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사설 유튜브 채널에서 유명 배우의 과거 사생활을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인이 불륜, 도박, 마약 등의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 내용을 공공에 알려야 한다는 의견과 사생활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존하는 가운데 고려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유명인 사생활 폭로, 공익을 위한 발걸음 - 조영채(심리23)

  최근 유명 연예인 사생활 폭로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생활 폭로는 공인의 부정적인 사생활을 초점화해 대중에게 알리는 것을 뜻한다. 사생활 폭로에 대한 대중의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나는 대중에게 유명인의 사생활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명인은 본인이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효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 유명인은 단순한 개인이 아닌 공적 인물로서 대중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유명인의 행동은 대중의 가치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해당 인물을 우상으로 삼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명인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은 단순한 가십 소비를 넘어 공익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유명인은 자신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만큼 사생활에 책임을 지는 것도 그들의 직업윤리에 속할 것이다.

  둘째, 대중은 알 권리를 가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보의 접근성과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가치다. 유명인은 대중의 관심과 신뢰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그들의 행동은 단순한 사적 문제가 아니라 공적 주제로 이어진다. 특히 유명인의 사생활이 범죄나 도덕적 해이와 연관될 때 이를 감추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될 수 있다. 만약 한 연예인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광고 계약을 맺었음에도 실제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면 소비자는 이를 알 권리가 있으며 폭로는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

  셋째, 사생활 폭로는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경각심을 높인다. 유명인의 사생활이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라면 이를 공개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특히 갑질, 성희롱, 기타 범죄 행위 등은 단순한 사생활 보호의 범주를 넘어선다. 이러한 문제를 폭로하는 일은 윤리적 과실에 대한 사회적 주의를 강화하고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게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대중은 유명인의 행동을 감시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사회 정의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다.

  물론 알 권리를 악용해 타인의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폭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공인의 죄는 사건의 선후·인과관계가 정확히 정리되고 잘잘못의 여부가 확실시된 후에 비로소 대중에 공개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한 마녀사냥은 유명인을 해치는 일인 만큼 조건과 상황을 적절히 고려해 사생활을 공개해야 한다.

 

  ‘모든 것을 알 권리’라는 착각 - 곽민기(정경대 정외21)

  알 권리는 본질적으로 시민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방지하기 위한 권리다. 인간은 정보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에 소수의 권력자가 정보를 통제한다면 시민의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 결국 정보의 통제가 공익 실현에 방해되므로 알 권리를 헌법과 법률로써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알 권리가 한 사람의 사생활을 함부로 들춰내는 명분과 방패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커다란 착각이다. 국가로부터 자유를 지키기 위한 권리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은 그 자체로 모순이기 때문이다. 알 권리의 쓰임은 사생활의 자유 앞에서 멈춰야 한다. 

  유명인에게 도덕적 평가를 내릴 때 일반인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유명인은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누군가는 유명인을 이상적인 본보기로 삼기도 한다. 유명인이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다면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일반인의 경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명인은 일반인보다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충족할 의무가 있고 그들의 물의는 더 엄격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물의를 저지른 자가 유명인이라는 사실이 그들의 사생활은 더욱 광범위하게 침해받아 마땅하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도덕적 비판과 사생활 침해는 엄연히 다른 문제다.

  유명인 사생활 폭로의 방향은 정당한 징벌에서 단순 가십거리 생산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만연하다. 사생활 공개의 목적이 정의라기보다 유희일 때 이 일은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 최근 화제가 된 폭로 사건의 당사자 중 한 연예인은 안타깝게도 이미 고인이 됐다. 그녀가 살아있을 때 언론과 대중은 그녀의 잘못과 사생활을 함부로 캐내며 괴롭혔다. 그녀가 모 배우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을 때도 사람들은 진실에 관심을 두기는커녕 ‘관심 끌기’를 하고 있다고 조롱하기에 바빴다. 

  지금은 그때와 무엇이 다른가? 이미 한 사람을 사생활 침해의 피해자로 만든 언론과 대중은 얼마나 도덕적으로 우월하길래 타인의 사생활을 캐내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만약 이번 사건의 유가족이 모 배우의 사생활 폭로가 마땅한 단죄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면 나 역시 그 주장엔 심정적으로 동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모든 경우에서 유명인 사생활 침해를 정의롭게 보거나 정당화해선 안 된다. 여론의 인민재판은 유명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잠재적 피해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시민 모두의 자유를 위해서 ‘모든 것을 알 권리’라는 착각을 배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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