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연 기자
이다연 기자

 

  인터넷이 없던 낭만의 시대 1845년. 미국 수필가 헨리 데이비스 소로는 그의 저서에 “영국은 썩은 감자(potato rot)는 해결하려고 노력하면서, 왜 훨씬 더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뇌 썩음(Brain rot)은 해결하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헨리는 정신적, 지적 노력 전반이 쇠퇴하는 경향을 ‘뇌 썩음’이라 명명하며, 영국 국민의 반지성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아직도 뇌 썩음을 치료하지 못한 탓일까? 그로부터 180년이 지난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는 2024년의 단어로 뇌 썩음을 선정했다. 지금은 품질이 낮은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용어로 의미가 변화한 뇌 썩음은 전년 대비 2024년 사용 빈도가 230% 증가했다. 이 확실한 수치는 디지털 시대의 과도한 정보 소비와 그로 인한 부작용이 중요한 화두가 됐음을 증명한다.

  뇌 썩음이라니, 말도 안 된다. 고단한 하루 끝에 포근한 침대에 누워 아이패드로 유튜브 동영상을 틀어놓고 오른손 엄지로 핸드폰 속 릴스를 끝없이 내리는 게 내 유일한 행복인데! 하지만 그 행복의 대가는 꽤 무섭다. 행동 신경과학자 카이라 보비넷 박사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갈수록 주의 집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신이 혼미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깊이 있는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작업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사소한 대화나 사회적 관계 형성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로 인한 외로움과 갈등은 전염병처럼 우리의 일상을 졸졸 쫓아다니고 있다. 맥락적 사고의 결핍도 심각하다. 릴스나 숏츠가 아닌 기사를 읽는 시간도 30초. 헤드에 발끈해선 허공에 주먹질하기 일쑤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우리의 뇌가 얼마나 썩어가는지, 우리의 정신이 얼마나 망가지는지, 우리의 사고력이 얼마나 흐려지는지. 하지만 우리는 뇌가 썩든 말든 개의치 않고 또다시 릴스 속 세상으로 빠져든다. 우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옥스퍼드대 출판부 캐스퍼 그라스왈 사장은 “온라인 콘텐츠를 주로 제작하고 이용하는 Z세대와 알파 세대가 이 단어를 쓰고 있다”라며 “소셜미디어의 부정적 영향을 알면서도 풍자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당신의 뇌는 안녕한가? 잠깐 릴스를 멈추고, 이 질문에 답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라. 뇌 썩음은 더 이상 풍자가 아니다.

 

이다연 기자 dad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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