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속 물질 측정·연구
꾸준한 연구로 인류 지평 넓혀
“누구에게나 도전하는 재능 있다”
제7회 세상을 바꾸는 리더 렉쳐 시리즈가 지난달 28일 서울캠퍼스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연사로 나선 서은숙(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는 ‘Challenging Extremes’를 주제로 우주선(Cosmic Ray) 연구가 인류의 삶을 확장하는 방법과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주선과 고에너지 입자 물리학 분야의 권위자인 서 교수는 1997년 한국 과학자 최초로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유망자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부터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남극에서 풍선을 띄워 우주선의 에너지와 성분을 측정하는 ‘CREAM(Cosmic Ray Energetics And Mass)’ 프로젝트를 총괄해 왔다.
서은숙 교수는 지구에 들어오는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 연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우주를 이루는 요소 중 원자, 별, 행성 등 인류가 파악한 물질은 전체 우주의 구성 요소 중 5%도 안 돼요. 우리는 95%를 차지하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우주선을 통해 우주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유추할 수 있죠.”
물리가 좋다는 이유 하나로 미국 유학길에 오른 서 교수는 루이지애나주립대 박사과정 중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방문 연구원 기회를 얻자 주저 없이 도전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니 재미있어 보여 망설이지 않았어요.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며 지식 부족을 깨닫고 밤낮없이 물리 공부에 몰두하며 우주선을 연구했죠.” NASA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박사 논문을 작성한 서 교수는 지도교수이자 보이저 1호 프로젝트를 담당한 물리학자 윌리엄 버논 존스(William Vernon Jones)로부터 연구 동참을 권유받고 메릴랜드대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우주선 측정 연구를 이어왔다.
서은숙 교수는 우주 내 *반물질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한 우주선 측정 장비 개발에 몰두했다. “입자가 자기장을 지날 때 에너지에 따라 휘는 양이 다르다는 특성을 이용해 자연에서 거의 생기지 않는 반양성자와 반헬륨을 측정하고자 했어요. 풍선을 띄워 측정한 반양성자는 우주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우주선이 대기와 충돌하며 생성된 것으로 보였죠. 원하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연구 과정에서의 모든 발견이 새 연구의 기반이 됐고 다음 프로젝트에 도전하도록 이끌었어요.” 서 교수는 성층권에서 이뤄진 CREAM 프로젝트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확장한 ISS-CREAM 프로젝트에도 성공하며 우주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까지 측정하겠다는 목표를 이뤘다. “여러 국가와 협력해 진공 상태에서도 입자를 안정적으로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덕분에 대기권 밖 1차 우주선의 에너지 분포와 구성을 정밀히 측정할 수 있었죠.”
그는 결과를 확신하지 못하더라도 도전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연구는 불확실한 길을 걷는 일이지만 모든 과정이 인류의 지평을 넓히는 과정이라서 명확한 질문과 치열한 준비, 실패를 견딜 용기로 프로젝트를 추진했어요.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 덕에 새로운 질문과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죠.” 재능이 부족해 학자의 꿈을 망설이는 학생에게는 끈기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재능이 없다’는 문장을 ‘나는 배우고 있다’로 바꾸세요. 재능보단 매일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면 극한의 한계도 넘어설 수 있어요.”
강연을 들은 김민제(사범대 가교20) 씨는 “천체 물리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구체적으로 말씀하셔서 유익했다”고 말했다. 서민덕(사범대 수교21) 씨는 “대단한 성취는 한 순간의 발견이 아니라 하루하루 성실히 살며 쌓인 자양분이란 말씀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반물질: 물질과 전기적 성질이 반대인 물질로 물질과 만나면 쌍소멸을 일으킴.
글 | 정혜린 기자 byye@
사진 | 임세용 기자 sy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