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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마다 다른 생리공결제, 그 이유는?
대학마다 다른 생리공결제, 그 이유는?
  • 박연진·변은민 기자
  • 승인 2018.09.18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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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A 씨는 생리통이 심한 편이다. 매번은 아니지만 정도가 심한 날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아파서 학교에 도저히 갈 수 없는 날엔 그냥 결석을 하고 집에서 쉬었어요. 증빙 서류가 없으면 출석 인정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결석처리 됐죠.” 이렇게 수업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생리통이 심한 여학생들이 불이익 없이 공결을 신청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가 바로 생리공결제다. 2007년 2학기에 도입한 본교에 이어 동덕여대, 서울시립대 등이 최근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다.

 

모성보호 차원에서 시행된 생리공결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교육인적자원부에 생리공결제 시행을 권고했다. 2004년 한 중등교사가 ‘여학생이 생리로 인해 결석하거나 수업을 받지 못할 경우, 출결상황에 관해 병결이나 병조퇴로 처리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이에 인권위는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게 “여성의 건강권 및 모성보호 측면에서 적절한 사회적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모성보호란 여성의 생리적‧신체적 특질을 감안해 여성을 특별히 보호하는 사회적 조치를 뜻한다.

  권고에 따라 본교를 비롯해 성신여대, 중앙대, 연세대 등 여러 대학에서 생리공결제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들이 학교포털사이트를 통해 공결신청을 받고 수업 담당 교수의 재량으로 인정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생리공결제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생리공결제가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박규리(문과대 영문17) 씨는 “생리통이 심한 편이라 수업에 가기 힘든데, 생리공결제를 활용해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대학들이 권고를 받아들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이화여대를 포함한 여러 대학들이 생리공결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역설적으로 서울지역 소재 여대 3곳(숙명여대, 이화여대, 서울여대)이 여기에 포함된다. 내부적인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이 이유다. 이화여대 수업지원팀 측은 “어떤 제도를 시행하려면 전체 구성원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생리공결제를 따로 시행하고 있진 않지만 담당 교수 재량으로 인정 가능한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여대가 생리공결제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생리공결제는 여대에서 가장 필요한 제도라는 주장이다. 최수정(숙명여대 IT공학부16) 씨는 “구성원 전체가 여성인 여대에 생리공결제가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며 “생리통이 있어도 약을 먹고 참거나 감기진단서를 떼서 쉬기도 한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박 모 씨는 “배가 너무 아픈 날에는 그냥 결석을 하고 집에서 쉬었다”며 “여성의 요구를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남용 우려…기간‧횟수에 제한 두기도

  생리공결제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해당 제도의 취지와 무관하게 학생들이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정경대에 재학중인 B씨는 “늦은 오후에 수업이 있었는데 공강 시간이 너무 길어서 생리결석 신청을 하고 집에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문과대 재학생 C씨는 “여행 일정 때문에 수업을 하루 빠졌어야 하는데 그 때 생리결석을 신청했다”며 “주변에서 늦잠을 자거나 놀기 위해 생리공결제를 남용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밝혔다.

  생리 공결제에 대한 악용사례가 드러나면서 제도를 시행하는 학교를 중심으로 ‘생리공결제를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출결이 성적에 반영되는 상황이 있다보니 이와 같은 남용 사례는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본교 보과대 재학생인 D씨는 “여학생들에게 필요한 제도라는 데 공감하지만, 주변에서 오용하는 사례를 보면 제도 자체에 기준이 엄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측은 제도를 폐지하거나, 까다로운 신청조건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서강대는 2007년 생리공결제를 도입했지만 악용 우려로 1년 만에 제도를 폐지했다. 몇몇 학교들은 진단서 제출, 횟수 제한 등의 조건을 두고 있다. 본교에선 한 학기 최대 4일을 사용할 수 있고, 연속 사용은 이틀까지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성신여대는 한 달에 한 번, 한 학기 최대 3일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 제한 뿐 아니라 한 번 사용한 후엔 최소 15일 뒤에 쓸 수 있는 기간 제한도 두고 있다. 이외에도 연세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등이 사용 횟수와 기간을 한정하고 있다. 연세대 학사지원팀 측은 “악용을 아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생리주기를 고려해 한 번 사용을 하면 최소 3주 뒤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리에 대한 근본적 이해 필요해”

  하지만 과도한 조치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도 있다. 한국외대는 지난 7월 절차 간소화와 악용 방지를 목적으로 한 ‘생리공결제 전산화 지침’을 밝혔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측은 페이스 북에 업로드한 ‘교무처 면담 보고’ 카드뉴스를 통해 온라인상으로 생리 기간을 입력해 자동으로 신청서 양식이 생성되는 방식을 공지했으나, 곧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고 생리주기가 항상 일정한 것도 아니다”라는 학생들의 질타를 받았다. 거센 반대 여론으로 이번 학기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전산화는 전면 보류된 상태다.

  악용을 막기 위해 복잡하게 마련한 절차가 생리공결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경우도 있다. 한양대는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생리공결을 신청할 수 있다. 증빙서류에는 양성평등센터 센터장의 직인이 찍힌 생리공결 신청서와 진료확인서가 포함된다. 포털에서 생리공결 신청서를 출력한 뒤, 반드시 병원에서 ‘월경통’이라는 사유가 적힌 진료확인서나 진단서를 받아야 한다. 또 신청서와 진단서를 양성평등센터에 가져가서 센터장의 직인을 받은 후 다시 신청서를 담당 교수에게 제출해야 한다. 제수린(한양대 교육공학과16) 씨는 “절차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생리공결제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생리통이 심한데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는 것부터가 힘들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2013년 2학기부터 생리공결제를 시행한 덕성여대도 한양대와 유사하게 운영해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덕성여대 측은 복잡한 절차로 인해 공결신청이 어렵다는 점을 파악하고 작년 2학기부터 증빙서류 없이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덕성여대 측은 “절차 간소화에 대한 학생들의 요청이 많아 총학생회와 여러 차례 의견 조율을 거쳐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남용 문제는 개선해야하나, 생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혜주(보과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생리공결제는 이전 세대들이 노력해서 얻어낸 여성의 권리”라며 “이런 권리까지 어떤 확인을 통해서 공결을 허락해주는 것은 프라이버시를 훼손하는 것이기에 옳지 않다”고 말했다. 본교 성평등센터 노정민 주임은 “생리는 자연스럽게 매번 오는 것인데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갖고 오라고 하는 것은 생리를 병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사용자들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불이익과 불편을 주는 절차이므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박연진·변은민 기자 press@

일러스트|정예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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