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용 기자
임세용 기자

 

  학생 기자 신분인 나는 요새 뉴스를 보는 게 힘들다. 우리 사회가 점점 갈라지고 있는 걸 보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매체와 공간에서 각자의 주장과 감정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지만 그 말들은 공중으로 흩어지고 상대의 마음에는 닿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정치와 사회 문제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남녀 갈등, 세대 갈등, 이념 갈등 등 사회 곳곳에 대립이 일상화됐다. 토론은 논증의 장이 아니라 승패의 무대로 변한 지 오래고 언론 또한 이젠 사실을 다루기보다 자극적인 주장을 확대하고 재생산하고 있는 듯하다. 듣기보다는 말하기, 이해보다는 공격이 우선시되는 풍경 속에서 배려와 존중은 사라지고 분열만 남아있다. 결국 자기 할 말만 하는 태도는 화합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개인의 태도로만 돌릴 수는 없다. 현대 사회의 구조 또한 이러한 경향을 부추긴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자기주장을 하지 않으면 무시당한다. 발전하는 미디어 환경은 속도와 자극을 중시해서 숙고와 경청의 기회를 앗아간다. 결국 우리는 듣기를 할 수 없는 환경에서 더 작은 울타리로 들어가서 자기 말만 되뇌는 존재로 고립되고 있다.

  우리는 ‘경청’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말하기 훈련보다 듣기를 강조하고 사회적 의사소통의 장에서는 질문과 이해의 과정이 우선시돼야 한다. 상대의 말을 온전히 들어주는 자세는 공동체가 유지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온라인 공간도 마찬가지다. 익명성 뒤에 숨은 공격적 언어 대신 타인의 경험을 존중하는 규범과 문화가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더 많은 말보다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자기 할 말만 하는 세상은 결국 외로운 세상일 수밖에 없다. 말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진정한 소통은 침묵 속의 경청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세상은 시끄러움이 아닌 화음으로 채워질 것이다.

 

임세용 기자 sy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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