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절의 문턱인 3월엔 사뭇 달라진 바람과 함께 설렘과 흔들림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일수록 내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잔잔한 안식처를 찾게 되는데, 그런 쉼터가 필요할 때 종암동의 ‘정이정’을 추천한다.

  정이정은 50년 된 구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로 종암동 골목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큰 대로변에서 정이정이 있는 골목으로 접어드는 순간, 여느 주택과 다름없는 현관이 나타나고 마당이 나를 반긴다. 여름내 진한 초록을 가득 안고 생명력을 전해주던 향나무들은 가지치기로 잠시 그 무게를 내려놓고 한결 고요한 모습으로 여전히 마당을 지키고 있다. 운이 좋으면 마당의 작은 주인들인 우지, 마지, 트라, 그리고 정이정을 잠시 방문한 길냥이들이 먼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야외 좌석을 지나쳐 카페 내부로 들어가면, 마룻바닥, 목조 천장 등 주택 특유의 결이 곳곳에 스며 있다. 커피 바 옆에 있는 자개장은 따스한 기억 속 할머니 집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동시에 한쪽 벽면에 있는 모던한 조명과 스피커, 인센스 스틱은 의외로 내부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정이정 고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停(머무를 정), 邇(가까울 이), 庭(뜰 정) 자를 써서 ‘가깝게 머무르는 집’이라는 이름의 한자 뜻에 걸맞게 잠시 스쳐 지나는 곳이 아니라 머무르며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가게의 시그니처인 ‘블랙라떼’와 ‘쑥 인절미 치즈 케이크’는 따뜻함과 함께 정이정만의 색을 더해준다.

  정이정은 ‘Art-Life-Coffee’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정이정은 단순 카페로서의 공간을 넘어서 전시, 독서 모임, 원데이 클래스, 클래식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하는 동네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날씨가 풀린 달에는 ‘정이정 달리기’라는 러닝클럽을 운영하는데, 한 장소에서 출발해 다양한 일상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슬로건의 가운데에 있는 ‘Life’와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각자의 새로운 시작이 가득한 봄엔 가끔 잠깐 멈춰 서서 순간을 음미하고 싶을 때도,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도 있다. 머무름과 잔잔함의 따뜻함을 전해주는 정이정에서 고요함을 느끼는 시간은 다가온 새로운 학기를 향해 나아가게끔 해주는 원동력이자 전환점이 돼줄 것이다.

 

고은서(경영대 경영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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