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선·조지훈 연구 성과 재조명

해외 한국학자 삶도 소개

“한국어 교육·연구 병행해야”

 

고려대 서울캠퍼스 대강당 한국일보홀에서 심원섭(도쿄대 언어문화학과) 전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고려대 서울캠퍼스 대강당 한국일보홀에서 심원섭(돗쿄대 언어문화학과) 전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고려대 4단계 BK21 국어국문학교육연구단(단장=이형대 교수)과 국제한국언어문화연구소(소장=권보드래 교수)가 공동 주최한 개교 1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8월 11일과 12일 열렸다. 11일 서울캠퍼스 대강당 한국일보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선 ‘고려대학교와 세계의 한국학 개척자들’을 주제로 국내외 한국학 연구자가 모여 한국학 개척자들의 생애와 연구 성과에 관해 토론했다.

  신호림(국립경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일제강점기 역사학자 최남선의 조선 설화 연구를 분석했다. 신 교수는 “최남선의 초기 설화론은 민족의 특수성과 보편성으로 ‘조선적인 것’을 발견하려 했지만 후기 설화론은 민족을 배제하고 보편성만을 강조했다는 한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토론에 나선 정제호(국립한국교통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최남선의 설화 인식 변화에는 친일 등 외재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그의 변절과 연구 성과를 분리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훈 국어국문학과장은 일제강점기 이후 활동한 조지훈의 시 창작을 민족문화 기획으로 해석했다. 김 학과장은 “조지훈은 유교 전통을 민족 정체성과 문화적 자주의 토대로 봤지만 근대 학문의 방법론을 일부 수용해 유교 전통과 현실 통합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최호빈(국립경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조지훈은 시인으로 활동하다 교육·연구에 집중하면서 시인 정체성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려대 서울캠퍼스 대강당 한국일보홀에서 박노자(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고려대 서울캠퍼스 대강당 한국일보홀에서 박노자(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박노자(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는 만주국에서 태어나 일본, 미국을 거쳐 스웨덴에서 동아시아학 연구에 매진한 조승복의 삶을 분석했다. 박 교수는 “조승복은 자신의 복합 정체성과 다국어 구사 능력에 부합하는 범지역적 동아시아학을 발전시켰다”며 “한국과 중국의 전통 사상에 보편주의가 내재한다는 신념은 유럽 중심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허인영(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조승복의 글은 동아시아의 언어·문화 연구와 관련해 매우 귀중한 자료”라며 “조승복의 논저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바바라 왈(Barbara Wall, 코펜하겐대 한국학과) 교수는 한국인 정체성을 갖고 1970년대 덴마크에서 한국학자로 활동한 신휘동의 행보를 정리했다. 왈 교수는 “신휘동은 한국의 종교·사상·문학·역사 등을 깊이 연구했을 뿐 아니라 덴마크인들이 한국을 이해하도록 한국어 교육과 많은 전시회를 기획했다”며 “한국학이 아시아학의 하위 학문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한국어 교육과 깊이 있는 한국학 연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사회를 맡은 장경준(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학자들의 업적과 생애를 조망하고 계승 방안을 논의해 뜻깊었다”고 했다. 학술대회를 참관한 박민상(대학원·국어국문학과) 씨는 “외국 한국학 연구자들로부터 연구 내용을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고 여러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글 | 이재윤 기자 jylee@

사진 | 한예리 기자 dpp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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