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 간 신호 전달 메커니즘 밝혀

분자 수준에서 뇌 작동 원리 접근

“연구자의 사고 흐름을 좇아보길”

윤봉준 교수가 22일 열리는 제9회 NIF 진행에 앞서 토마스 쥐트호프 교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봉준 교수가 22일 열리는 제9회 NIF 진행에 앞서 쥐트호프 교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9회 Next Intelligence Forum(이하 ‘NIF’)이 ‘뇌 기능의 설계도 : 시냅스의 분자적 퍼즐이라는 주제로 오는 22일 오후 5시 서울캠퍼스 대강당 김양현홀에서 열린다. 이번 강연은 뉴런 내 신호 전달 과정을 밝혀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토마스 크리스티안 쥐트호프(Thomas Christian Südhof, 스탠퍼드대) 교수가 맡았다고대신문은 제9회 NIF를 듣기 전 필요한 배경지식을 얻고자 윤봉준(생명대 생명과학부)교수에게 물었다.

 

  - 제9회 NIF 획 배경은

  “과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복잡한 인간의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쥐트호프 교수님은 뇌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시냅스 연구를 통해 학문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까지 받았습니다. 이번 강연은 뇌신경과학, 특히 시냅스 연구에 대한 본교 연구자와 학생들의 이해와 관심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됐습니다.”

 

  - 시냅스 연구의 역사는

  “시냅스 연구의 발전 과정은 노벨 생리의학상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시냅스는 뉴런과 뉴런 사이에서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 부위뇌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과거에는 뉴런들이 그물망처럼 하나로 이어져 있어 신호가 끊김 없이 흐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90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ón y Cajal)이 뉴런이 각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제시했고,  1932년 노벨상을 받은 찰스 스콧 셰링턴(Charles Scott Sherrington)은 두 뉴런이 만나는 연결 부위를 '시냅스'라고 명명하며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이처럼 시냅스 연구는 오랫동안 신호 전달 과정 자체에 대한 탐구에 집중돼 있었지만 쥐트호프 교수님의 연구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합니다.

쥐트호프 교수님은 시냅스에서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분자들을 미시적 수준에서 규명해 뇌의 신호 처리와 기억 저장 기능을 이해하는 기반을 다졌습니다. 최근에는 시냅스의 종류에 따라 구성 성분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드러나 다양한 시냅스들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시냅스를 구성하는 분자의 이상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우울증 등 여러 뇌신경 발달 장애와 정신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지기도 했죠.”

 

  - 토마스 쥐트호프 교수의 업적은

  “뉴런이 신호를 전달할 때 분비하는 신경 전달 물질은 '시냅스 소낭'이라 불리는 작은 주머니에 저장돼 뉴런의 끝부분인 축삭돌기 말단에 모여 있습니다. 뉴런이 신호를 전달하기 시작하면 활동 전위라 불리는 전기 신호가 말단에 이르는데, 이때 시냅스 소낭이 뉴런의 세포막과 합쳐지며 소낭 내부에 있던 신경 전달 물질이 방출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신경 신호가 다음 뉴런으로 전달되는 거죠.

이때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칼슘 이온입니다. 활동 전위가 시냅스 말단에 있는 칼슘 채널에 도달하면 이 채널이 열리면서 칼슘 이온이 뉴런 안으로 들어옵니다. 칼슘 이온은 소낭과 세포막이 붙도록 돕는 단백질들의 작용을 유도하죠. 쥐트호프 교수님은 이 과정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들의 정체를 밝히고 축삭돌기 말단에서 일어나는 신호 전달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습니다.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신호 전달 과정을 설명한 이 연구는 뇌신경과학 분야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됩니다.”

 

  - 뇌 내 신호 전달에 관한 연구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데

  “뇌 속에 존재하는 시냅스의 다양성은 시냅스를 구성하는 분자의 구성에도 드러납니다. 인간의 뇌에는 약 860억 개의 뉴런이 있고, 각 뉴런은 평균 1000개 이상의 시냅스를 만들기에 전체 시냅스 수는 약 86조에서 100조 개에 이릅니다. 현재로서 방대한 시냅스를 하나하나 분석하기란 어렵지만 각 시냅스의 고유한 분자 조성·구조·기능을 이해한다면 뇌의 작동 원리를 밝힐 수도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뇌 활동의 원인을 파악하는 단서로 활용될 수도 있죠.

현재 학계에선 뉴런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밝히는 커넥톰(Connectome)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인간의 커넥톰은 아직 분석하기 어렵지만 최근 초파리의 커넥톰이 완성되는 등 진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뉴런 연결 구조를 넘어서 각 시냅스의 분자적 구조성까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 강연을 들을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강연을 들을 때 연구 내용을 잘 이해하고 고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쥐트호프 교수님 같은 세계적인 연구자가 어떤 동기와 문제의식을 갖고 연구 주제에 접근했는지, 어떤 논리 흐름을 통해 결론에 도달했는지 살펴보면 좋겠어요. 특히 현재 연구를 진행 중이거나 향후 연구에 뜻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연구 주제 선정과 연구를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한 현실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연구자의 시각과 사고방식을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글 | 박병성 기자 bspark@

사진 | 최주혜 기자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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