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랄랄레로 트랄랄라 VS 봄바르디로 크로코딜로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다리 세 개 상어와 미군 폭격기가 몸뚱아리인 악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로 만든 가상의 존재끼리 싸움을 붙이는 게 전 세계 청소년들의 유행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어엿한 30대 직장인. ‘섹시푸드’ 대신 ‘개맛도리’를 당당히 써냈다가 신조어 테스트에서 30점을 받은 아재지만 배움의 자세로 나무위키를 기웃거렸다.
그래서 누가 이기냐. 청소년계 최대 토론 주제다. 누군가 날카로운 이빨과 한 번에 지구 7바퀴를 도는 트랄랄레로의 낙승을 주장하면 다른 이는 상공에서 핵폭탄을 무자비하게 뿌려대는 봄바르디로의 공격력으로 반박한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어딘가에서 트랄랄레로와 봄바르디로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단 것.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아재인지라 싸움의 결과보단 과정에 더 관심이 가더라. 자신이 트랄랄파든 봄바르파든 눈치 보지 않고 의견을 내고 반박을 수용하되 또 다른 논리를 구상하는 아이들 모습. 이게 바로 민주주의지.
그 민주주의가 가장 필요한 곳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대선을 2주 앞둔 대한민국. 석여르디로의 핵폭탄급 비상계엄으로 쑥대밭이 된 나라의 정상화를 위해 치러지는 선거인데 어째서 민주주의가 잘 안 보인다.
후보들이 자신의 무기를 앞세우는 대신 상대방의 무기가 얼마나 초라한지 반복해 떠들기 때문 아닐까. MZ 식 비유로, 트랄랄레로가 치악력을 자랑하는 대신 봄바르디로의 핵폭탄이 구리다고만 물고 늘어지는 꼴.
날카로운 상어의 이빨이 악어의 갑옷을 뚫지만, 난사하는 핵폭탄은 재빠른 속도로 못 피한다는 식의 ‘티키타카’ 없이 상대방만 주구장창 악마화하니 건전한 토론이 이루어질 리 있나. 공개적으로 정치 이야길 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한국 특유의 문화가 더해지니 다들 입을 닫고 눈을 흘기는 진영의 쳇바퀴만 돌 수밖에.
재매이가 남이가 VS 꼿꼿꼿꼿 문수르 VS 사대남 준스톤
남은 보름 동안 이들의 대결에 대해 생산적으로 논의해 보자. 재빠른 두뇌가 있지만 준법 방어막이 약한 재매이와, 청렴 딜이 강한 대신 막말 자폭 딜이 들어가는 문수르. 청년 공감도가 높지만 싸가지 없는 준스톤.
여러분의 끝없는 토론과 숙의, 선택의 결과로 승자가 정해지길 바란다. 아무리 재미없는 대선이라지만 술자리 작은 토론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
<퀘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