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수학 융합해 디지털화

“강의 통해 학과 간 장벽 뛰어넘길”

 

민경현 교수는 “융합전공을 통해 다양한 학문에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경현 교수는 “융합전공을 통해 다양한 학문에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 속 인문학 위기에 본교에서도 인문학 부흥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문과대학의 ‘인문융합세미나’ 강좌가 그중 하나다. 2017년 신설된 인문융합세미나는 인문학을 중심으로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타 학문 지식을 융합하는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학기엔 ‘생명과 삶의 치유를 위한 의료인문학’, ‘생명, 의식, 인간: 뇌과학과 인공지능을 통해서 본 인간’ 등이 개설됐으며, 이번 학기는 민경현(문과대 사학과) 교수와 김홍중(이과대 수학과) 교수가 함께 ‘역사와 AI: 전쟁사 데이터 처리’ 강의를 진행 중이다. 민경현 교수는 “21세기 공부는 독백이 아닌 대화”라며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과도 이야기하며 여러 학문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조언한다.

 

- ‘인문융합세미나’ 신설 배경은

  “본교 선배님이신 박준구(철학과 62학번) ㈜우신켐텍 회장의 기부로 시작됐습니다. 취지는 전통적인 기존 학과의 벽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도하고 개척해 보라는 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타 학과 교수님과 함께 학생들에게 기존 학문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인문학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강의는 문과대학 바깥 교수와 공동으로 새로운 주제를 갖고 한 학기 동안 학생들과 세미나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운영합니다.”

 

- 사학과·수학과 교수가 함께 강의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저는 사학과 역사연구소에서 전쟁 관련 원사료, 1차 사료를 *DB화하는 일을 10년 넘게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직접 수집하고 번역하고 한글화한 자료와 데이터의 분량이 많다 보니 이를 정리하고 가공하는 데에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고 싶었어요.

  김홍중 교수님은 수학과 대학원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하십니다. 김 교수님은 AI 기술을 이용할 원천 데이터에 갈증이 있었습니다. 데이터가 있어야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양측의 결핍이 만나 이번 인문융합세미나로 발전하게 됐죠.”

 

- ‘역사와 AI: 전쟁사 데이터 처리’ 강의 진행 방식은

  “우리 강의는 두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하나는 전쟁사, 구체적으로 한국전쟁의 사료입니다. 저는 1951년 6월 8일 임진강 고랑포에서 대한민국 육군 전투 현장을 기록한 원사료 설명으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연구소에선 한국전쟁 현장을 기록한 사료를 한글로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 작업을 학생들이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한국전쟁에 관한 기본 지식을 먼저 가르칩니다. 한국전쟁을 디지털화하려면 한국전쟁사와 기본적인 군사학, 지리 정보 등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다른 지점은 딥러닝입니다. 김홍준 교수님은 스스로 데이터 패턴을 익히는 ‘딥러닝’의 개념도로 수업을 시작하셨어요. 학생들은 딥러닝 기반 자연어 처리모델 메커니즘을 공부하게 됩니다. 토크나이저 프로그램, 트랜스포머 기반 언어모델, 셀프어텐션 동작 원리 등을 차례로 배우죠.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서 시작하지만 학생들은 BERT와 ChatGPT를 사용해 직접 DB 작업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전쟁 관련 사료를 AI 방식으로 가공하는 시도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역사와 AI: 전쟁사 데이터 처리’ 강의를통해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DB: 데이터베이스. 여러 사람에 의해 공유돼 사용될 목적으로 통합하여 관리되는 데이터의 집합.

 

글|하수민 기자 soomin@

사진|한희안 기자 onefre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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