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사석화에 열람실 이용 불편

민원만으로 좌석 정리 어려워

“좌석 자동 반납 시간 줄여야”

 

열람실 노쇼·사석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사진은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 4층 대열람실의 모습.
열람실 노쇼·사석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사진은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 4층 대열람실의 모습.

 

  “10자리밖에 안 남았다고 뜨는데 들어가 보니 절반은 빈자리”, “예약하고 들어왔는데 짐 올려져 있네” 고려대 서울캠퍼스 에브리타임과 고파스 게시판에는 열람실 빈 좌석에 임의로 짐을 놓아두거나 좌석을 배정받고 자리를 비우는 행동에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이를 막고자 좌석 자동 반납 제도를 강화하자는 요구도 나오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열람실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좌석 부족에 불편 가중

  서울캠 중앙도서관, 중앙광장 지하, 백주년기념삼성관 1·4층, 과학도서관, 하나스퀘어, 해송법학도서관에 위치한 열람실을 이용하려면 키오스크로 좌석을 배정받거나 앱으로 예약한 후 10분 내 입실을 인증해야 한다. 문제는 좌석 배정과 입실 인증을 마치고도 사용하지 않는 노쇼와 배정받지 않은 자리에 개인 물건을 두는 사석화로 좌석 수가 부족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중앙광장 지하 열람실을 자주 이용하는 김민서(문과대 사회24) 씨는 “시험기간에 오래 비어 있는 자리가 많은데 키오스크에 만석으로 표시돼 스터디 카페로 향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하나스퀘어 열람실을 주로 이용하는 김민기(공과대 전기전자21) 씨는 “시험이 다가올수록 많은 학생이 오전에 열람실 좌석을 예약하거나 자리에 짐을 두고 수업을 들으러 간다”며 “좌석이 사물함처럼 쓰이다 수업이 끝나야 원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이 열람실 노쇼와 사석화로 불편을 호소하지만 노쇼 현황에 대한 객관적 수치는 알기 어렵다. 도서관 학술정보서비스팀은 “시설 운영 시스템으로 좌석 배정 현황을 집계하고 있으나 배정 후 미사용 좌석의 통계를 집계하지는 않는다”며 “사람이 직접 가서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서야 미사용 수치를 집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원칙상 노쇼와 사석화 민원은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근로장학생과 직원이 접수한다. 민원이 발생하면 근로장학생이나 직원이 열람실에 출동해 상황을 파악하고 경고 조치를 한다. 짐을 치우지 않으면 직접 정리할 수도 있다. 절차는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장학생이 민원을 접수하자마자 짐을 치우기는 어렵다. 백주년기념삼성관 2층 멀티미디어열람실을 관리하는 성은지(사범대 체교19) 씨는 “예약된 자리가 비어도 이용 시간을 어긴 것은 아니므로 민원만으로는 짐을 뺄 수 없다”며 “좌석 반납을 기다린 후 짐을 치운다”고 밝혔다. 

 

  확대 어려운 좌석 자동 반납 제도

  백주년기념삼성관 1층 열람실에서는 노쇼 이용자를 줄이기 위해 2020년부터 이용 학생이 80분 이상 외출하면 좌석이 자동 반납되는 제도가 시범 운영됐다. 본격 도입된 2023년부터는 120분 이상으로 길어졌다. 학술정보기획팀은 “80분은 식사나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너무 짧다는 의견이 많아 시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좌석 부족이 지속되는 만큼 현행 좌석 자동 반납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성균관대에서는 도서관 좌석 자동 반납 시간을 유연하게 설정하고 있다. 윤주영 성균관대 중앙학술정보관 인문학술정보팀 수석은 “건물 출입 게이트로 퇴실한 후 100분 이내에 입실하지 않으면 자동 반납된다”며 “시험기간에는 한시적으로 60분으로 줄여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주년기념삼성관 1층 열람실을 제외한 나머지 열람실로의 좌석 자동 반납 제도 확대는 어려울 전망이다. 학술정보서비스팀은 “좌석 자동 반납 제도를 적용하려면 도서관 데이터베이스에 학생 출입을 계속 기록해야 한다”며 “상시 운영하면 데이터베이스와 시스템이 과부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차례 시범 운영 중 일부 학생이 게이트 밖으로 나간 직후 다시 학생증을 찍어 외출하지 않은 것처럼 속이곤 했다”며 “실효성이 높지 않아 다른 열람실로 확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입장 태그 악용을 관리·감독하기 위해서는 근로장학생이 게이트에 배치돼야 하지만 예산 부족이 걸림돌이다. 학술정보서비스팀은 “원래 백주년기념관, 중앙광장 지하, 하나스퀘어 열람실 앞 게이트에 근로장학생을 배치했지만 예산이 줄어든 탓에 수를 줄였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좌석 자동 반납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제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민서 씨는 “좌석 자동 반납 제도 시간을 조정하거나 패널티를 부과해 열람실 사용을 제재하는 등 개선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도 변화보다 문화가 바뀌는 게 근본 해법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학술정보서비스팀은 “모든 열람실로 제도를 확대하고 공지로 계도해도 편법이 나와 금세 파훼될 것”이라며 “열람실 이용 문화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완벽한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고 했다. 김윤혁(정경대 통계24) 씨는 “함께 열람실을 이용하는 만큼 모두가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김율리·박영민·이경민 기자 press@

사진 | 최주혜 기자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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