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이름은 ‘낮은 땅, 높은 꿈: Aiming high in the low lands’이다. 여기서 ‘낮은 땅’은 이름 그대로 낮은(Neder) 땅(Lands)으로 이뤄진 네덜란드를 상징한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국토 면적(4만1543㎢)을 가진 작은 나라다. 이 중에서도 사람이 살 수 없는 호수와 강을 제외하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땅은 3만3481㎢밖에 되지 않는다. 애초에 가진 땅도 좁은 편인데 대부분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 지역이기까지 하다. 수도인 암스테르담의 고도는 -2m에 불과하고, 국토 전체에서 가장 높은 지점조차 해발 321m에 불과해 네덜란드 국민들은 항상 침수 위험을 안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이러한 지형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바다와 사투를 벌여왔다. 불리한 지형을 오히려 국가 발전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미 물에 잠겨 버려진 땅을 되살리기 위해 간척 사업을 진행했고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에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제방을 쌓고 해수를 퍼내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네덜란드에서 풍차가 유명한 이유도 간척 사업과 연결된다. 더 많은 땅을 활용하기 위한 배수 작업에 풍차가 활용됐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오랜 노력의 결과로 농업, 수자원 관리, 항만 물류, 해양 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에 이어 네덜란드 제2의 도시인 로테르담의 항구는 유럽 최대 규모의 항구로 꼽힌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과 공존하는 기술력으로 기후 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국가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간척 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노력으로 현재의 영토와 발전을 얻어낸 네덜란드는 ‘신이 버린 땅, 인간이 빚은 나라’라고 불리게 됐다. 불리한 지형 조건에도 불구하고 오랜 싸움 끝에 선진국의 반열에 합류하며 말 그대로 ‘낮은 땅’에서 ‘높은 꿈’을 이뤄냈다.

 

육채림(미디어대 미디어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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