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형의 삶. 정형되지 않은 삶에 대한 두려움과 갈망은 대다수에게 공존하는 감정이 아닐까?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정해진 대로 살면 되는 현실에 안주하는, 어쩌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고민으로부터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가 두 달간의 파리 여행에 대한 기록을 남긴 산문집이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파리라는 도시를 소위 ‘짝사랑’해 온 저자는 퇴사 후 파리로 두 달간의 여행을 떠난다. 평생을 모범생처럼 살아온 그녀가 40대라는 회사를 그만두기엔 다소 이르게 느껴지는 나이에 퇴사하고 홀로 파리 여행을 떠나는 순간, 우리는 함께 정형을 벗어나 무정형의 삶에 진입한다.
책 속에는 파리에 대한 그녀의 사랑과 설렘이 여실히 드러난다. 흔히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대상을 카메라에 담으면 사진에서 그 사랑이 보인다고들 한다. 나는 이 글을 보고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도시를 설명하기 위해 쓰인 비유와 묘사가 그 모든 것에 애정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그녀는 파리의 전시를 사랑했고, 파리의 공원을 사랑했고, 파리의 치즈를 사랑했다. 이러한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랑이 너무 잘 느껴져 책을 읽으면 마치 타인의 연애편지를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기 전 저자처럼 파리에 대한 환상과 애정이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관심했던 편이었다. 나에게 파리란 ‘너무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하기 쉽다’는 타인의 후기로 정리돼 있었다. 그러나 저자의 눈으로 본 파리는 이러한 내 생각을 바꿨다. 꼭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예쁜 골목길, 아기자기한 상점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고 인종차별을 겪더라도 카망베르 치즈 소스와 홍합을 먹는 것 같은 사소한 행복으로 그 얼룩을 지우는 저자의 마음은 어쩌면 나까지 파리를 사랑하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글의 마지막에 모두가 자신만의 파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내가 책을 읽는 내내 했던 생각이다. ‘나의 파리는 어디일까?’ 단순히 애정을 쏟을 도시를 찾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내가 평생 애정을 쏟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궁금증이 든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찾는다면, 그리고 저자처럼 그것에 몰두하는 경험을 한다면 그 기억은 정말 찬란하게 남지 않을까.
김민서(미디어대 미디어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