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번한 머리·하체 부상

얇은 선수층에 여러 포지션 소화

부상 여파 줄일 제도·체계·휴식 

 

2023 정기 고연전 럭비 경기에서 고려대와 연세대 선수들이 공을 차지하기 위해 겨루고 있다.
2023 정기 고연전 럭비 경기에서 고려대와 연세대 선수들이 공을 차지하기 위해 겨루고 있다.

 

  “크라우치, 바인드, 셋!” 심판의 구령이 떨어지자 스크럼을 짠 선수들은 머리와 어깨를 상대편에 주저 없이 들이받는다. 아무런 보호 장구에 의존하지 않는 럭비 선수들은 몸싸움을 벌이다 인대 손상은 물론 뇌진탕까지 겪는다. 전문가들은 부상 후 충분한 휴식을 권하지만 선수층이 비교적 얇은 국내 럭비 여건상 한 선수가 여러 포지션을 겸하며 경기에 나선다.

 

  스포츠 부상의 대명사, 럭비

  몸과 몸이 충돌하는 럭비 경기에서 부상은 피할 수 없다. 안소영 서울대 건강운동과학실 연구원은 “‘신사들의 야만적인 스포츠’라는 별칭처럼 물리적 접촉이 잦은 럭비 경기 중에는 다양한 부상이 발생한다”며 “스포츠 부상을 배우려면 럭비를 해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럭비 선수들은 머리 충돌로 인한 뇌 손상을 자주 겪는다. 두개골 안에서 흔들린 뇌가 주름의 굴곡을 따라 찢어지는 것이다. 주장 오신균은 “상대 선수와 머리를 부딪친 뒤 땅에 강하게 떨어져 뇌진탕을 겪었다”며 “그날의 기억을 통째로 잃어 아찔했다”고 말했다. 충격이 누적되면 CTE(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 만성 외상성 뇌병증)로 이어질 수 있다. 반복적인 머리 충격으로 뇌세포가 점차 파괴돼 우울감과 자살 충동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안 연구원은 “알츠하이머와 CTE의 주요 지표 물질이 일반인보다 뇌진탕 경험이 많은 럭비 선수에게서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하지 부상도 럭비 선수에겐 흔하다. 잦은 태클에 무릎이나 발목이 꺾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재옥(서울과학기술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아킬레스건이나 발목인대가 파열되면 걷거나 뛸 수 없어 수술과 재활에 1년가량 걸린다”며 “후유증이 생겨 재수술이 필요하면 선수 생활을 그만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럭비는 종목 특성상 포지션별 역할이 뚜렷해 다친 선수의 자리를 다른 선수가 대신하기 어렵다. 김민우 감독은 “부상 위험을 고려하면 포지션별 최소 3명의 선수가 있어야 공백을 메울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많은 선수를 영입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장 오신균은 “서울특별시장기 럭비대회 결승전에서 부상을 입은 프롭 3번 대신 1번이 투입돼 경기 내내 고전했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럭비를 위한 노력

  세계 럭비 연맹은 매년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줄이고자 위험한 반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2001년 심판이 격한 플레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TMO(Television Match Official)를 도입했고 2017년에는 목과 얼굴을 향한 하이태클을 금지했다. 서인수 심판은 “TMO가 부상 자체를 막지는 못해도 사후에 반칙을 확인하고 벌을 줘 부상이 발생할 위험을 낮춘다”고 밝혔다.

  럭비단도 부상을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고자 노력한다. 국내 럭비 실업팀은 기술과 체력을 관리하는 코치 외에 선수 건강을 관리하는 메디컬 트레이너나 S&C(Strength & Conditioning) 코치를 고용하고 있다. 김용회 감독은 “현대글로비스 럭비단은 전문 코치와 트레이너가 부상을 관리하고 스태프 전체가 선수들의 부상 기록을 공유해 훈련 일정에 반영한다”고 했다. 임준희 코치는 “고려대 럭비부의 재활 전담 트레이너는 마사지, 치료 등 선수들의 회복을 체계적으로 돕는다”고 전했다.

  근육이 몸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도록 집중 훈련할 필요도 있다. 고 교수는 “목 근육을 강화하면 뇌 흔들림의 가속도를 줄이고 충격을 온몸으로 분산시켜 뇌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우 감독은 “근육은 몸싸움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갑옷 같은 역할을 한다”며 “선수들의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건 충분한 휴식이다. 안 연구원은 “선수가 통증을 억지로 참으며 훈련을 이어가면 2차 손상이 생길 수 있다”며 “회복기에는 부상 부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운동으로 몸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박효빈·김율리 기자 press@

사진제공 | SPORTS 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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