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난폭한 살인, 낭자한 선혈과 시커먼 미움과 원한. 그 속을 걸어 다니며 단서를 찾는 탐정과 그의 조수. 추리소설 하면 떠오르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잔혹한 요소들이 필수라고 할 수야 있겠는가.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의 추리소설, ‘소시민 시리즈’는 이를 가히 입증하고도 남는다.

  ‘소시민 시리즈’는 요네자와의 추리 소설로 다섯 개의 중심 스토리와 하나의 외전 스토리로 구성돼 있다. 각 소설의 표제엔 각 계절에 걸맞은 한정 디저트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 <겨울철 한정 봉봉 쇼콜라 사건>,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 이런 귀여운 제목들은 특유의 깜찍한 분위기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독자들은 그 생각을 서서히 잊어버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흥미진진한 내용과 매끄러운 복선은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노련한 성인 형사나 탐정이 등장하는 보통 추리소설과는 달리, 이 책의 주인공은 고등학생 남녀 한 쌍이다. 그들의 이름은 고바토 조고로(小鳩常悟朗)와 오사나이 유키(小佐内ゆき). 이 2인방은 고등학생이 되고 조용한 일상을 살아가고자 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표어는 바로, ‘소시민’.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작가는 이 두 인물이 ‘소시민’과는 몹시 거리가 먼 인물임을 끊임없이 암시한다.

  천성이 탐정인 자들에겐 세상은 재미있는 게임이 널린 곳이다. 그들은 ‘소시민’을 표방하면서도 끝없이 사건들을 해결하길 갈망한다. 오사나이와 고바토 일행은 미성년자라는 핸디캡을 짊어지고도 꿋꿋하게 논리를 펼쳐가며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건들의 진상을 파헤친다. 마치 셜록 홈즈와도 같은 고바토와 오사나이는 전혀 두려워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건 그들의 영웅적인 면모가 아닌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소시민의 모습이다. 

  고바토는 자신의 중학생 시절을 회상하며 덧붙인다. “사람은 진실을 들춰내길 꺼릴 때도 있노라고.” 고바토는 자신의 추리가 뺑소니 피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노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는 제발 조용히 있으라는 말을 들으며 뺨을 맞았다. 오사나이는 자신도 뺑소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만다. 이 두 사람이 소시민을 자처하게 된 사유도 그러하다. 그들은 뛰어난 탐정들이지만, 또한 사람이며 소시민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위험천만한 모험에 맞서기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찾는 소시민이 되기로 다짐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며 오사나이와 고바토도 한 걸음 어른으로 성장한다.

  요네자와의 소설, ‘소시민 시리즈’는 고등학생 탐정들을 주인공으로 삼으나, 나에게 많은 것들을 보게 했다. 고바토의 독백에서 나타나는 논리적 추론 방식, 오사나이의 행동에서 보이는 탐정들의 행동양식, 그리고 사람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관계 속의 갈등. 제아무리 뛰어난 탐정들이라고 해도 과연 그들은 사람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고독과 갈등을 느끼지 않았을까. 셜록 홈즈는 논리적 추론을 내뱉는 그 차가운 강철 아래에, 따뜻하게 고동치는 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그들은 매일을 살아가며 가끔은 인간적인 고민을 마주쳤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완벽하지 못한 한 사람을 사랑하듯, 고바토와 오사나이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도 ‘삶의 평안’을 소망하는 소시민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김이슬(문과대 영문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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