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연세대서 부정행위 발각

‘고령사회’, 부정행위 예방 미비

수강 선택권 늘리려 무크 확대

 

‘고령사회에대한다학제적이해’ 과목에서 시험 중인 Trustlock 프로그램.  ※본 사진은 연출된 사진입니다.
‘고령사회에대한다학제적이해’ 과목에서 시험 중인 Trustlock 프로그램. ※본 사진은 연출된 사진입니다.

  1000명 이상이 비대면으로 수강하는 교양선택 ‘고령사회에대한다학제적이해’의 중간고사에서 수강생끼리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문제를 풀고 오픈 채팅방에서 답을 공유하는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연세대의 한 대형 비대면 강의에서도 시험 중 부정행위가 발생하며 파장이 일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대형 비대면 강의의 수요가 높은 만큼 평가 등 관리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종류의 강의를 운영하는 교수진은 학교 차원의 인력·예산 지원 없이 개별 강의 단위로는 부정행위 방지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고려대 원격교육센터는 “무작위 출제 방식 시스템 등을 구축해 부정행위를 방지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부정행위 원천 차단 어려워

  지난달 25일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에서 치러진 ‘고령사회에대한다학제적이해’ 중간고사에서는 부정행위 방지 장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MS에서 제공하는 텍스트 복사 방지 및 문제 셔플 시스템이 사용되지 않았고 원격 시험 보안프로그램 등 별도의 부정행위 방지 프로그램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령사회에대한다학제적이해’를 수강한 A씨는 “일부 학생의 부정행위는 비양심적인 행위가 맞지만 충분히 예견됐다”고 했다.

  대형 비대면 강의의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학기 신설된 고려대 필수교양과목 ‘생명과학의세계’에서도 비대면 시험 중 부정행위가 발생해 지난해 2학기부터 대면 시험으로 전환됐다. 6월 ‘SW프로그래밍의기초’ 기말고사에서는 ChatGPT 출력 이미지를 답안에 첨부한 학생 등 수강생 9명의 점수가 부정행위로 0점 처리됐다. 연세대도 유사한 문제를 겪었다. 지난달 29일 연세대의 ‘자연어처리와챗지피티’ 수업에서 600명이 넘는 학생이 비대면으로 시험을 치는 과정에서 50여명의 부정행위가 파악돼 40명이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행위 예방에 한계가 있지만 대형 비대면 강의가 꾸준히 개설되는 이유는 수강 선택권 확대 때문이다. 원격교육센터는 “학생 사회로부터 교과목 선택권과 수강권 확대를 위해 대형 비대면 강의를 확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받았다”고 했다. 제55대 서울총학생회(회장=이정원)는 인기 강좌의 무크(MOOC) 강의 확대를 공약했고 지난달 28일 학사팀과의 면담에서 4개 강의를 대상으로 무크 강의 개설을 요청했다. 강의 비용 절감도 이유로 꼽힌다. 이정일(이과대 물리학과) 교수는 “대형 비대면 강의 개설로 강의 비용이 크게 절감됐을 것”이라고 했다.

 

  인프라 갖춰 부정행위 막아야

  대형 비대면 강의의 교수진은 시험 부정행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각자 마련하고 있다. 이 교수의 대형 비대면 강의에서는 문항 2만 개가 준비된 문제은행에서 무작위로 퀴즈가 출제돼 모든 학생이 다른 문제를 풀게 된다. 이 교수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시험 시간을 고정하지 않고 다양한 시간대에 응시하게 한다”고 했다. 무크 강의 ‘대운하를통해본중국의정치경제사’를 운영하는 조영헌(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문항 순서를 학생마다 다르게 배치한다”며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함정을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원격교육센터는 ‘고령사회에대한다학제적이해’를 두고 “기말고사에서는 문항 수를 100개로 늘리고 문항당 시간제한을 둘 예정”이라며 “화면 공유나 녹화, 기타 애플리케이션 실행을 차단하는 Trustlock 프로그램과 랜덤 응시자 모니터링을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부정행위를 막는 확실한 방법은 대면 시험 시행이지만 물리적 여건상 쉽지 않다. 조 교수는 “대면 시험은 인력이 충분히 보장될 때 가능하다”라며 “예전에 수강생 500명이 대면 시험을 보도록 했을 때 조교를 10명이나 동원했는데도 통제가 어려웠다”고 했다.

  교수자들은 기술 발전에 따라 부정행위 유형도 다양화하는 만큼 학교와 교수자 모두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 교수는 “교수자는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은 학생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문항을 개발하거나 문제 복사를 방지하는 등 기술 발전에 맞춘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문제은행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고도의 전산 운영 기술이 필요하지만 학교의 행정적·경제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비대면 시험 인프라에 대한 투자 없이 교수들에게 부정행위를 예방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원격교육센터는 “비대면 시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다문항·무작위 출제 방식 시스템, 인공지능 기반 부정행위 탐지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글│김율리·이재윤·홍예원 기자 press@

사진│배은준 기자 ag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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