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데미안>, 헤르만 헤세

 

  <데미안>은 싱클레어라는 남자아이가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싱클레어의 친구 혹은 조력자인 데미안은 그에게 통찰을 준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세상을 비판적으로 읽는 방법과 세상이 악으로 규정한 것들의 가치를 알려준다. 

  보통 <데미안>은 ‘선악의 통합적 수용’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이나 칼부림 같은 범죄도 수용될 수 있는 악인가? 아니다. 데미안은 악을 조건 없이 허용하자고 말하지 않았다. 남에게 해를 끼치는, 심지어 자신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 그렇게 행동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악을 수용한 게 아니라 악에 잠식당한 것이다. 어린 싱클레어에게 갈취와 폭력을 일삼는 프란츠 크로머도, 알폰스 베크를 만나고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는 싱클레어 자신도 악에 잠식당한 예다. 

  선악의 통합은 악을 자신의 일부로 수용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가능하다. 이분법적 구분에 따르자면 데미안은 악한 세계에 속하나, 굉장히 섬세하고 창의적이며 진취적인 소년이다. 타성에 젖은 대부분 사람과 달리 새롭고 비판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마지막에 데미안이 싱클레어의 내면에 나타나는 건, 결국 싱클레어가 선악의 이분을 극복하고 완전한 자아의 성장을 이뤘다는 뜻이다. 분석 심리학적 해석에 따르면 애초에 데미안은 싱클레어 내면의 일부라고도 한다. 꼭 악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꽤 많은 특성과 취향을 감추고 살아간다. MBTI를 예시로 들어보자. T가 70%고 F가 30%인 성향일 때, 스스로를 T로 단정하고 나머지 30%의 F를 지워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성격 중 일부를 숨기거나 배제하면 자아의 일부가 유리된다. 다양한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스스로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난 투박하고, 부정적이고, 염세주의적이고, 냉소적인 유머를 가진 사람이지만, 귀여운 것들을 좋아하고 가끔은 긍정적이며 감성적이고 섬세할 때도 있다. 선과 악이 통합될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하고 개성 있는 자신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때, 비로소 삶은 더 풍부하고 행복해진다. 

 

조용주(디자인조형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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