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초, LA 도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틀 동안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도로를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강한 반발을 표출했다. 멕시코계 이주민의 60%가 캘리포니아주 또는 텍사스주에 거주하고 있기에 LA에서의 시위는 특히 격렬했다. 시위를 직접 목격하며, 미국 사회에서 이주민 문제가 얼마나 뜨거운 논쟁의 대상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시위 당일,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도로 위에서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를 마주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기를 흔들며 “No ban! No wall!”을 외치는 사람들이 도심 곳곳을 가득 메웠다. 저녁이 되자 끊이지 않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도시를 가득 채웠다. 창밖을 내다보니 곳곳에서 반짝이는 경찰차 불빛이 보였고, 시위 현장의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는 듯했다. 이후 뉴스에서는 경찰과 일부 시위대 간 충돌이 발생했다는 보도와 체포자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시위는 거리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다음 날 학교를 가보니, 학생들이 도서관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반이민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었다. ‘이민자 가족을 보호하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일부 교수들은 수업 시간에 이 문제를 언급하며 학생들과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다. 미국 대학에서는 이러한 시위를 단순히 시끄러운 소란으로 여기지 않고, 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시위를 직접 경험하며 미국 사회가 이주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깊이 생각하게 됐다. 흔히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샐러드 볼 사회로 알려졌지만, 그 이면에는 인종 간 갈등과 충돌도 존재하고 있음을 체감했다. 일부 미국인들은 이민자들이 국가 경제와 문화적 다양성을 촉진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불법 이민이 사회적 갈등과 일자리 경쟁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시위와 논쟁을 통해 미국 내 이민 정책이 단순한 법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가치관의 문제와도 깊이 연결돼 있음을 깨달았다. 다양한 민족이 거주하는 미국 사회의 내면을 경험하며, 이민 정책이 미국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수연(보과대 바이오의과학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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