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쩌면 진작 ‘그’의 본래 모습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기 훨씬 이전인 2019년 7월의 일이다. 그의 당시 신분은 신임 검찰총장이었다.
그가 인사권을 어떻게 행사하는지 우리는 그때 이미 알았다. 그는 취임 직후 대규모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직후 70여 명의 검사가 사표를 냈다. 그가 전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5기 후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검찰 내부 반발이 예상보다 컸다. 한 기획통 간부는 당시 인사에 대해 “해도 너무한다”라고 했고, 공안통 간부는 “검찰을 특수통, 아니 그의 라인끼리 해 먹겠다는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그가 자신의 권한에 반대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우리는 그때 이미 알았다. 그와 매일 점심을 함께하던 최측근들은 당시 그의 인사 방침에 대해 “검찰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며 만류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전쟁을 나가는데 싸움 잘하는 장수를 데리고 나가야지. 여기는 어디 집안 출신이니 데리고 가고, 저기는 어디 성씨니까 데리고 가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냐”며 “내가 다 써봐서 잘 알아”라고 했다. 그는 이미 이때도 “내가 해봐서 알아”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가 위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우리는 그때 이미 알았다. 그의 취임 이후 신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대규모 수사 이후 그는 정권으로부터 고립됐다. 그가 보인 반응은 ‘강 대 강’ 대치였다. 조직의 운명을 걱정하는 후배들의 만류에도 그는 정권에 대한 새로운 수사를 연달아 이어갔다. 당시 그에게 반기를 드는 후배는 “내 편이 아니다”라며 내친 이후 정치에 입문해서도 절대 기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검찰총장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주변엔 직언할 수 있는 후배가 아닌 그의 명령에 ‘YES’만 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대규모 사고가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심각한 안전사고가 일어나려면 그 전에 동일한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가 29건, 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이 300건 정도가 존재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이 법칙이 떠오른다. 그의 최측근이었던 법조인은 이런 말을 했다. “2019년 조국 사태 훨씬 이전인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에 그는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다. 이때 모두가 그에게 열광했지만, 그의 선배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포장한 것’이란 말을 많이 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