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최초 초청
29일 백주념기념관에서 진행
제한된 합리성에 주목한 인공지능
제6회 Next Intelligence Forum(NIF)이 ‘인공지능의 근원’을 주제로 오는 29일 백주념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번 강연은 201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마스 사전트(Thomas J Sargent, 미국 뉴욕대) 교수가 연사를 맡았다. 고대신문은 제6회 NIF를 듣기 전 필요한 배경지식에 관해 김진일(정경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 제6회 NIF 기획 배경은
“지금까지 열렸던 NIF는 모두 수학, 과학 중심이어서 이번에는 인문사회계 쪽 주제를 다루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노벨상 시상 분야에 문과라 할 만한 건 문학, 평화, 경제학 정도인데 다른 분야에 비해 경제학 수상자들과의 네트워크가 많아 작년에 학과장으로 있을 때 준비했습니다. 사전트 교수님께는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크리스토퍼 심즈(Christopher A Sims,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님의 지도학생이었던 연으로 부탁드렸습니다.”
- 토마스 사전트 교수의 공로는
“거시경제학을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만들면서도 통계학을 접목하신 분입니다. 이전까지는 거시경제학이 경제 원칙만 추구하면 통계학과 멀어지고, 통계를 많이 활용하면 경제학의 원칙을 놓쳤습니다. 하지만 사전트 교수님은 경제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통계학을 활용하는 방법론을 개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합리적 기대 가설을 이용해 정부나 중앙은행의 정책에 따른 효과를 분석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이전까지는 합리적 기대 가설을 국내총생산(GDP),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변수에 적용하는 게 어려웠어요. 80년대에 이 연구를 발표했을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20~30년에 걸쳐 중앙은행 같은 경제주체에서 해당 모형을 적용하고 정책적인 효과가 입증됐습니다. 그의 이론은 중앙은행에서 새로운 통화정책을 펼 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합리적 기대를 적용하며 현실과 잘 맞아떨어지기에 의미 있습니다. 이외에도 세계 경제에 따라 투자하는 대기업이나 IMF에서 매년 발간하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같은 곳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 합리적 기대 가설이란
“‘합리적 기대’란 개념 자체는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Jr.) 교수님이 제시했습니다. 미래 경제 상황을 예측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사용해 최선의 판단을 내린다고 가정하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이자율이 낮으면 많이 빌리고, 돈을 빌리면 일을 하고, 일을 하면 경기가 활성화돼 거꾸로 이자율이 높아집니다. 합리적 기대 가설에서는 소비자나 생산자나 중앙은행이나 이 같은 예측을 똑같이 내놓는다고 가정합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예상하고 행동하면 실제로 그 예상이 실현되고, 실현되는 결과를 전문가들이 또 예측해 정책을 만들어 낸다는 겁니다. 이전까지는 미래를 예측할 때 과거의 기대가 시간이 지나가면서 변해간다는 적응적 기대(adaptive expectation) 가설을 적용했습니다. 어제 계획한 일이 있지만, 오늘 축제를 보러 갔다가 이후 일과가 즉흥적으로 또 바뀌는 것처럼요. 하지만 합리적 기대 가설에서는 사람들 머릿속에 일관적인 경제 모형이 있어서 확률적으로 틀릴 수는 있지만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합니다.”
- 사전트 교수의 ‘제한된 합리성’이란
“경제학에서 60년대까지는 합리성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70년대에 루카스 교수님이 말한 합리적 기대에서는 인간이 합리성에 기반해 모든 걸 안다고 가정합니다. 그런데 사전트 교수님은 인간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제시했습니다. 경제 모형은 기본적으로 모든 변수를 알 수 있다고 가정하지만, 실제로 내일 이자율이 얼마일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사전트 교수님께선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예상이 틀리면 수학과 통계학을 통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고쳐나가기 위한 모형화를 연구하셨습니다.”
- 가설 적용의 한계는
“사전트 교수님도 현실에서 경제 모형이 그대로 실현되기가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합니다. 하지만 결과가 예상 그대로 나타나지 않아도, 모형과 얼마만큼 다른지 확인하는 학문이 통계학입니다. 모형을 현실에 가져왔을 때 모형이 맞는데 실패했는지, 모형이 틀렸지만 운이 좋아 성공했는지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합리적 기대가 틀리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가장 먼저 시작해 가설의 단점도 제일 잘 알고 계십니다. 간단한 모형에서는 교수님의 가설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데 모형이 복잡해지면 수학적으로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발전하며 교수님이 만족할 만큼 ‘합리적 기대를 고려한 거시경제 모형’이 60년대보다 많이 반영되고 있습니다.”
- 강연 주제가 인공지능인 이유는
“이번 강연은 논문 ‘Sources of Artificial Intelligence’를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사실 이 논문은 돌아가신 야스미나 아리포비치(Jasmina Arifovic) 교수님을 추념하기 위해 쓴 거예요. 아리포비치 교수님의 연구 분야가 인공지능과 관련이 많습니다. 그래서 사전트 교수님 나름대로 여러 학문에서 봉착한 어려움을 인류가 어떻게 이해하는지, ‘제한된 합리성’이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는 데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시려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인공지능으로 경제학을 바꾸고 싶은 건지, 아니면 경제학을 통해서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싶으신 건지를 강연에서 확인하면 좋겠습니다.”
- 강연을 듣기 위해 필요한 경제학 지식은
“고등학생도 오고, 비전공자도 많이 오는 강연이니까 일반 대중 수준에 맞춰 강연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경제학계에서 아무도 못 알아듣게 얘기하시는 걸로 유명하거든요. 강연 주제가 인공지능인 만큼 전공자 수준의 경제학적 내용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굳이 꼽자면 합리적 기대 가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로 충분해요. 다만 동시통역을 제공하지 않아 영어는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학부생들이 많이 와서 ‘그레이트 마인드’가 자기 분야 밖의 주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영감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글 | 추수연 기자 harvest@
사진 | 염가은 사진부장 7rrl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