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냅스로 희귀병 원인 찾을 수 있어
분자 조합이 시냅스 기능 결정
“국경 넘은 기초과학 협력 필요”
지난 22일 제9회 Next Intelligence Forum이 서울캠퍼스 대강당 김양현홀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선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토마스 크리스티안 쥐트호프(Thomas Christian Südhof, 스탠퍼드대) 교수가 ‘뇌 기능의 설계도: 시냅스의 분자적 퍼즐’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쥐트호프 교수는 시냅스에서의 신경 전달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신경과학자로, 이번 강연에선 시냅스 구조와 기능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쥐트호프 교수는 신경세포 간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 부위인 시냅스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냅스는 상황에 따라 생성·소멸되면서 우리가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쥐트호프 교수는 시냅스의 전·후단을 연결하는 접착 수용체인 라트로필린(Latrophilin)과 테뉴린(Tenurin)을 시냅스 형성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로 지목했다. 그는 “수용체 간의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시냅스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이 과정을 밝혀내면 단순한 기초과학을 넘어 자폐증·조현병·알츠하이머병 같은 질환의 원인을 찾는 데 직접적인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쥐트호프 교수는 최근 진행한 대안적 스플라이싱(Alternative Splicing) 관련 연구를 소개했다. 대안적 스플라이싱은 하나의 유전자가 여러 개의 단백질로 바뀔 수 있는 생물학적 과정을 말한다. 그는 “유전자는 스플라이싱 과정을 거쳐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단백질로 바뀌며, 그중 일부 단백질은 시냅스가 형성되도록 돕는다”며 “같은 유전자라도 어떻게 조립되느냐에 따라 기능이 완전히 달라지기에 스플라이싱 과정은 뇌에서 시냅스를 만들고 제거하는 정밀한 분자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고 밝혔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쥐트호프 교수는 “시냅스의 정교한 분자 조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뇌가 정보를 저장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방식도 설명할 수 없다”며 “기초 신경과학 연구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적극적인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박시연(생명대 생명과학24) 씨는 “노벨상을 수상한 칼슘 이온 기반의 신경 신호 전달 과정을 중심으로 강연이 진행될 줄 알고 관련 내용을 미리 예습해 왔다”며 “예상과 달리 최근 연구 중심으로 강연이 진행됐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석현(심리19) 씨는 “최근 연구의 흐름을 논리적으로 정리돼 새로운 개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며 “시냅스의 생성 과정은 많이 알려진 반면 소멸 메커니즘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점을 짚을 수 있어 유의미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글 | 박병성 기자 bspark@
사진 | 임세용 기자 sy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