다 착공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며 “2029년 1학기부터 차질 없이 학사 운영이 시작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세종캠 학생회관 리모델링 준공도 5월에서 12월로 연기됐다. 세종캠 시설안전팀은 “4층 강당 리모델링 추가에 따른 공사 계획 변경으로 공사가 지연됐다”며 “강당을 포함한 내외부 전체 공사 후 12월 초중순 준공이 목표”라고 했다.
기념사업 진행 과정에 학생들과의 소통이 더 필요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월 22일 중앙광장에서 진행된 개교 120주년 기념 KBS 열린음악회는 시험기간 중 개최돼 학생들의 민원이 있었다. 엄두현(문과대 서문23) 씨는 “공연 소음으로 시험 공부와 응시에 방해가 됐다”고 했다. 경영지원팀은 “녹화 일정이 중간고사 기간과 일부 겹쳐 학생들에게 불편을 드린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향후 행사 기획 시에는 학사일정과 중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했다.
고려대는 기념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2년 반 동안 3000억 원 이상의 기부금을 확보했다. 대외협력팀은 “등록금 중심 재정 구조로는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워 기부를 고려대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았다”고 했다. 홍석재(문과대 사회22) 씨는 “고려대가 다른 학교에 비해 유독 기부금에 많이 의존하는 것 같다”며 “자체 수익 사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했다.
글 | 박영민·이경민 기자 press@
사진 | 박인표 기자 inpyo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