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신사다. 일본의 민족 종교는 신도(神道)로, 일본문화청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일본 종교 인구 비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신도를 믿지 않는 일본의 비종교인들도 신사를 자주 방문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언젠가 일본인 친구에게 “일본 사람들은 정말 신을 믿는 사람이 많니?”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친구는 그렇지 않다는 답을 줬던 기억이 난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거나 애초에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기원할 때의 상징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여 말해 주었다.

  나도 딱히 신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여행할 때 늘 그 지역의 신사를 방문하곤 한다. 최근 방문했던 신사는 후쿠오카에 위치한 다자이후 텐만구이다. 학문의 신을 모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의 학점과 일본어 실력 향상을 빌고 왔다.

  그리고 관광지로 유명한 신사에서는 오미쿠지(おみくじ)와 오마모리(お守り)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오미쿠지는 길흉을 점치는 제비인데, 대길이 나올 때면 앞으로 즐거운 일만 가득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마모리는 흔히 이야기하는 부적이다. 오마모리의 ‘마모리’는 ‘지킨다’는 뜻을 지닌 동사의 활용형이다. 즉, 오마모리는 무언가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주는 부적인 것이다.

  나는 ‘꿈 지키기’라는 뜻의 유메마모리(夢守り)를 구입했다. 악몽으로부터 나를 지켜 준다는 뜻이겠지만, 내가 목표한 꿈을 지켜 준다는 의미로도 해석하고자 한다. 누군가는 이를 보고 상술에 넘어갔다고 하거나 헛된 믿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상징성에 기대어 앞날을 기대해 보는 것도 조금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매너리즘과 회의주의에 빠지기 쉬운 시대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늘 무언가를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믿음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형이상학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든, 내일의 나에 대한 믿음이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날들을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떤가. 기대라는 것은 얼핏 보기에 이기심으로 비칠 수도 있으나 가끔은 그런 작은 이기심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니까.

 

최승민(문과대 국문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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