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복지·교육·인권 질문 던져
재원 확보 방안, 세종캠퍼스 이원화도 논의
제21대 총장선거 학생 정책간담회(학생공청회)가 지난 5일 본교 백주년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본지와 KUBS, 일반대학원 총학생회(회장=이정우), 서울총학생회(중비대위장=송형훈)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본교 총장 후보자 6인(김동원, 마동훈, 명순구, 박종훈, 유병현, 정영환 교수)이 내세운 공약을 중심으로 학생 관련 정책들을 점검했다. 후보자들은 1부에서 △학생 소통 △학생 복지 △교육 비전 △학생 인권 주제로 공통질문에 답했고, 2부에서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 및 현장 참석자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각 후보들은 공약 이행 내역 게시에 대해 모두 긍정하며 균형성과표, 공약 추진 일정표 등을 활용해 공약 이행사항을 공시할 것을 약속했다.
[학생 소통] 다양한 정책으로 중요성 강조
학교와 학생 간 소통 방안에 대한 질의에서 학사제도협의회가 언급됐다. 학사제도협의회는 학교와 학생이 학사 제도를 협의할 수 있도록 2017년 마련된 제도다. 명순구 후보자는 “신설 당시를 제외하면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며 “정상 운영이 어려운 원인을 파악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정영환 후보자는 공약으로 내세운 소통참여위원회를 소개하며 “기존 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제도도 제안됐다. 김동원 후보자는 총장과 학생 간 면담 제도인 총장 오피스아워(office hour)의 주기적 시행을 약속했다. 유병현 후보자는 학생통합민원사이트 신설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학생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종훈 후보자는 “소통 부재는 제도 부족보다도 학교가 학생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발생한다”며 의지를 밝혔다. 마동훈 후보자는 “학생과의 소통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며 “학생들의 현재 이야기를 듣고 미래의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학생 복지] 공간 문제와 대학원생 복지 등 논의
학생 복지 정책에서는 서울캠퍼스 공간확보와 대학원생 복지가 화두에 올랐다. 후보자들은 학생회관 및 노후화 시설 리모델링을 언급했다. 유병현 후보자는 “인문사회캠·이공캠 학생회관을 모두 새로 짓고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민주광장 지하 소극장을 지을 것”이라 밝혔다. 마동훈 후보자는 “강의실 활용률이 5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공간 부족보다 낭비되고 있는 공간의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후보자는 “장애인 학생들에게 친화적인 승강기 접근로, 화장실, 소방 시설 등을 만들겠다”며 배리어프리 시설 확충을 제시했다.
대학원생 복지를 위한 공약도 돋보였다. 정영환 후보자는 “현재는 지방 중심적인 병역특례제도를 본교에서도 시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섭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훈 후보자는 “조교 장학금이 하락한 상황에서 생업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대학원생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명순구 후보자는 “교내 지식자산 사업화를 연구비 수주와 연계해 학생들이 혜택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후보자는 올해 편성된 첨단 인재 확대 사업과 지역 맞춤형 인재 양성 예산을 본교로 유치해 “확대된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대학원생 장학금으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마동훈 후보자는 “대학원생은 교육에 참여하는 주체임과 동시에 독립적인 연구자”라며 “연구 수익이 대학원생의 복지와 장학금 혜택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학생식당과 같이 일상 복지 공약도 논의됐다. 박종훈 후보자는 “학생식당은 복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유병현 후보자는 학생식당, 도서관, 기숙사 환경 조사 정례화를 제시하며 “다시는 학생들이 밥값으로 업체와 협상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생 심리상담센터 개선 및 확장도 언급됐다. 박종훈 후보자는 의과대학과 연계한 개선 의지를 밝혔고 명순구 후보자는 양적·질적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외국인 학생의 상담 부분을 함께 지적했다.
[교육 비전] 학생과 학교 위한 방안 제시
교육 비전 정책에서 후보자들은 학생과 학교를 위한 새로운 교육 운영 방안들을 제시했다. 정영환 후보자는 “재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무분별한 정원 외 학생 충원을 삼가겠다”고 밝혔다. 마동훈 후보자는 재정 확보 방법으로 4년 이내에 등록금 의존율을 57%에서 43%까지 내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병현 후보자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으로 융합형 학습을 하면 전공 학위로 인정해주는 제도인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활성화를 약속했다. 박종훈 후보자는 “2021년에는 746명이, 2022년에는 866명이 본교를 자발적으로 떠났다”며 “4차 산업 시대의 변화를 학교가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순구 후보자는 “대학은 자유로운 정신의 발현을 가로막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며 “온라인 공개수업(MOOC), 유튜브 베이스 등을 통해 시대정신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후보자는 융합형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학, 의학, 자연과학에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방식과 인문계의 리더십 과목 개설을 제안했다.
[학생 인권] 철저한 사전 예방과 사후 처리 약속
학생 인권에서는 인권침해 대응과 피해 학생 보호 방안이 논의됐다. 정영환 후보자는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면 일단 임시 처분에 해당하는 분리 처분을 하겠다”며 “학생들의 물적, 정신적 회복을 위해 의과대학과 연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병현 후보자는 과거 성평등인권센터가 직권조사한 예를 들며 센터에 실질적 조사 기능 부여와 인력 보강을 약속했다. 박종훈 후보자는 “가해 교수 복직처럼 대학의 존재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사전 교육 프로그램 강화와 사전 모니터링 제도 도입을 강조했다. 명순구 후보자는 현행 사전 교육 프로그램이 외부에서 도입됐음을 지적하며 본교 최적화 프로그램 개발을 강조했다. 더불어 “학교 비용으로 학생을 보호하고, 그 비용을 가해자에게 구상하는 제도를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처벌을 받은 교수의 복직에 관한 논의도 나왔다. 마동훈 후보자는 “가해 교수가 소청 절차로 복직이 허가되는 경우도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동원 후보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복직할 수 없게 해 2차 가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별질문 시간에는 재원 확보와 세종캠퍼스 이원화 논의가 이어졌다. 모금 수입의 불안정성에 대해 유병현 후보자는 기부자 네트워크와 모금 생태계를 강조했다. 유 후보자는 “모금만을 재원 확충의 유일한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글로벌 인재 학부를 통한 외국인 학생 유치를 설명했다. 박종훈 후보자는 본교의 재정수지 적자 원인으로 자체적 수익사업의 부족을 꼽았다. 박 후보자는 “연세대는 ‘연대빵’으로 100억 매출을 올렸는데 우리는 ‘고대빵’으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며 “다음 총장은 본인 업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안정적 경영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동훈 후보자는 학교 여건 개선과 기부 아이템 디자인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기부금 기반을 임기 마지막 해까지 2000억으로 5배 정도 올리겠다”고 밝혔다.
세종캠퍼스 이원화에 대해 김동원 후보자는 “세종캠퍼스 이원화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지만, 공식적으로 다뤄진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캠퍼스 균형 발전 위원회를 구성해 이원화 캠퍼스의 장단점과 사례를 비교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마동훈 후보자는 “세종캠퍼스 이원화 관련 논의의 사실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우려되는 점을 이야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상설 포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명순구 후보자는 “캠퍼스 이원화는 재정 통합이나 학생 이동과 무관하며, 행정적 지위를 지방대학이 아니라 본교의 다른 캠퍼스로 정의하는 것”이라며 “세종과 안암의 동반 성장 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문제를 학생사회에 방치시키지 않겠다”고 전했다. 박종훈 후보자는 “캠퍼스 이원화 논의는 같은 학우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며 “다음 총장은 이 문제를 일방적인 하향식 접근으로 해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병현 후보자는 “세계 대학 평가는 캠퍼스를 구분해 평가하지 않는다”며 “세종이 발전해야 본교가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영환 후보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교 발전을 위해 세종캠퍼스를 키울 때가 됐다”며 “소통참여위원회에서 학생, 교원, 교수 간의 의제를 통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2차 회의는 오는 15일 진행될 예정이다. 법인 이사회는 2차 회의에서 선출된 3명의 최종 추천후보자 중 1명을 제21대 총장으로 선임한다.
글 | 임예영‧박지후 기자 press@
사진 | 고대신문 pr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