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어천가·무정 초판본 소장

화산서림 기증서도 공개

 

귀중서고에 보관돼 있는 용비어천가 초판본(좌). 귀중서고의 고서들이 단단한 겉표지인 ‘포갑’에 보관돼 있다(우).
귀중서고에 보관돼 있는 용비어천가 초판본(좌). 귀중서고의 고서들이 단단한 겉표지인 ‘포갑’에 보관돼 있다(우).

 

  201호에서 귀중서고 견학 행사가 열렸다. 고려대 도서관(관장=윤인진 교수)은 7700여책에 달하는 귀중고서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도서관은 <홍재전서>, <용비어천가> 초판본, <청구도> 등 귀중 자료를 학생들에게 공개했다.

 

  도서관에서 되짚는 고서의 여정

  귀중서고 견학은 고려 도서관의 역사를 살피는 것으로 시작됐다. 중앙도서관 건물은  1935년 개교 30주년을 맞아 건립됐다. 한국 최초 도서관 전용 건물인 이곳의 한적서고에는 철제 서가가 기둥처럼 박혀 있다.

  한적서고에는 계피 향이 은은히 스며들어 있다. 견학 진행을 맡은 한민섭 학술정보서비스팀 차장이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국 고서는 5개의 구멍을 뚫어 끈으로 묶은 선장본으로 만들어졌다. 내지는 닥나무를 짓이겨 만든 한지로 구성돼 섬유질이 살아 있고 보관이 용이하다. 대나무를 갈아 만든 매끄러운 질감의 중국 도서와 번갈아 만져 보면 한지의 거친 질감이 더욱 생생하다.

  개인문고의 고서는 기증으로 채워졌다. 석주문고, 만송문고, 육당문고, 경화당문고는 모두 기증자의 호를 따서 지은 것이다. 기증 도서들을 차례로 지나 화산문고에 도착하면 화산서림이 1972년에 기증한 고서들을 만날 수 있다. 인사동에 있던 고서점인 화산서림의 운영자가 타계하자 유족들은 인수자를 찾아 나섰다. 미국 컬럼비아대가 인수자로 나섰지만, 귀중한 고서들이 해외로 반출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문화계에서 나왔다. 결국 고서들은 국립중앙도서관 고서위원회 심의를 거쳐 일부는 컬럼비아대로, 귀중본은 고려대에 기증됐다.

 

  귀중서고 속 보물을 만나다

  개인문고 안쪽에 위치한 귀중서고는 육중한 철제 문을 열어야 들어갈 수 있다. 귀중서고에 들어서면 계피 향은 자취를 감춘다. 항온 항습기를 통해 온도와 습도가 철저히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곳에 보관된 <홍재전서>는 조선 정조 문집으로, ‘왕의 책’이라는 품격에 걸맞게 겉표지는 비단, 내지는 최고급 한지로 만들어졌다. 문집의 여러 책 중 첫 번째 책만 닳아 있는 모습에 견학 온 학생들은 웃음을 짓는다. 다음으로 등장한 <용비어천가>는 초판본으로, <훈민정음>의 첫 모습을 담고 있다. 훈민정음을 먼저 적고 한문으로 해석을 수록한 구성이 현대의 책과는 사뭇 다르다. 오래된 책이기에 떨어지고 갈라졌지만, 원본 종이를 물에 세척한 뒤 새 종이를 붙여 책을 보수하는 전통 기술을 사용해 처음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 김정호의 <청구도>, 보물로 지정된 <삼국유사>, 유일한 <무정> 초판본 등도 보관돼 있다.

  견학에 참여한 조영채(심리23) 씨는 “학창 시절 배웠던 용비어천가를 실제로 보게 돼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글 | 정윤서 기자 bono@

사진 | 염가은 사진부장 7rr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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