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후 차기 대통령 집무실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사성과 상징성을 이유로 청와대로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과,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고려대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정치는 공간을 남기고, 공간은 시대를 증언한다 - 이영진(문과대 사학23)

  대한민국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집무해야 한다. 청와대는 단순 건물이 아닌 국가 정체성과 국민 정서가 오랜 시간 축적된 정치적 상징물이다. 청와대는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의 공식 거처로 사용되며 국민에게 ‘대통령의 집’이라 각인됐고, 국제적으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소로 인식됐다. 국민은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일할 때 익숙한 상징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국정 운영이 하나의 전통과 맥락 위에서 이뤄진다는 신뢰를 갖는다. 이러한 역사성과 정서적 상징은 하루아침에 대체되거나 형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 집무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를 넘어 국가 권위와 리더십을 구현해 내는 정치적 공간이다. 청와대를 권위주의의 잔재라 비판하기도 하나 공간의 의미는 운영 방식과 태도에 따라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 오히려 그 제도적 무게감과 구조화된 상징성은 대통령직의 책임성과 정통성을 외부로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국가 리더십은 낯설고 새로운 공간보단 축적된 상징과 구조 위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또한 청와대는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국정 운영 시스템의 집약체이다. 핵심 기능이 유기적으로 배치돼 있어 구조적 변경 없이도 효율적인 행정 수행이 가능하다. 새로운 공간을 구축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위험 요소를 감안한다면 청와대의 고유한 시스템은 매우 값진 행정 자산인 것이다.

  보안 안전성 측면에서도 청와대는 대체 불가능한 이점을 지닌다. 북악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특성과 다중 방어 체계, 고도화된 보안 시스템은 대통령의 신변을 보호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이는 단지 개인의 안전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의 최전선이란 점에서 청와대의 전략적 위치와 설계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청와대를 ‘닫힌 권위의 공간’으로 인식하지만, 최근 일부 공간이 개방되면서 소통과 참여의 장소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공간 자체가 아니라 과거의 운용 방식이 권위주의적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무르면서도 개방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국민과의 실질적 소통을 실현한다면 이 공간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재정립될 수 있다.

  결국 청와대는 역사적 상징성, 행정 효율성, 안전성, 국민과의 거리감 해소를 모두 충족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최적의 집무 공간이다. 대한민국 리더십의 정통성과 품격 그리고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대통령은 마땅히 청와대로 돌아와야 한다.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 답은 세종이다 - 김희교(문과대 중문23)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집무실은 국정 운영의 심장부다. 이곳이 흔들리면 나라 전체의 안보, 행정, 경제가 모두 흔들리는 만큼 법률에 따라 ‘가’급 국가중요시설로 관리된다. 국가 안보 측면에서 대통령실의 철저한 보안과 경비는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현재 거론되는 대통령 집무실 후보는 총 세 곳. 이 가운데 세종특별자치시로의 이전이 가장 탁월한 선택이라고 사료된다.

  용산 대통령실과 청와대의 보안 문제는 경제성이나 상징성을 이유로 간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용산 대통령실의 도청 취약성은 2022년 이전 당시부터 많은 지적을 받았으며, 2023년에는 실제 도·감청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보안 노출이 의심되는 공간에 차기 대통령이 입주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전통성과 상징성을 지닌 청와대 역시 3년간 민간에 개방돼 그 구조 등이 완전하게 노출된 상태다. 청와대로 재이전하고자 한다면 이에 앞서 보안 및 시설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 적어도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한다.

  세종특별자치시로의 이전 선택은 도청 의혹이 불거지거나 민간에 완전히 노출된 전적이 있는 다른 선택지들에 비해 보안 문제에서 자유롭다. 이에 더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다.

  먼저 균형 발전이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 간 불균형은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다. 인구, 자본, 교육, 문화 등 거의 모든 인프라와 자원이 서울을 중심으로 편재돼 있다. 이를 비판적으로 희화하는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존재할 정도다. 지방의 인구 유출이 지속되며 지방 소멸론이라는 암울한 미래가 전망되는 상황. 세종특별자치시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현 상황을 타개하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꾀하는 일환이 될 수 있다.

  행정 업무상의 효율성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 대다수의 정부 부처가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해 있다. 세종청사로 이전한 정부 부처들의 비효율성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대통령 보고 및 국회 조율을 위해 150km 떨어진 서울과 세종을 오가야 하는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길과장(길 위의 과장), 카국장(카카오톡으로 업무 보고를 받는 국장)이라는 별명까지 탄생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한다면 이러한 비효율적 행정 문제를 타개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 위치 선정은 비단 차기 정권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미래까지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 보안성, 균형 발전과 행정 효율의 증대가 가져올 파급 효과를 모두 고려한다면 이제 선택은 분명해진다. 답은 세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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