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 전 장관과 윤미향 전 의원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사면권은 국민을 보호하고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행사되지만 정치인, 경제인을 구제하는 데 남용된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대통령의 사면권을 축소해야 한다고 보는지 고려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사면권, 사회 통합과 정의 실현의 수단 - 최선호(국제대 국제21)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권한인 대통령 사면권은 국가 통합과 사회 안정에 기여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면권은 법 이념과 다른 이념의 갈등을 조정하고 법의 이념인 정의와 합목적성을 조화시키기 위한 제도다. 나는 대통령 사면권이 중요한 이유와 이것이 어떻게 정의 실현에 이바지하는지 제시하려 한다.

  첫째, 사면 제도는 사법부가 내린 오판을 더 이상 사법절차를 통해 바꿀 수 없을 때 과거 판결의 오류를 시정한다. 사면은 사법부가 특정 인물에게 내린 불균형한 판결을 바로잡을 수 있는 최후의 안전장치다. 이는 일반적인 사법 판단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예외적, 제한적으로 사법절차 이후에 국가적·사회적 판단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사면은 불완전한 법률체계를 보충한다. 법은 인간이 만든 것으로 인간의 의식에서 비롯한다. 인간의 의식은 완벽하지 않고 한계가 있으므로 법도 한계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사면권은 불완전한 법에 의해 내려지는 오판을 시정하고 보완하며 법이 엄격하게 적용돼 가혹한 형벌을 받은 자를 구제하기 위해 필요하다. 사면권 덕에 우리 사회는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인간적인 판단의 여지를 얻는다. 예를 들어 장기 복역 중인 고령자나 질병자에게 인도적으로 관용을 베풀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사면권 행사에 대한 형평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면권이 특정 인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면권은 모든 수형자에게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정권에서 설·광복절에 소상공인, 생계형 사범 등 일반 범죄자를 수천 명씩 사면했다. 이는 사면권이 단순히 범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사회 복귀 및 재기 기회를 제공함을 증명한다. 사면권의 존재로 우리는 교정 행정의 유연성과 사회 통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역대 정부가 전 대통령이나 재벌 총수를 사면하면서 사면권 행사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어떤 제도든 남용 가능성은 존재하므로 그것만으로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사면권을 남용한 자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용을 방지할 신중한 접근법이 필요하긴 하지만 올바르게 행사된 사면권은 더욱 완전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필요하고 중요한 권한으로 인정하고 그것의 긍정적인 측면을 더 많이 바라봐야 한다.

 

  자의적 남용 막을 통제 장치 필요하다 - 피권룡(사범대 역교25)

  법원의 판결은 때때로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법리적 해석이 논쟁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때 대통령 사면권의 필요성이 대두한다. 다만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특별사면은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대통령이 사면을 하려면 사면법에 따라 사면심사위원회 심사, 법무부 장관의 상신, 국무회의 심의라는 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사면을 위해서다. 그러나 사면심사위원회를 임명하는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이고 장관을 임명하는 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사면이 대통령의 자의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은 모든 국민에게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지만 우리는 국가권력이 주관적 판단에 좌우되거나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을 자주 마주한다. 바로 권력의 인격화다.

  이는 특정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 따라 편향되는 사면 명단을 마주할 때 정치가 지극히 ‘정치적인’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정부 성향에 따라 정계와 재계 인사가 사면 명단에 포함되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갤럽이 2015년 7월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경제인과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사면에 각각 응답자의 54%, 79%가 반대했다. 사면이 본래 목적을 잃고 당리당략에 종속될 때 우리는 ‘특권층에게 법이 작동하는가?’, ‘진영을 떠나 공정한 사면은 가능한가?’와 같은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학계는 일찍이 특별사면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는 2017년 작성한 보고서에서 ‘특별사면을 하려면 사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헌법 조문시안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많은 연구가 진행됐으나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역대 일반사면이 10회에 미치지 못하는데 특별사면은 100회 이상 이뤄졌다는 사실은 사면이 절차적 편리와 개인적 목적 아래 남용됐음을 방증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상대 집단에 대한 힐난과 멸시가 만연한 시대를 살아간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국민 화합과 법치주의 수호가 당파적, 자의적 이익보다 우선이어야 한다. 따라서 특별사면에는 자의적 남용을 방지할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오늘의 논의가 더 나은 내일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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