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한반도 개입 가능성 커져

살상 무기 지원엔 신중해야

“북방 외교 여지는 열어둬야”

 

남성욱 원장은 “소련군이 일본 패망 직전 한반도에 진입한 것이 분단으로 이어졌다”며 “33년 만에 러시아 함정이 북한 항구에 입항한 것은 경계가 필요한 지점”이라 짚었다.
남성욱 원장은 “소련군이 일본 패망 직전 한반도에 진입한 것이 분단으로 이어졌다”며 “33년 만에 러시아 함정이 북한 항구에 입항한 것은 경계가 필요한 지점”이라 짚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규모가 올해 말까지 1만9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복 북한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이끄는 선발대가 전선으로 이동 중이란 첩보도 보고했다. 파병을 대가로 북한군이 첨단 군사 기술과 실전 경험을 얻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러시아가 참전 보상을 지급하는 순간,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후엔 우리도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북한군의 역할은 무엇인가

  “북한군이 배치된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은 최전방입니다. 사상자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 지역엔 우크라이나 군과 러시아군이 각 3~4만 명가량 배치돼 힘의 균형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1만 명을 웃도는 북한군이 러시아군에 합류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북한군이 치명상을 입긴 힘든 수적 구조죠.

  전장이 개활지대라 파병 북한군의 주력 부대인 폭풍군단의 작전 수행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사방이 뚫려 있는 지역에선 특수작전 수행이 힘들기 때문이죠. 그러나 폭풍군단 부대원들은 최소 1년 이상 특수훈련을 받은 정예 병력인 데다 참호전 특성상 대규모 살상이 발생하긴 어려워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사일과 드론이 활용된다는 점도 북한군이 총알받이로 쓰일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죠.”

 

  - 북한의 참전 명분은 정당한가

  “북한군은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남부 회랑이 아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침공한 지역에 배치됐습니다. 지난해 체결된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북한군 참전 명분이 있기 때문이죠. 조약 4조엔 북·러 중 일방이 공격을 받으면 다른 쪽이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킨 쪽은 러시아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을 점령한 상태에서 선제공격을 했기에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북한군 참전의 명분이 되긴 어려워요. 러시아에선 7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군이 파병됐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북한군 파병에 정당한 명분이 없고 북한과의 군사 협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외교적 대응엔 한계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안보리 결의에 거부권을 갖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하고요.”

 

  - 북한이 파병 대가로 받으려는 것은

  “대륙 간 탄도미사일(이하 ‘ICBM’), 정찰위성, 핵추진잠수함 기술 이전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7년까지 6차 핵실험을 진행하며 약 50개의 핵탄두를 개발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핵탄두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전투기에 싣는 방법보단 ICBM에 싣는 게 효과적이죠. 북한은 미국까지 닿을 수 있는 ICBM의 엔진은 개발했지만, ICBM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약 6000℃의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재진입 기술은 아직 부족합니다. 핵추진잠수함은 바다 깊숙이 숨어 핵무기를 쏘아 올릴 수 있어 북한은 핵추진잠수함 기술도 탐내고 있어요. 김정은 위원장이 기대하던 정찰위성 발사가 지난 5월 실패했기에 기술 이전에 대한 의욕도 큽니다. 

  만약 파병 북한군에서 사상자가 발생해 러시아가 보상으로 군사 기술을 이전하면 북·러가 레드라인을 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는 하나의 명분이 될 겁니다.

  한국전쟁 이후로 대규모 실전 경험이 없었던 북한군이 전장을 경험한다면 군사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드론, 미사일 등 첨단 장비가 동원되는 현대전을 북한군이 경험하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 가능성도 커졌나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자료 중 제주 국제위성센터에서 촬영된 사진을 보면 러시아의 군함이 지난달 북한 청진항에 정박했습니다. 약 3000명의 북한군을 러시아로 실어 나르기 위한 용도로 보입니다.

  1991년 이후 처음입니다. 1945년 8월 8일 소련의 일본에 대한 선전포고 이후 만주에서 지금의 북한 영토로 병력을 진군시킨 것은 한반도 분단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었죠. 이번 러시아 군함의 북한 항구 입항은 70년 전 악몽을 재현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어요.

  게오르기 지노비예프(Georgy Zino viev) 주한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대한민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으면 러시아 군대가 북한에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의 개입은 없을 거라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북한이 공격을 받는다면 러시아군이 북한에 진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거죠. 남북 대치 국면에서 북한이 곤경에 빠지면 과연 블라드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의 파병 요청을 거절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우리가 북한 도발에 대응하다 확전으로 이어진다면 러시아가 이를 구실삼아 한반도로 병력을 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북한은 파병 소식을 숨기는 모양새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이 전투부대가 아닌 공병부대를 파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식이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싸우러 갔다고 하면 안심할 수 있는 가족은 없겠죠. 그래서 북한 내부적으로 전투부대 파병을 비밀로 유지하려 합니다. 정보 통제를 위해 파병 군인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그 가족들을 집단으로부터 격리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소문은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농번기에 군인들이 해외로 나간 것을 두고 곧 북한 내에서 의문이 커질 겁니다.

  파병 사실이 알려진다면 민심이 동요하겠죠. 그러나 북한은 철저히 통제된 사회이기에 북한 정권에 위협이 되진 않을 겁니다. 최근 국내에선 김정은에 대한 경호 강화를 두고 ‘파병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걱정해서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다소 낙관적인 분석입니다. 하마스 최고지도자가 잇따라 사살된 것을 본 북한 정권이 암살 위협을 의식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죠.

  오히려 북한은 국제사회 비판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파병을 인도적 지원이라 보긴 어렵기 때문에 북한은 국가정보원의 발표로 참전이 공개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 참관단은 파견해야 하나

  “참관단 파견은 양면성을 띠는 전략입니다. 북한군의 전투 방식을 분석하면 우리 안보엔 도움이 되겠죠. 다만 참관단에서 더 나아가 부대 파병 수준까지 간다면 헌법에 따라 국회 승인이 필요합니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수준에 다다르면 국내에선 정치적 논쟁이 펼쳐지겠죠.

  이를 우려해 국가안보실도 ‘전운 모니터링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현지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과 협력해 북한군을 파악하겠다는 것이죠. 이러한 수준의 파견은 어느 나라든지 가능합니다. 당장 판문점에도 스웨덴 등 영세중립국에서 파견한 인원들로 구성된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있죠. 

  그러나 한국의 전투부대 파병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당장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NATO’)조차도 전투부대를 파병하지 않고 있기에 현재로선 우리나라가 북한군 파병을 이유로 전투부대를 파병하긴 어렵습니다.”

 

  - 국제 공조는 어떻게

  “지난달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에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한국 무기를 원한다는 의사로 해석되죠. 특히 방공망 시스템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인도적 지원을 넘어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역으로 우리가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이기에 선뜻 결정할 수 없습니다. 북한군의 행보를 봐 가며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NATO, EU와의 협력도 마찬가지입니다. 협력의 범위는 간접적인 형태로 제한돼야 합니다. NATO와 동맹을 맺지도 않은 우리나라가 무기를 지원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지난해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한 155㎜ 포탄도 미국에 50만 발은 대여, 10만 발은 수출하는 형태였습니다.

  협력은 정보기관 차원에서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유력합니다. 전쟁 이후 한국과 러시아가 문을 닫고 살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국제정치는 영원히 고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북방외교를 재개할 수 있는 운신의 폭도 확보해야 합니다.”

 

글·사진 | 이경준 취재1부장 ai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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