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연예인의 열애 기사가 많이 보인다. 연초나 연말에 한두 개 나올 법한 열애설들이 한 주에 한 번씩은 나오는 듯하다. 그럴 때면 또 어디서 연예계 스캔들로 덮어야 할 사건 사고가 터진 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연예인의 연애 사실은 기자회견을 할 정도로 중대한 사건이었다. 2001년 보이그룹 ‘god’의 멤버 박준형이 배우 한고은과의 열애 사실을 인정한 후 소속사가 곧바로 박준형의 퇴출을 결정한 사건이 있다. god는 당시 잘 나가던 아이돌이었고 연애에 엄격했던 사회 통념상 그의 열애설은
판다는 자연 번식이 어려운 종이다. 그런데 무려 국내 최초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아기 판다 ‘푸바오’는 임신 소식부터 출산, 육아 모습이 모두 공개되며 우리 국민의 격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푸바오가 만 네 살이 되는 올해 중국으로 떠난다. ‘용인 푸씨’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한국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지만, 3월 3일을 끝으로 한국에서 다시 볼 수 없게 된다. 새벽부터 수천 명이 줄을 서고, 판다 월드 앞에서 곧 떠나는 푸바오를 보기 위해 오픈런을 한다. 단 5분이라도 보기 위해서.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푸바오가 한국에서
지난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많은 수험생들이 어렵다고 말한 이번 수능에서 육각형 연필을 굴린 사람이 있을까?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의 칭찬이 걸린 시험에서 정말 풀리지 않는 마지막 한 문제를 연필 굴리기로 답안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답이 맞았을 때의 짜릿함은 아직도 잊어버릴 수 없다. ‘운’은 연필 굴리며 얻어걸린 답처럼 어떤 인과관계도 설명할 수 없다. 운은 그저 하늘이 내린 선물일 뿐이지, 개인의 실력이나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실력을 쌓을 순 있다. 사진을 찍다
“너는 잘못한 것이 있으면 변명부터 하려고 해.” 고등학생 때 다닌 영어학원 원장님께 들은 짧은 충고 한마디다. 굉장히 부끄러웠다. 치부를 들킨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혼나거나 잘못한 것을 들킬 때면 심장이 빨리 뛰면서 귀가 뜨거워졌고 이를 숨기려 변명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그 후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부터 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사과해야 할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도 하지 않고 말이다. 요즘 들어 이 ‘미안합니다’라는 단어가 나를 갉아 먹는 느낌이다. 내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바보가 됐다. 잘하던 변명
‘흐름’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이다. 이해하기 어렵다. 언제 어떻게 흐름을 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어느 순간 함께 하게 되는 것. 그게 흐름인 것 같다. 한 번 흐름을 타면 나도 모르게 목표에 한발 다가서고 원하던 것을 이룰 수 있다. 고연전 특별호를 준비하고 고연전을 취재하면서 ‘흐름’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조금 구체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5개부 훈련장을 찾아가 고연전을 준비하는 모습을 사진 기획으로 담았다. 평소 보지 못하던 새로운 모습을 접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선수들의 에너지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 에너지를 피부로
사진|김태윤 사진부장 orgnmind@
지난 2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 30분까지 ‘고독(高讀)한 밤’ 행사가 본교 중앙도서관에서 열렸다. 36명의 학생이 4층에서 간식을 먹으며 밤새 책을 읽었다. 영화 상영과 서고 탐험도 진행됐다. 김나현(사범대 교육22) 씨는 “익숙하던 도서관이 새롭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원준 사진부장 mondlicht@
친한 후배가 몇 주 전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안국역 부근의 한 식당에서 하던 시급 1만3000원짜리 홀서빙 아르바이트였다. 왜 관뒀냐는 질문에 그는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거기까지 가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시급은 높지만 사람이 너무 많고 바빠서 조금 힘들더라고요.” 며칠 전부터는 그의 얼굴에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입꼬리가 귀에 걸렸길래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물었다. “제가 어제 과외를 2개 더 잡아서 이제 3개 해요. 예전에 저 알바할 때는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피곤해서 항상 바로 뻗었던 거 아시죠? 지금은 그때
지난 2일 복합문화공간 취재를 위해 김영은 기자와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님을 뵙고 왔다. 시작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컵, 연필 등 책상 위 물건을 제가 임의로 치울 수 있다’는 양해의 말씀을 먼저 드리면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보통 사진 촬영에 집중하다 보면 인터뷰 내용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교수님의 말씀이 귀에 잘 들어오더니, 그중의 말씀 한마디가 귀에 콱 박혔다. “명동에 노점상들 있잖아요. 밤 10시가 되면 중앙에서 통제가 와요. 그럼 그때는 노점상이 없어. 길만 덩그러니 남겨지는 거지
지난 24일 오후 10시 애기능농구코트에 학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스크린에 불이 켜지고 ‘고려대’의 응원이 시작됐다. 대한민국~!(짝짝 짝짝짝) 태극전사들은 고대인의 응원에 힘입어 강호 우루과이에 값진 승점 1점을 따냈다. 오늘(28일) 다시 뜨거워질 애기능농구코트에서 고대인들이여, 승리를 고대하라. 강동우 사진부장 ellipse@
발전은 칭찬보다는 날카로운 의견에서 나오고, 그 비판은 항상 애정어린 마음에서 나온다. 본지는 매주 월요일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지난 회의에서는 ‘사설이란 회사의 의견을 대표하는 글인데, 현재 사설은 우리 전체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물음표 이후 우리는 분명 전보다 발전할 것이다. 또한 비판은 칭찬보다 어렵기에, 그것은 우리의 신문을 사랑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누군가가 생길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 유일한 발전의 방법일지 모른다. 모두가 행복한 세계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세 명의 시인이 속한 청록파는 계절이 바뀌며 바래 가는 색을 자신의 이름으로 상기시킨다. 특히 조지훈 시인은 본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호상비문을 짓는 등 본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호상비문은 본교 응원가 ‘민족의 아리아’에, 박두진 시인의 시 ‘해’는 연세대 응원가 ‘해야’에 차용됐다. 이외에도 4·18 학생시위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바친 헌시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의 시비(詩碑)가 서울캠 국제관 옆에 있다. 이들의 문학작품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글 | 강동우
힘들 때 견디는 자는 이류, 즐기는 자가 일류라는 말이 있다. 수학이라는 학문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으면 수학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수학 교과서도, 학원 선생님도 수학을 즐기는 법을 알려주지 못한다. 잘 몰라도 일단 해봐야만 수학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다. 이해하고 연습하는 게 아니라 일단 연습을 하면 이해가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탄생한다. 적어도 이들에게 수학이라는 학문을 이해할 기회는 줘야 한다. 사실 수학이란 학문에서 재능은 필수가 아니다. 수학과 교
5월 26일, 서울역에서 이른바 ‘묻지마 폭행’이 발생했다. 길을 가다가 어깨가 부딪혔다는 이유만으로 한 남성이 여성을 폭행했다. 피해자는 광대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다. 수사에 진척이 없자 자신의 SNS로 이를 공론화했다. 이 사건은 일 평균 유동인구가 수만명이 넘는 곳에서 발생했다는 점, 약자인 여성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서울역 폭행 사건 피의자는 먼저 시비가 붙은 남성은 그냥 보냈다. 강남역 살인사건에서도 가해자는 앞서 화장실에서 나온 남성들을 지나보냈다.
지난 15일, 제21대 총선이 끝났다. 내게는 성인이 된 후 처음 행사한 한 표였다.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많지는 않았다. 아버지 옆에서 시청한 정치 프로그램이 내가 아는 정치의 전부였고, 선거철마다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후보자 대담회는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되는 정도였다. 정치가 내 삶에 별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독립하면서 이런 생각이 바뀌었다. 대학에 입학해 부모님의 슬하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회를 마주하니, 혼자의 힘만이 아닌 제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n번방 사건 등을 겪으
아쉬움을 접으며 방학의 막바지를 즐기던 중, 고교 동창의 문자 한 통을 받았다. ‘#4560으로 5번, 문자 한 번만 보내줘.’ 지난 12일, 성황리에 끝난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 마지막 회차는 집계 시청률 35.7%로 종편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생방송 문자투표 수는 770만 건을 돌파했다. 쇄도하는 문자에 생방송 중 집계가 불가능해 이틀 뒤에 추가 편성된 특별 생방송 역시 28%가 넘는 시청률로 국민적 관심을 입증했다. ‘트로트 프로그램, 그런 건 할아버지나 보는 거지’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미스터트롯은 모든
글 | 김도희 기자 doyomi@ 사진 | 김혜윤·이희영·김도희 기자 press@
글·사진 | 김혜윤·이희영·김도희 기자 press@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동장군. 추위는 여전하지만 서울 시민의 겨울나기는 각 양각색이다. 누군가에게 겨울은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즐기는 계절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겨울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계절의 한 조각이다. 겨울이니까!예나 지금이나 두터운 옷은 여전하지만, 즐길 거리를 찾아 나선 시민의 발걸음은 가볍다. 영하 13도의 한파에도 남녀노소 모두 서울시청 광장 스케이트장에서 얼음 위를 지친다. 광장시장은 추위를 녹이러 찾아든 시민을 반기는 따스한 김으로 가득했다. 상인 은 따뜻한 어묵 국물 한 그릇으로 자리를 잡은 손님의 몸
1984년 11월 20일 오후 1시쯤, 법대 3백여 명 학생들이 법학관 앞에 모여 학생총회를 열고 "민정당사 농성 사건으로 구속된 학생들이 불참한 가운데 시험을 치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구속된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때까지 2학기 시험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12월 16일에 열린 법대 교수회의에서 시험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학생에 대해서 징계 조치를 가하기로 했고 시험을 제대로 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잘 지도해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글 · 사진 | 심동일 사진부장 sh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