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안부', 백수린
'눈부신 안부', 백수린

 

  우리는 모두 소중한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상대를 기쁘게 하거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기 위해 때로는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눈부신 안부>는 각자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지 못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미는 어린 시절 언니 해리를 큰 사고로 잃고 어머니와 여동생 해나와 함께 독일에서 살게 된다. 독일에서 있던 여러 일로 인해 해미는 사람에게 받는 상처에 쉽게 두려움을 느끼며 솔직해지는 대신 도망치는 것을 선택해 왔다. 그렇게 몇십 년이 흐른 후 그녀는 우연히 즐겨보던 사진작가의 전시에서 우재를 마주하고, 마침내 회피만 해왔던 과거의 일들을 다시 한번 정면으로 마주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독일과 한국을 배경으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어려움, 재독 교포 2세들의 삶, 큰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아픔, 그리고 오랜 시간 가슴에 묻어둔 사랑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것은 이 소설 속 인물들이 대부분 상대를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비춰볼 수 있다.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진실을 말했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나 또한 이런 상황에서 거짓보다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작중에서 해미가 상대를 위해 한 거짓말이 결국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듯 우리 또한 그러한 순간을 겪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거나, 혹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했던 말들이 내 인생 혹은 타인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던 적이 있지는 않았을까?

  결국 <눈부신 안부>는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자신이 품고 있는 거짓말과 두려움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소중한 사람을 위한다고 믿었던 선택들이 정말 상대를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나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는지 곱씹게 만든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 ‘오늘이 아니면 이 말을 전할 수 없겠구나’라고. 곁에 있는 상대는 영원히 나의 곁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거짓말이 자신의 안에서 계속 맴돌아 죄책감과 후회를 일으킨다면, 당신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 같다면, 더 늦기 전에 진심을 전하자.

 

김소현(글비대 한국학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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