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탄소 포집성, 숲의 10배

바다숲·갯벌 복원해 생태 살려야

실증 연구 기반의 제도 필요

 

 

  이상기후가 현실로 다가왔다. 올여름, 유례없는 스콜성 기후가 지속되며 시간당 강수량 100㎜ 이상인 호우가 8차례 이상 나타났다. 11월 초순까지 서울의 하루 최고 기온은 20℃에 육박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11일 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세계기상기구)가 발표한 ‘2024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4℃ 높아졌다. 환경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해양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양의 탄소 포집성 주목돼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이 해양과 연안 생태계의 중요성을 명시하며, 바다를 활용한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 전략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진형(생명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특히 갯벌, 염습지, 해초밭 등 해양 생태계가 육상 숲보다 단위 면적당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단 사실이 밝혀지며 *블루카본의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2020년대에 들어서다. 지난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Ocean Breakthroughs’가 발표됐다. 유근제(한국해양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Ocean Breakthroughs’는 해양 분야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에 혁신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5가지 돌파 전략을 제시했다”며 “덕분에 기후변화가 산림과 토양 등 육지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허물어졌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2021년 ‘해양수산분야 2050 탄소중립 로드맵’과 2022년 ‘제4차 기후변화대응 해양수산부문 종합계획’을 수립해 해양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해양을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꼽는 건 해양의 높은 열에너지 흡수력과 탄소 포집성 때문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를 강화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남성현(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오늘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20ppm에 달하는데, 이로 인해 축적되는 열에너지의 90% 이상을 해양이 흡수한다”고 전했다.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수하기도 한다. 미국 해양대기청에 따르면, 해양은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해양의 열에너지 흡수력은 위기에 처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수온은 19.8℃로, 지난 20년간의 평균 수온과 비교해 0.6℃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해양은 이미 과열된 상태인 것이다. WMO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 열 함량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해양 산성화 또한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며 탄소 포집성을 떨어뜨린다.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5년 이후 해양의 산성화 정도는 30% 이상 증가했다. 전진형 교수는 “바다의 이산화탄소 용해도가 낮아지며 기후 시스템이 망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향 해양복원 환경단체 블루사이렌 대표도 “해양이 오염되며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갇히고 있다”며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양을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세조류 대량 배양, 실효는 미지

  해양의 탄소 포집성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인 미세조류 대량 배양 기술이 대표적이다. 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데, 육상 식물보다 성장이 빨라 탄소 흡수력이 10~50배 더 높다. 남성현 교수는 “미세조류를 대량 양식하면 생물 펌프를 통해 해양 산성화를 완화하고 탄소 흡수와 격리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탄소 제거 방법보다 에너지 소비가 적고 2차 오염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 

  미세조류를 이용한 탄소 저감 기술 활성화를 위해 기업과 정부는 협업 체제를 마련했다. 지난해 7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및 한국필립모리스와 미세조류를 이용한 탄소 저감 기술 실증화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총면적 18㎡, 2000L 규모의 미세조류 배양 장치는 연간 2.1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상용화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미세조류 대량 배양 기술이 탄소 흡수보다는 고부가 가치 산물을 추출하고 생산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유근제 교수는 “미세조류는 바이오 제품으로 활용될 여지가 높아 다른 블루카본 후보군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며 “대량 배양 기술은 어느 정도 활성화됐지만 기업에서 탄소 흡수를 목적으로 대량 배양 기술을 상용화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직 해양에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에 상용화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남성현 교수는 “대량 배양된 미세조류가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해양 산성화를 막기 위해선 인공 해양 알칼리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인공 해양 알칼리화 기술을 통해 산성화된 해양에 미네랄이나 석회, 감람석 등 알칼리성 물질을 투하해 산성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알칼리성 물질은 해양 속 이산화탄소와 반응하며 중탄산염과 탄산염으로 변화해 해수 내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낮추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데에 기여한다. 그러나 인공 해양 알칼리화 기술 역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남성현 교수는 “비용 대비 실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기에 상용화가 어려운 기술”이라며 “충분한 효용성이 입증되더라도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구 살리려면 해양 보호부터

  기술 개발에 앞서, 기존의 해양 및 연안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만으로도 탄소 포집성을 지킬 수 있다. 갯벌은 생태계의 보고로서 가치가 클 뿐 아니라 탄소 포집성도 뛰어나다. 1ha당 연간 1~2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안정적으로 저장한다. 전진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갯벌은 매년 약 2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한국 서해안 갯벌은 연간 약 120만 톤을 흡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간척 사업과 연안 개발로 인해 국내 갯벌 면적은 크게 감소했다. 1987년 이후 여의도 면적의 247배에 달하는 갯벌이 상실됐으며, 2003년 약 2550.2㎢였던 갯벌은 20년 만에 약 2443.31㎢로 감소했다. 

  이에 국내에선 갯벌을 되살리기 위한 자연 복원과 기술 복원이 시도되고 있다. 자연 복원은 인공 구조물을 제거하고 인간 개입을 최소화해 갯벌이 스스로 재생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훼손 정도가 심각할 경우, 염생식물이나 해초와 같은 갯벌 식물을 직접 심거나 유실된 퇴적층을 인공적으로 복구하는 기술 복원이 필요하다. 순천만 갯벌은 기술 복원의 대표적인 사례로, 폐염전이 생물 다양성의 중심이자 생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해양수산부의 복원 사업으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총 11.31㎢의 갯벌 면적이 회복됐으며, 2025년까지는 4.5㎢의 갯벌이 복원될 예정이다. 

  해조류 군락인 바다숲을 조성해 탄소 흡수를 활성화하기도 한다. 김형근(국립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명예교수는 “해조류의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흡수되고 산소가 방출된다”며 “해조류 군락은 해양생물의 산란처이자 생육환경으로 작용하며 생물다양성을 증대시킨다”고 설명했다. 2009년 시작된 해양수산부의 바다숲 조성 사업은 2030년까지 5400㎢의 바다숲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기준 바다숲은 총 235개소에 약 317.2㎢가 조성됐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의 ‘바다숲 사업 성과’에 따르면, 바다숲 1ha당 연간 약 3만4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바다숲 조성 사업으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만5600ha의 **갯녹음을 예방했다는 결과도 있다. 

  그러나 사후 관리가 미비하단 지적도 나온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2022년 사업이 완료된 바다숲 121곳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41.3%는 관리가 미흡해 효과가 감소했다. 남성현 교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이관받은 바다숲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해조류 생식 주기에 대한 고려 없이 바다숲을 조성해 역효과를 부르기도 한다”며 “사후 관리를 통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실효성 있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경과 어업을 규제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바다에서 가장 큰 포유류 고래의 죽음은 ‘고래 낙하 효과’로 불릴 만큼 생태계 순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심해로 가라앉는 고래 사체가 한 해 약 2만9000톤의 탄소를 심해에 격리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경이 늘어나면 심해에 격리되는 탄소가 줄어든다. 미국 메인대 앤드루 퍼싱(Andrew Pershing)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고래 개체 수가 급감한 20세기 이전과 비교해 2001년 고래가 격리하는 탄소는 16만3840톤 감소했다. 이재향 대표는 “국내에선 포경과 달리 고래 사체 유통은 불법이 아니기에 포경을 하다 적발될 경우 ‘우연히 그물에 걸렸다’는 식의 주장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어획으로 인한 생태계 질서 훼손과 어업 폐기물도 문제가 된다. 남성현 교수는 “남획으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무너진다면 인류는 계속해 수산 자원을 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폐어망을 건져 나일론을 뽑아내는 블루테크 스타트업 ‘넷스파’의 정택수 대표는 “바다에 가라앉은 폐어망에 물고기들이 걸려 죽는 ‘유령 어업’ 현상이 나타난다”며 “폐어망 자체가 해양 오염인 것과 더불어 유령 어업은 어민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끼친다”고 전했다.

  이에 해양 보호 구역을 지정해 해양 생태계를 보전하자는 ‘30 by 30’ 캠페인이 시작됐다. 이 캠페인은 세계해양협회 71개국이 동참하며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의 30%를 해양 보호 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자 한다. 국내 해양 보호 구역은 지난 8월 기준 습지보호지역(18개소)·해양 생태계 보호 구역(16개소)·해양 경관 보호 구역(1개소) 등 전체 관할 해역의 1.8%에 불과하다. 유근제 교수는 “양적·질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도 효과는 미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남성현 교수는 “아직 보호 구역은 적지만 최근 해양수산부에서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대책’을 수립해 해양 보호 구역을 30%까지 확대할 것을 목표로 삼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보인다”고 전했다.

 

해양복원 환경단체 블루사이렌이 사천 바다에서 해양쓰레기를 육지로 집하하고 있다.
해양복원 환경단체 블루사이렌이 사천 바다에서 해양쓰레기를 육지로 집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양을 기후위기의 해결책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실증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남성현 교수는 “기후위기 완화를 목표로 기술공학적 해법에만 몰두하다 보면 각종 부작용으로 인해 더 큰 기후 비용을 치르게 된다”며 “해양의 작동 원리를 고려한 기초과학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양 기반 기후 테크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택수 대표는 “넷스파를 창업할 때 해양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해 연구 기관과 투자자 네트워크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며 “민관 협력 시스템이 잘 구축된다면 해양 기술 분야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루카본: 해안생태계와 해양생태계에 흡수돼 저장된 탄소.

**갯녹음: 연안 암반 지역에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 조류가 붙어 하얗게 변하는 현상. 

 

글|주가윤 기자 gogumakr28@

일러스트|송민제 전문기자

사진제공|이재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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