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견 중인 암스테르담은 ‘운하와 자전거의 도시’라는 별칭에 충실하다. 인도보다 자전거 도로가 더 넓고,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다. 유아차로 개조된 자전거, 하이힐을 신고 자전거 페달을 굴리는 여성, 자전거 전용 주차장 등은 이곳에서 매일같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처음 이곳에 와서 가장 놀랐던 점은 어떤 네덜란드인들은 두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로 방향 전환까지 해내며 자전거를 타는 기행을 선보였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자전거가 우선권을 갖는다. 3순위가 자동차, 2순위가 보행자, 그리고 1순위는 자전거다. 길을 건널 때 자동차들은 나를 기다려 주지만, 자전거는 아니다. 보행자는 자전거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곳에서는 자전거가 왕이다.
네덜란드는 마치 오래전부터 자전거와 함께 살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과거 자동차 보급이 급속히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급증했으며, 특히 어린이 사망자 수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기 시작했고, 시민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현재 암스테르담은 여전히 자전거, 보행자,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로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이용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책과 자전거 이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동시에 시행해 자전거를 타지 않을 수 없는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자전거 고속도로를 통해 전국이 자전거 도로로 연결돼 있으며, 암스테르담은 시내 교통에서 자전거의 분담률이 40%를 넘는다. 이곳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이 없다. 그렇게 자전거는 이 나라의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재빠른 발이 돼 주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의 상징이자 도시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다. 사람들이 힘껏 자전거의 페달을 밟아낼 때마다, 이 자유롭고 아름다운 도시에는 변화의 바람이 함께 흐르고 있다.
육채림(미디어대 미디어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