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부터 남양주까지 짐 분산 배치

캠퍼스 내 활동 공간 다 합쳐 60평

“교내 대관 실패 시 지출 클 것”

 

지난달 31일 서울캠퍼스 학생회관 5층 복도에 동연 기악예술분과 소속 동아리들의 물품이 쌓여있다.
지난달 31일 서울캠퍼스 학생회관 5층 복도에 동연 기악예술분과 소속 동아리들의 물품이 쌓여있다.

 

  고려대 서울캠퍼스 학생회관의 리모델링 착공 일정이 오는 11월로 확정됐다. 건물 노후도가 심각한 만큼 리모델링을 반기는 목소리가 크지만, 공사로 인해 활동 공간을 잃게 된 단체들은 자치 활동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공사 기간 동아리 활동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예산 지원·대체 공간 대관 등 다방면의 지원이 필요하다. 동아리연합회(회장=전성원, 이하 ‘동연’)는 착공 이전까지 서울학생회관 입주 단체의 물품을 교내·외 공간으로 옮길 예정이다. 

 

  가을 축제 마친 후 퇴거 진행

  전성원 동연 회장은 “10월 7~8일에 열릴 가을 축제를 마친 후 10월 셋째 주부터 각 동아리의 짐을 옮길 것”이라며 “10월 마지막 주에서 11월 첫째 주 사이엔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 말했다. 입주 단체의 물품은 유형과 사용 빈도에 따라 교내·외 공간과 20ft 컨테이너에 보관된다. 자주 사용하는 물품은 서울캠퍼스 4.18기념관, 장기간 사용 계획이 없는 물품은 정릉캠퍼스 진리관과 컨테이너에 보관하는 식이다. 전 회장은 “정릉캠퍼스 물품 보관 공간은 인문과학분과 소속 동아리와 생활도서관이 주로 사용할 것”이라며 “사용하지 않는 서적 등을 보관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지원팀은 “20ft 컨테이너 10개 동이 민주광장에 설치되며 남양주시, 성남시에도 컨테이너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연에 따르면 컨테이너 설치는 가을 축제 준비에 문제가 없도록 10월 말에 이뤄진다.

  리모델링 후 기존 입주 단체가 서울학생회관 몇 층의 몇 호를 사용할진 배정이 끝났다. 학생지원팀에 따르면 대부분의 동아리방은 스탠다드형 옵션으로 지어진다. 소음 방지, 진동 방지, 암막커튼 설치, 천장 높이 조정 등 4개 특별 유형은 희망 동아리가 신청하면 건축팀과 동연이 타당성을 검토한 후 설계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애기능학생회관 역시 11월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는 만큼 동연과 애기능동아리연합회(비상대책위원장=윤지수, 이하 ‘애동연’) 소속 동아리는 4.18기념관 지하 1층 세미나실 B101호와 공연연습실 B106, B107호 총 3개 호실을 동아리 활동 공간으로 공동 이용한다. 지하 1층 B101a, B104, B105, B105a호 등 4개 호실과 지하 2층 전체는 동연 소속 동아리만의 물품 보관 공간으로 사용된다. 동연과 애동연은 현재 공용 이용 공간의 대관 규칙을 작성하고 있다. 특정 단위의 동시 대관 및 장시간 대관을 방지하려는 목적에서다.

  동연은 세 가지 유형의 교외 공간도 대관할 계획이다. 밴드 연습실 유형의 교외 공간은 애동연과 공동집행예산 배분 비율을 합의해 비용을 조달한다. 전성원 회장은 “공용 공간엔 밴드 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다”며 “애동연과 동연의 밴드부를 대상으로 대관 관련 채팅방을 개설해 비용 부담을 조율할 것”이라 말했다. 4.18기념관 대강당 및 소극장의 대관 횟수 역시 기존 학기당 2회에서 무제한으로 변경했다. 댄스 연습실 유형, 세미나실 유형의 외부 공간은 동연 예산을 활용해 대관비를 결제한 상태다. 

 

  동방 부재로 활동 지장 우려

  그럼에도 중앙동아리들은 활동 축소 위축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연행예술 및 기악예술분과 동아리들은 자체 연습 공간 확보와 대관 시간 조정이 어려울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민경 KUDT 회장은 “매주 2~3번 정기 연습이 있는 데다 각각의 댄스 장르마다 개별 공간이 필요해 연습 공간이 턱없이 부족할 것 같다”며 “기존 연습실 사용량이 많았던 동아리에 대관 기회를 더 부여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현 관악부 회장은 “공용 공간 대관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원하는 요일과 시간에 대관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내년 초까지 리모델링이 이어지는 만큼 3월 신춘연주회의 질, 나아가 동아리의 존속에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4.18기념관의 개방 시간이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10시로 제한되는 점 역시 동아리 활동 공간 부족 우려를 키운다. 서울학생회관은 365일 24시간 개방해왔으나 리모델링 중에는 심야와 주말에 동아리 활동이 어려워진다. 학생회관 대관 담당자인 황유진 전 동연 기악예술분과장은 “동연 차원에서 4.18기념관 연장 운영을 학생지원팀에 요청했으나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공간 부족으로 동아리 지출 부담이 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정자연 노래얼 회장은 “리모델링으로 동아리 예산이 줄어들어 전액 동아리 예산으로 지원하던 공연 준비를 일부 참여자 부담으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회관 퇴거와 그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동아리 예산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동아리들은 특히 교외 활동 공간 대관에 재정적 어려움이 클 것이라 토로한다. 황유진 전 분과장은 “4.18기념관만으로는 동아리들의 수요를 절대 감당하지 못한다”며 “4.18기념관 대관 실패 시 외부 연습실을 대여해야 해 동아리 활동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예원 뇌의주름 회장은 “활동 공간이 필수적인 동아리 특성상 외부 시설을 알아보고 있다”며 “대관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연은 동아리 특별 사업 지원금을 편성할 계획이다. 전성원 회장은 “리모델링으로 교내 시설을 이용할 수 없거나 예약이 다 차서 외부 시설 대관 등의 지출 사유가 생기면 특별 사업 지원금을 통해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동연은 9~10월 중 단위별 예상 지출 금액을 적은 신청서를 받아 동연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한 뒤 오는 2학기에 지원금을 배분할 예정이다. 기존에 편성돼 있던 가을 축제 예산 역시 특별 사업 지원금으로 사용하고, 리모델링 관련 지출 이후 보전되는 금액으로 가을 축제를 진행한다.

  동아리의 고정적인 활동 공간이 사라지는 점은 남은 과제다. 정예인 CCC 회장은 “동방은 동아리의 구심점이나 마찬가지”라며 “내년 3월 신입생이 들어올 때도 동방이 없어 홍보가 어려울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리모델링 기간 물리적 공간을 전제로 이뤄지던 활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곳도 있다. 리모델링 기간 휴관에 들어가는 생활도서관(이하 ‘생도’)이 대표적이다. 생도는 반년 동안 도서관의 기능을 하지 못하더라도 서울총학생회(회장=김서영) 산하 특별자치기구로 학생 자치 기록을 보존하는 활동을 이어간다. 지역 사회와의 연대도 강화한다. 박민상 생도 운영위원은 “과거 안암동 카페에 책을 대여해줬던 ‘찾아가는 도서관’ 사업처럼 학교를 벗어나 지역과 어우러지는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글 | 김선우·김채이 기자 press@

사진 | 김준희 기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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