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도 지난해보다 200명 늘어
‘교육·그린캠퍼스 정책’ 비판
민주묘지까지 2시간 반 행진
지난달 18일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 뜬 태양은 유난히 쨍했다. 이날 성북구의 낮 최고기온은 24.6℃, 자동차의 매연과 아스팔트의 반사열은 학생들이 길가로 나오길 주저하게 만들 법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고려대학교 4·18 학생 시위를 기념하러 올해도 중앙광장에 모였다. 인파는 지난해보다 200명 늘어난 500여명이었다. 총학생회장단 2인만 참석했던 세종캠퍼스에서도 학생 170여명이 대장정에 참여했다. 조성민(사범대 수교24) 씨는 “선배들의 민주주의 정신을 본받고자 참여했다”며 “기조 중 교육정책이 있는 만큼 행진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이 개선된다면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 교육 당국은 무분별한 정책을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엄정후 서울총학생회 인권복지국장이 선창하자 학생들은 세 번 복창했다. 올해 기조문에는 △교육정책 △표현의 자유 △혐오 발언 △그린캠퍼스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담겼다. 기조문 낭독이 끝나자 고대농악대가 단상 위로 올랐다. 북소리가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이어 꽹과리가 장단을 주도했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웃다리 사물놀이’에 학생들의 시선은 일제히 무대에 쏠렸다.
사물놀이를 한바탕 치른 뒤, 김진경 세종 총학생회장과 김서영 서울총학생회장이 함께 단상에 올랐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진경 회장이 발언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모든 불의와 압제에 항거하는 개개인의 한걸음을 시작하길 바랍니다!” 이어서 김서영 회장이 외쳤다. “선배들의 정신과 2024년의 기조를 마음에 새기며 당면한 사회문제들을 용기 있게 해결해 나갑시다!”
이윽고 행진은 시작됐다. 행렬 선두에서 김한범 서울부총학생회장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깃발을 들었고 바로 뒤에서 양 캠퍼스 총학생회장이 행진을 이끌었다. ‘한 사람을 타자화하는 혐오 발언을 멈춰라’, ‘高麗大學校 풍물패연합’이라 쓰인 만장을 앞세운 고대농악대는 꽹과리와 장구를 치며 나아갔다. 학생들은 단과대별로 뭉쳐 행진했다. 기다란 붉은 줄을 이룬 학생들은 본관 앞, 백주년기념관을 차례로 지나 정문으로 향했다. 올해도 언론사 기자들은 정문 앞에 진을 치고 뜀박질하는 학생들을 찍었다.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것은 물론이었다.
행진은 2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학생들은 경광봉을 든 경찰관의 호위를 받으며 나아갔다. 행진을 지켜보던 시민의 응원은 중간중간 활력을 불어넣었다. “고려대학교 파이팅”을 외치던 윤봉노(남·86) 씨는 “고려대학교에서만 진행하는 행사라 더욱 특별한 것 같다”며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기온이 점점 올라 도로에서 아지랑이가피어날 때쯤 행렬은 국립4·19민주묘지에 다다랐다. 장엄한 음악이 흐른 뒤 양 캠퍼스 학생회장은 기념탑에 참배했다. 뒤이어 학생들도 대열을 갖춰 입장해 한 줄씩 앞으로 나와 묵념했다. 그들은 참배 후 제1묘역으로 향했다. 유독 ‘金曰寧(김왈영)’이란 이름이 새겨진 묘지 앞에서 학생들은 한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故 김왈영(화학과 54학번) 교우는 2020년 유일한 본교 4·19혁명 희생자로 확인됐다.
묵념을 마친 학생들은 하나둘씩 민주묘지를 떠났다. 김서영 서울총학생회장은 “3번째로 참여하는 4·18 구국대장정인데 올해 참여자가 가장 많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김주환(과기대 컴퓨터융합24) 씨는 “행동하고자 했던 선배들의 정신이 마음을 울렸다”며 “4·19민주묘지에 직접 오게 돼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글 | 노진기 기자 nobita@
사진 | 한희안 기자 onefrea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