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요즘 SNS 댓글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다. 누군가의 글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면 득달같이 반박하고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댓글에도 “내 경험과는 전혀 딴판”이라며 쪼아 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타인의 이야기와 내가 아는 것이 다를 때 꼭 “너는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만이 옳은 일일까?

  <섬에 있는 서점>의 주인공 에이제이 피크리는 누군가가 자신의 서점에 아이를 두고 가는 바람에 졸지에 마야의 아버지가 된다. 새로 방문한 출판사 영업사원 어밀리아의 책 추천을 매몰차게 거절하며 쫓아낼 정도로 괴팍하던 그는 마야와 함께 서점을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육아와 서점 운영으로 고군분투하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어밀리아가 두고 갔던 책을 읽는다. 아내를 잃은 노인의 자서전 <늦게 핀 꽃>에 크게 감동한 그는 어밀리아에게 연락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둘은 연인이 된다.

  청혼을 결심한 에이제이는 어밀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책인 <늦게 핀 꽃>의 저자 프리드먼을 초청해 북 파티를 개최한다. 파티가 끝나고 우연히 어밀리아는 책의 진짜 작가가 젊은 여성이며 파티에 온 프리드먼은 대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이제이에게 진실을 말할 것인지 고민하던 그녀는 생각한다. “그 책이 엄밀히 따져 진실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진실인가 … 어차피 해석되고 구성된 것 아닌가?”

  어밀리아는 에이제이에게 프리드먼이 가짜라고 굳이 지적하기보다는 모른 척 넘어가기로 한다. 어차피 그 사실을 들춰내는 것이 둘의 관계에서 아무 소용도 없고 책의 감동이 두 사람을 사랑으로 이끌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프리드먼이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나 봤자 자신의 믿음을 부정당한 에이제이의 기분만 나빠질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너는 틀렸어”라며 달려드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꼭 진실이라는 법도 없다. 의미 없는 진실을 알린답시고 얼굴도 모르는 상대의 마음을 후벼 팔 필요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아무쪼록 상대가 틀렸다는 사실을 반기기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며 부드러운 한마디를 건네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정민주(문과대 불문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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